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 14억규모.. 오산면 추진위, 실제 농가 모르게 허위공문 작성
명의 도용.개인정보 유출, 공무원.이장 등 조직적 가담 가능성 높아
“국비지원 사업 몇몇 농촌 토호들이 가로채려 했다” 의혹 무게 실려

농촌의 일부 토호 농민들이 도시 근교의 농가에 지원하는 경관보존직불금을 독식하기 위해 이제도의시행여부 조차 모르는 농민들의 명의를 도용하는 등 심각한 문제가 노출되고 있다.

익산시 오산면 지역의 일부 작목반 농가들이 경관보전직불제 신청서를 허위로 작성하여 경관보전직불금을 가로채려 했다는 의혹이다. 이들은 농사를 짓고 있는 농가들의 명의를 도용하는 수법으로 경관보전직불금을 신청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영문도 모르는 농민들의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가 작목반들에 제공되었고, 지도.감독해야 할 공무원은 현장확인도 하지 않고 업무를 처리, 작목반을 비롯한 면사무소 담당 공무원, 해당 마을 이장 등이 결탁해 조직적으로 범행을 저질렀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경관보전 직접직불제는 '지역별 특색있는 경관작물 재배를 유도하여 아름다운 농촌 경관을 유지하고, 농촌다운 경관형성으로 도농교류 및 지역사회의 활성화 도모'를 취지로 시행하는 국가사업이며, 익산시는 총986ha에 14억6,900만원 규모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오산면은 이 가운데 395ha(5억1,350만원)를 배정받았고, 정해진 일정에 따라 지난 2월 경관보전직불제 희망농가들로부터 참여 신청을 받았으며, 지난 3월 중에는 전동.만수.진흥 등 3개 지구를 경관보전 직불제 대상지구로 확정 받았다. 오산면은 또 지난 6월 중에는 같은 3개 대상지구와 협약체결을 완료했다.

그런데, 진흥지구(진흥.청수.만하.평영.신평)에 속한 A씨(오산면 영만리 1523-6)는 최근까지 경관보전직불제 자체을 모른 채 관공서에 갔다가, 자신이 경관보전직불금을 신청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서류를 보니, 누군가 A씨의 인장을 도용하고 개인정보를 기입하는 등 허위문서를 작성하여 A씨의 논 17필지(4만307평방미터)를 경관보전직불제 참여 경작지로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면사무소 등 현장에 나가 확인한 결과, 진흥지구 추진위원회에서 이 같은 불법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정동지구(전동.송내.북참.야동) 추진위원장은 "우리지구에서는 농사를 짓지 않고 외지에 나가있는 사람들 3명의 명의를 임의로 사용하여 경관보전직불제를 신청했고, 추후에 본인들에게 알려주려고 했다"고 해명, 이같은 인장도용과 개인정보를 빼낸 허위문서 작성을 통해 당사자도 모르는 경관보전직불금 신청행위가 광범위하게 이루어졌을 공산이 높다.         

A씨는 환경부가 철새들에 의해 피해를 입는 농가를 지원하고 있는 '생물다양성관리체결계약'을 신청하러 면사무소에 방문했다가 자신의 이름으로 경광보전직불금이 신청되어 있는 사실을 발견했고, 보상금을 중복 신청할 수 없는 규정 때문에 '생물다양성관리체결계약'을 신청하지 못하고 피해를 감수해야 했다. A씨의 경우 논은 총4만307㎡(1만2천여평)으로, 정부가 1ha(3,025평)당 1백30만원의 직불금을 지불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추진위원회가 A씨로부터 노린 금액은 520여만원이다.

경관보전직불제는 제도적인 문제도 안고 있다. 이러한 경관보전직불금 지급이 가을에 있을 파종시기와 맞물려 명의변경이 가능한 것이다. 비록 A씨의 이름으로 경관보전직불금이 신청되어 있다 하다라도 A씨의 모든 개인 정보가 유출되어 있고 A씨의 보전금을 노린 이에 의해 명의변경신청이 가능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 명의로 변경조작되어 아무도 모르게 경관보전직불금을 가로챌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해에 이미 1차로 실시된바 있는 이 사업은 면사무소의 허술한 농촌개인정보 관리와 유출로 이장들에게 전달되었고, 전달된 이 정보들이 마구잡이로 도용되어 수많은 피해자가 속출할 것으로 추정된다. 

국비사업 토호들이 독식
관례화, 비난 여론 비등

특히 관계 농민들에 따르면, 농촌의 일부 몇몇 조직을 이룬 토호들에 의해 이러한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관례적으로 자행되고 있다. 나아가 정부가 지원하고 있는 많은 사업들의 대부분이 이처럼 관과 유착되어 있는 사람들이 독식하고 전체 농민들에게 지원이 골고루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게 관계 농민들의 중론이다.

더구나 이 경관보전직불제를 신청하려면 본인이 이모작을 해야 하고, 차기년도 영농계획서가 포함되어야 하기에 이 영농계획서 역시 공무원이 참여했고, 정보유출과 횡령 모의에 공무원이 개입했을 가능성 제기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한편, 농지소유주 A씨 등은 "이러한 서류조작 및 타인명의의 횡령이 관례적이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이 외에도 이러한 사례가 많을 가능성이 높다"며, "경찰이 전면수사에 착수해 모두 밝혀내야 할 것이다"고 촉구했다.

담당공무원은 이에 대해 "이모작을 장려하고 녹색산업을 성장시키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 추진위원장들이 허위로 적어낸 것이며, 악의로 한 것은 아니다"고 답변했다. / 오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