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많아 심의 엄두 안날 정도.. 시장 정치철학 의구심

전국체전을 위시한 신규 사업들이 내년도 예산안에 대거 포진하면서 “전국체전 아니었으면 시장님은 도대체 어쩔 뻔 했냐”는 식의 지적이 나오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심성으로 비쳐지는 예산이 과도하게 세워진 데 따른 것이다.

익산시 체육진흥과 내년도 본예산안에는 각종 체육대회 개최 등 신규 예산이 무려 25건 이상 편성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내년 전국체전을 이유로 종목별 대회를 중복 개최하거나 유령 체육조직을 지원하는 예산 등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체육진흥과 예산 규모는 올해 81억1,200만원에서 내년(안) 113억2,900만원으로 무려 32억1,600(39.6%)만원이 증액 편성됐는데, 그중 민간경상사업보조가 가장 눈에 띈다.

전국규모 체육대회 지원 명목의 민간경상사업보조가 4억2,900만원 늘어났고, 체육단체 운영 지원 명목 민간경상사업보조가 3억5,900만원 늘어났다. 이 예산들은 십중팔구 체육대회 개최 예산인데, 내년 전국체전을 감안하더라도 너무 과해 선거를 의식한 선심성 예산이라는 지적을 낳고 있다.

세부 사업들을 살펴보면, 전국동호인 초청 족구대회의 경우 ‘익산시장배’와 ‘2018년 익산천만송이국화축제배’에 각각 1,200만원과 3,000만원의 예산이 편성됐다. 참가 동호인들의 수와 대회 규모 자체가 다르다는 게 담당부서의 해명이다.

하지만 매년(일부 격년) 열리는 체육대회의 특성상 지원 예산이 한번 편성되면 이후 줄곧 지원해야 하기 때문에 신중을 기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선심성으로 편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게이트볼대회의 경우도 도마 위에 올라 있다. ‘익산시장기’와 ‘2018 게이트볼 활성화 대회’, ‘여성게이트볼대회’ 예산이 각각 편성돼 있어, 말만 하면 세워주는 예산이라는 지적을 낳고 있다.

이외에도 익산시장배 전국 철인3종경기대회, 익산시청소년 가출 및 비행 예방을 위한 한마음 가족 스포츠 캠프대회, 3대가 함께하는 어울림 체육대회, 장수도시 익산 건설을 위한 어르신 건강 걷기대회, 스포츠스타와 하께 하는 익산시민 및 동호인을 위한 생활체육프로그램 운영, 장애인 초청 한마음 체육대회, 읍면동 체육회 운영 지원 등 신규 예산이 곳곳에 편성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일 예산안 심의에 나선 익산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위원장 한동연) 소속 의원들은 누구하나 빠짐없이 선심성 예산 지적을 쏟아냈다.

김태열 의원은 “예산이 전부 선심성으로 꽉 차 있어 솔직히 웃음밖에 안 나온다”면서 “증액된 32억원 전부 원위치 하고 싶다”고 지적했다.

윤영숙 의원은 “올해 본예산이 81억원이고 추경에만 53억원이 편성됐는데, 이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거나 마찬가지고 예산운영에 있어서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내년도 예산안 설명을 30분이나 하셨는데, 전국체전을 이유로 수긍 안 되는 부분이 너무 많아 일일이 말하기도 그렇다”며 혀를 끌끌 찼다.

특히 그는 “일관성 없고 근거도 없는 예산편성을 지양하라고 줄곧 주문해 왔는데, 하나도 개선되는 것이 없는 것 같다”며 “체육대회 신규 지원은 한번 세우면 매년 줘야 하니까 신중해야 하는데, 아무런 내규나 기준, 원칙이 없다”고 꼬집었다.

박철원 의원도 “신규 사업이 너무 많은 정도가 아니라 아예 엄두가 안 난다”면서 전국체전을 핑계로 한 선심성 예산 편성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김수연 의원은 “예산 100~200만원 규모가 문제가 아니라, 정헌율 시장님의 정치철학을 도무지 모르겠다”면서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는 예산을 이렇게 편성하는 것은 근시안 행정의 전형”이라고 질타했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