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통합논의 주체들을 공론의 장으로 모을 구심점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익산-군산 통합에 대한 반응은 각 직능 또는 층위별로 다르게 나타난다. 총선을 앞둔 정치신인들은 당장 논의해야 할 아젠다로 내세우는 반면, 현역 정치인들은 ‘시기상조론’으로 속내를 감춘다.
또 기초의회는 물리적으로 극복하기 어려운 소멸위기를 직시하며 그 해법으로 통합을 바라본다. 반면, 시민단체는 지방자치에 입각한 ‘분리’의 가치를 통합보다 중시 할 수밖에 없는 지점에 서 있다.
이런 온도차 속에서 지역 경재계와 시민들은 통합과 관련한 정치권의 동향을 주시한다. 민선 5기에 불쑥 떠올랐다가 가라앉아 버린 통합론에 인식을 함께 했던 시민들은 왜 그렇게 됐는지를 알지 못한다.
특히, 현역 정치인들의 모호한 태도와 시민단체의 다른 언어는 통합론의 풍선에 난 구멍이다. 이 때문에 통합논의를 시작하기 전부터 아무리 불어도 풍선은 부풀어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절망감이 앞선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익산 갑 지역에 출마한 고상진 예비후보는 독자적으로 통합론을 들고 나왔다. “국회의원에 당선되면 익산-군산 통합을 주도해 반드시 통합을 이루어 내겠다”는 식의 정치적 구호를 앞세웠다.
그는 지난달 15일 “통합시가 되면 공공기관 이전을 앞당길 수 있고, 익산 군산의 일부 시민들께서 우려하는 아파트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철도-공항-항만’을 중심으로 한 물류 거점도시가 되면 교류, 관계 인구가 급속히 늘어나고 자연스럽게 정주인구도 늘어날 것”이라며 “산업, 관광 도시로 거듭나면 지지부진한 새만금 사업도 앞당겨 질 것”이라고 거듭 ‘익산-군산 통합’ 효과를 조명했다.
그는 이와 함께 “양 도시의 정치적 이해관계만 따지지 않는다면 특별자치도 출범과 함께 곧바로 추진할 수 있다”면서 “빠르면 2년, 늦어도 국회의원 임기 이내에 통합을 이뤄내겠다”고 역설했다.
고 예비후보는 선거 캠프 건물에 ‘익산-군산 통합 100만도시’라는 대형 현수막을 내걸면서, 통합의 정치적 이슈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이는 뜻밖의 부작용을 낳았다. 앞서 수개월 전부터 군산시의회와 물 밑에서 통합 관련 소통을 이어오던 익산시의회는 고 예비후보가 역작용을 불렀다고 본다.
익산-군산 통합은 논의구조의 일원화가 선행돼야 하는데, 아직 본격적인 논의의 틀이 만들어지기도 전에 오히려 논의의 주체가 분화됐기 때문이다.
익산 정치권 일각에서는 고 후보가 통합의제를 가로채 자기 선거테이블 위에 진열했다는 비난도 나온다. 그동안 익산시의회가 공을 들여 온 통합의제를 선거판의 정치상품으로 전락시키는 바람에 통합논의의 진정성이 약화됐다는 지적도 뒤 따른다.
실제로 갑자기 통합의 주도권을 잃은 익산시의회는 맥이 빠진 모양새다. 현역 의원들의 선거 캠프에서도 익산-군산 통합을 선거의 쟁점으로 삼는 데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인다.
김수흥 의원은 “광역 대도시권은 도 차원에서 추진해야 맞다”고 시민들의 정서와 다소 동떨어진 방향성을 제시하면서 “문제는 전주(65만)와 통합할 도시의 인구를 합쳐 100만이 넘어야 하는데, 이걸 어떻게 푸느냐다”며 전주 중심의 연접도시(익산 포함)들을 흡수통합 하는 메가시티론을 지지했다.
김 의원은 또 “김제시, 군산시, 부안군이 새만금권인데, 군산-익산을 통합한 경제공동체가 어떤 시너지 효과를 낼지 잘 모르겠다”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병도 의원은 “공식적인 통합제안이 없이 소문으로만 들어 통합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았다”며 “군산-익산 통합에 대해 연구해 보고 방향을 정하겠다”고 밝혔다.
김원요 익산상공회의소 회장은 “통합에 관해서는 한 달 전 기관장 모임에서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도시가 발전하려면 항구를 끼고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익산, 군산 통합을 원칙적으로 찬성한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그러면서도 “익산시의회는 전체의견이 통합 찬성으로 모아졌지만, 한병도 의원의 경우 내년 선거가 끝나면 논의하자는 쪽으로 입장을 정해, 정치권의 통합 논의 시기가 지지부진해질 것 같다”고 전망했다.
최종오 익산시의회 의장은 “군산시는 통합을 통해 난국을 돌파하려고 한다. 정헌율 시장도 동의 했다. 우리 익산시의회도 통합논의를 추진하자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고, 군산시의회에서 통합 관현 토론회를 제안하면 언제든지 응할 생각이다”며 “하지만 선거와 맞물리면서 양 시 간 통합 관련 첫 토론회가 언제 열리게 될 지는 미지수다”고 밝혔다.
익산지역 시민단체인 ‘희망연대’ 이진홍 사무국장은 “익산-군산 통합이 공식화 되지 않아 우리단체 안에서 통합에 대한 생각이나 의견이 나온 바는 없다”며 “그래도 언론과 정치 신인들 사이에서 통합논의의 필요성이 제시된 만큼, 우리 단체가 기획한 ‘소멸도시’ 토론회의 소 부제에 익산-군산 통합 문제가 올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뜻있는 익산시민들 사이에서는 다양한 행정구역 개편안이 설왕설래하는데, ‘익산-군산 통합’이 그 하나이고, ‘부여·논산·공주-익산’ 등 백제권 통합이 그 하나다.
부여·논산·공주-익산 통합의 경우는 금강에 다리를 몇 개 놓으면 지역이 곧장 하나로 이어지고, 전승되는 문화나 지리와 풍토에 이질감이 없어 자연스러운 정서적 통일이 가능하다는 분석에서 비롯한다.
2024년 1월 9일 현재 익산시 인구 27만36명에 논산시 11만4,000명, 공주시 10만2,104명, 부여군 6만1,046명을 합치면 54만7,186명으로 ‘특례시’로 지정 받을 수 있다는 점도 백제권 통합론의 출발점이다.
‘특례시’는 인구규모나 고유한 특성을 인정해 도시의 위상을 높이고 별도로 관리하기 위해 지정하는 행정 명칭이고, 광역시급의 행정과 재정자치 권한을 확보한다.
특례시는 중앙부처가 담당했던 대도시권 광역교통관리 등 86개 기능과 383개 단위 사무가 주어지며 특히 지역개발채권 발행권, 건축물 허가, 택지개발지구 지정, 농진전용허가, 개발제한구역 지정 및 해제, 5급 이하 공직자 직급·정원조정, 지방연구원 설립·등기 등 8개 권한을 갖게 된다.
익산시(27만36명)-군산시(25만9980명) 통합에 따른 인구수는 2024년 1월 9일 현재 53만16명이다.
한편, 익산 갑 지역에 출마한 성기청 예비후보는 지난달 5일 “전주ㆍ완주ㆍ익산ㆍ군산ㆍ새만금을 묶는 소지역연합이나 메가시티를 지향한다”며 “각 지자체간 협의에 의한 안전, 방역, 보건, 만경강 개발 등의 사업부터 협력하는 모델들을 만들어 보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통합지향의 정견을 밝혔다.
공인배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