전라북도·광주광역시·전라남도 등 호남권 3개 광역단체들이 공동으로 편찬한 '전라도 천년사'가 '식민사관' 논란에 휩싸였고, 폐기를 주장하는 여론과 행동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그러나 3개 지자체는 폐기운동이 촉발 된 지난 5월 초 이래 4개월이 지나는 동안 이렇다 할 대안을 내놓지 않으면서 반발을 키우는 상황이다.

특히 ‘임나일본부’설을 채용한 '전라도 천년사'는 마한역사를 왜곡해 익산지역의 향토사학자들과 역사연구단체들의 반발이 날로 거세지고 있다.

 '전라도 천년사'는 ‘전라도 정명 천년’ 기념사업으로 추진됐다. 총 34권에 2만여쪽에 달하는 이 방대한 역사서 편찬에는 집필진 213명과  24억원이 투입됐다.

‘전라도 천년사’ 폐기 주장의 중심에는, ‘임나일본부’설의 근거가 되는 ‘일본서기’의 기술 내용을 옮기는 등 식민사관을 그대로 노출하고, 고대사 기술과정에서는 고조선의 건국 시기 왜곡 및 고조선의 역사를 축소하면서, 고조선의 강역을 한반도로 국한해서 규정하는 등 관찬역사서에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고증에 실패했다는 평가가 있다.

공개된 ‘전라도 천년사’는 야마토(大和) 왜(倭)가 전라도에 있었다는 일본 사학자의 주장을 받아들이고, 백제 근초고왕이 야마토 왜에 충성했다는 ‘일본서기’의 내용을 인용함으로써 왜인들이 전라도를 지배했다고 기술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호남의 지명 중 ‘남원을 기문’으로 ‘장수를 고령, 반파’로, ‘해남을 침미다례’로, ‘구례 하동을 대사’라고 임나지명으로 기술한 사실도 밝혀졌으며, ‘전라도 천년사’ 7권에는 일제 식민사관에 의해 만주와 평안도, 함경도를 삭제한 지도도 게재된 사실이 확인됐다.

‘전라도 천년사’의 고대 익산(마한·백제)과 관련한 역사 왜곡 역시 집필진들이 ‘삼국사기’는 부정하고 ‘일본서기’는 신봉한데서 비롯한다.

‘일본서기’는 야마토 왜가 서기 전 660년에 시작했다고 연대를 조작해 1천년을 연장하면서 야마토 왜가 백제의 ‘직할 영토’였다고 주장 할 뿐 아니라 신라, 고구려, 백제, 가야를 야마토 왜의 식민지로 서술하고 있다.

이는 4세기 일본이 한반도 남부지방을 정벌했다는 소위 ‘신공황후 삼한정벌론’(신공황후가 ‘목라근자(木羅斤資)’를 보내 삼한을 정벌했다는 사관)의 핵심이다.

신라사초에는 신공황후의 섭정연대가 서기 369년으로 명확하게 기록되어 있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목라근자을 보내 삼한을 정벌한 주체는 백제 근초고왕이다. ‘삼국사기’에는 서기 9년에 “두성(마한의 원산성-금현성)이 백제에 항복하였다. 그 백성들을 한산 북쪽으로 옮기니, 마한이 드디어 멸망하여 백제에 병합되었다"(백제 온조왕 27년‘서기 9년’)고 기술되어 있다.

그런데 일본 내에는 ‘야마토 왜’ 중심사관을 주창하는 인물들이 있다. 쓰다 소키치(와세다대교수)를 비롯한 이마니시 류(경성제대 조선편찬수회) 아유카미 후사노신(명성황후 시해가담 야쿠자) 스에마스 야스카츠(경성제대 조선사편찬수회 간사) 등으로, 이들은 허무맹랑한 ‘신공황후기’를 신 처럼 떠 받들며 ‘일본민족은 열도에서 자생했고, 야마토왜는 고대부터 군사강국이며, 한반도 남부는 왜의 식민지이고, 단군은 사실 아닌 신화’라는 주장을 계속해 오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신공황후 삼한정벌론’은 일본 정한론자들의 한국 침략논리로 악용되고 있는데, 일본 극우파들과 한국 강단사학계가 아직도 옹호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라도 천년사’가 정한론자들과 극우파의 소산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대목 중 하나는 3권 107쪽에 다음과 같이 나타난다. “삼국사기 백제 본기의 마한 기사는 사료로서 문제가 있다는 공통된 입장이다”

또 4권 150페이지에서 집필자 임영진은 “결론적으로 전라도 지역에서 조사되고 있는 왜계 고분의 주인공은 3가지로 구분해서 볼 수 있다. 첫째는 야마토 왕권에 의한 일본열도 통합 과정에서 더 이상 일본열도에서 거주하기 어려웠던 망명객으로서 장고분이나 중대형 원분의 주인공들이 이에 해당하는 것이다. 둘째는 중국-백제-왜로 연결되는 전라도 지역 연안항로와 관련되어 파견된 왜인으로서 일부 중소형 원분의 주인공들이 이에 해당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는 중국-백제-왜로 연결되는 전라도 지역 연안항로와 관련되어 왜에 협조적인 현지 세력자로서 중대형 방분이나 원분의 주인공들이 이에 해당 할 것이다” 면서 전라도는 왜가 지배했다는 것을 주장한다.

호남지역 국회의원들은 지난 3일 국회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전라도 천년사' 의 심각한 역사왜곡을 지적하고 집필책임자의 대국민 해명, 충분한 열람기한 보장, 왜곡 기술 내용 수정 등을 강력히 촉구 했다. 

이날 의원들은 "편찬위원회는 지금이라도 학계와 국민이 검토에 참여할 수 있도록 열람시간을 충분히 부여하고, 왜곡 기술된 부분에 대해 편찬 책임자와 집필자가 국민 앞에 해명할 것,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한 타당한 절차를 수립하여 수정하고, 드러난 문제가 수정되지 않는다면 출간 작업을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의원들은 ‘전라도 천년사’는 전라도 정도 천년을 맞아 올곧은 역사를 세우려는 중차대한 목적을 두고 편찬하는 사서이고, 2018년부터 5년간 연구와 집필이 진행 됐는데, 식민사관에 기초하여 기술한 오류가 곳곳에서 발견되면서 각계의 우려와 반발을 사고 있는 점을 주목했다.

특히 야마토(大和) 왜(倭)가 전라도에 있었다는 일본 사학자의 주장을 받아들인 점, 백제 근초고왕이 야마토 왜에 충성했다는 ‘일본서기’의 내용을 인용한 점 등을 들어 왜인들이 전라도를 지배했다고 기술한 사실을 개탄했다.

호남지역 의원들은 ‘전라도 천년사’는 심각한 오류를 노출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600여 명이 사료수집과 집필에 참여한 방대한 서사를 불과 2주의 기간 동안 e북으로 공개하면서  의견을 제출하라고 한 점, 초고 발표 이후로 단 한 번의 공개적인 학술 토론회조차 개최하지 않고 있는 사실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이어 “역사의 기술은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세대를 교육하는 기준이 된다는 점에서 올바른 관점의 설정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드러난 문제가 수정되지 않는다면 출간 작업을 중단하라" 고 촉구했다.

공인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