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동 공단의 ‘익산주얼리협동조합(이사장 박상권, 이하 IJC)’이 익산 보석산업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멀리 내다보며 함께 갈 수 있는 길을 택한 IJC는 지속적인 경기 침체 속에서도 ‘Made in Iksan’으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협동조합이다.

그 중심에 박상권 이사장이 있다. 그는 33년 경력을 자랑하는 익산 보석산업의 산증인이다.

익산 고유의 브랜드를 가지고 생산·가공·유통·판매가 원스톱으로 이뤄지는 시스템을 구축해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역인재 양성과 채용을 통해 지역발전에 기여하는 바도 상당하다.

그런 그가 이제 익산과 호남을 넘어 전국을 내다보고 있다. 미래비전의 핵심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은 기존의 틀을 깬 익산만의 독창적인 보석가공단지 마을 조성이다.

왕궁 보석박물관 인근의 귀금속보석클러스터는 193억원이 투입돼 보석산업의 기획·제작·전시·판매 및 관광 연계를 통해 활성화와 시너지 효과를 노리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특히 26실 규모 아파트형 공장은 자체생산 기반을 갖추지 못한 영세업체들을 위한 소규모 시설로, 익산시는 주얼팰리스 입점업체들이나 영등동에 남아 있는 보석업체들을 입점시켜 자체생산을 통해 타 지역 제품을 가져다 파는 구조에서 벗어나 ‘Made in Iksan’을 실현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전국 유일의 보석박물관과 인근 공룡테마공원, 아파트형 공장과 디자인센터가 이미 자리해 있고, 여기에 정원로드형 주얼리매장이 들어간 보석마을이 조성되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 영등동 공단은 역사를 간직한 공방거리로서, 젊은이들이 새로운 꿈을 펼칠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할 필요가 있다.

특히 길 건너 국가산업단지가 청년친화형 산업단지로 지정돼 젊은이들이 즐겁게 일할 수 있는 단지로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 “익산보석의 전초기지가 될 터”

박상권 이사장은 ‘Made in Iksan’으로 이제 호남이 아닌 전국을 내다보고 있다.

자체 생산한 디자인이 꾸준한 매출을 기록할 정도로 탄탄대로를 걷고 있고 생산에서 가공, 유통, 판매에 이르기까지 인프라가 갖춰져 경쟁력이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무엇보다 익산시가 보석산업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시책을 마련해 추진 중이고, 지역 대학에서 배출되는 인재풀도 충분하다는 게 큰 힘이다.

“공단에 신진들이 자꾸 들어와야 합니다. 기존 기성세대가 누르고 버티고 있다고 활성화가 되는 것이 아니니까요. 흐름이 있어야 합니다.”

“이제 종로든 어디든 한판 붙어볼 생각입니다. 얼마 전 도내 모 공모에 응한 적이 있는데, 그때 깨달았지요. 이제는 신진들에게 길을 터주고, 지금까지 닦아온 걸 가지고 전국 브랜드업체들과 승부를 해야 하는 때라는 것을요. 생각을 바꾸면 많은 길이 보입니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IJC를 익산보석의 전초기지로 만들어 갈 생각입니다. 누군가 꼭 해야 하는 일이니까 제가 총대를 메야지요.”

그는 단호하다. 자신감도 엿보인다. 그렇게 지난 33년을 살아 왔고, 지금도 그렇게 살고 있고, 앞으로도 변함이 없을 듯하다.

◇ 공단에 불고 있는 새로운 바람

현재 영등동 공단에는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아직 겉으로 보기에는 별반 달라진 점이 없지만, 안쪽을 들여다보면 젊은 기운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원광대나 원광보건대 등을 졸업한 젊은이들이 공방 형식의 매장을 열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박 이사장은 외부로부터 하청을 받아 생산하는 방식만으로는 지속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하청만으로는 굶어 죽습니다. 최소한 초기 3년은 버틸 수 있어야 하는데, 버티지 못하면 결국 이직을 택하게 되지요. 그건 시작을 안 하는 것보다 못한 일이 됩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마치 공단 터줏대감인 양 새로 문을 연 매장을 돌아다니며 걱정을 하고 격려를 하는 그다.

특히 그는 신진들에게 자체 판매를 권장한다. 익산시와 전북도에서 하고 있는 다양한 지원책의 적극 활용도 주문한다. 초기에 쉽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그것이 지속을 담보하는 길임을 몸소 체험해 온 터라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 산천어축제 부럽지 않은 ‘사금채취’ 축제 꿈꾼다

“익산시가 왕궁 보석가공단지의 공장용지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필지 분할을 6개월 넘게 요청했습니다. 업체 입장에서 현실성이 없었기 때문이었지요. 그렇게 14필지로 나뉘었는데, 막상 매각이 시작되니 저하고 다른 한 업체까지 2필지만 매각이 된 거에요. 정말 각개전투에 나서서 업체들을 설득했습니다. 왕궁에 희망이 정말 있다고. 왕궁 보석가공단지 사업제안서도 직접 만들어 줄기차게 설득에 나섰지요.”

“분명히 성공할 수 있다는 판단과 믿음이 있어요. 그래서 적극적인 설득에 나설 수 있었던 것이지요. 원래 스스로 먼저 행하고 보이면서 주위를 독려해 함께 참여시키는 게 제 스타일입니다.”

현재 보석가공단지 14필지는 전부 매각이 이뤄진 상태다. 별도의 지원시설용지(상업시설)도 마련했다.

그는 왕궁에 보석 생산·판매·전시는 물론 특별한 체험을 통해 관광객의 발걸음을 이끌 수 있는 보석마을을 꿈꾸고 있다. 500년 역사의 다이아몬드 도시 벨기에 앤트워프가 좋은 예다.

오랜 역사성을 바탕으로 한 다이아몬드 한길 육성과 신뢰, 다이아몬드 품질 인증, 자체 연구소 및 숙련공 훈련소를 통한 전문 인력 양성 등이 장점으로 꼽히는 앤트워프는 전 세계를 대표하는 다이아몬드 도시다.

박 이사장이 구상하고 있는 보석마을은 각 주얼리업체들이 자신만의 고유한 브랜드를 알릴 수 있는 판매 공간과 주얼리 품평회나 바이어 미팅, 디자인 회의, 기타 각종 활동을 위한 공간을 담고 있다.

또 전문적인 보석감정과 사금채취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 각종 편의시설, 넓은 휴식공간과 버스킹, 주말 플리마켓, 웨딩 및 주얼리 대여, 단지 내 간이 기차운행, 인근 관광지 연계 등도 계획하고 있다.

특히 눈길이 가는 것은 사금채취 체험이다. 이는 관광객, 특히 아이들을 타깃으로 한 체험 프로그램이다.

기존 보석박물관과 공룡테마공원을 찾는 가족 단위의 방문객을 유인하고 이를 통한 바이럴 마케팅(입소문 등 소비자의 힘을 빌려 알리는 홍보방법)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매년 봄·가을에 열리는 보석대축제와 연계해 추진하면 기존에 없던 특별한 체험으로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판단이다.

“처음에는 효과성이 담보되지 않아 행정적 지원이 어려울 수도 있지요. 그래서 처음에는 직접 한 번 해보려 합니다. 초기 투자비가 적잖게 들겠지만, 100평 규모의 작은 공간을 만들어 사금채취 체험을 할 수 있게 하고 체험비 만큼의 무언가를 가져갈 수 있도록 하면 투자 대비 홍보효과는 분명히 있을 거라고 봅니다. 그렇게 입소문을 타고 나면 화천 산천어축제 부럽지 않은 보석축제가 될 것입니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