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주정차 고지서 발송 담당자에게 증거 부정하는 확인서 요구, 적극 사용하기도
“허용된 직무 범위 일탈한 증거인멸, 정 시장의 교사 여부에 세간의 관심 쏠릴 것”

 
익산시 일부 공무원들이 정헌율 시장의 범죄 혐의와 관련된 증거 무력화에 조직적으로 동원됐다는 의혹이다. 이 공무원들은 해당 사건의 진위를 확인하거나 조사할 권한이 없다는 점에서 공조직의 사유화를 단적으로 방증한다.
익산시 관계자들에 따르면, 홍보담당관실의 B계장과 C계장은 지난 3월 3일 본지가 ‘정 시장 직권남용 내부 폭로 ’파장‘ “선거기간 중 고지서 발송 말아라”’는 제하의 기사를 보도한 직후, 교통행정과 사무실을 수색한 끝에 찾아낸 ‘우표 수불부’를 입수했다.
이 우표 수불부는 2018년 지방선거 기간 중 익산시가 주·정차단속 고지서 발송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핵심 증거 중 하나다. 본지의 보도 내용은 당시 현역 시장이었던 정헌율 시장이 선거기간 중 주·정차단속 고지서를 받은 유권자들은 자신을 선택하지 않을 것이란 우려 때문에 교통행정계장 G에게 전화를 걸어 고지서 발송을 하지 말도록 강요했다는 것이었다.
전·현직 고지서 담당 공무원들에 따르면, 익산시는 2018년 6.13 지방선거 기간인 2주 동안 실제로 고지서를 발송하지 않았으며, 매일 단속된 고지서는 큰 종이상자에 담아 보관했다가 선거가 끝난 뒤에 발송했다. 해당 기간 중 이의신청이 없었던 이유다.
그런데 익산시 홍보담당관실의 B계장과 C계장은 우표 수불부에 2018년의 선거기간 중 고지서 발송기록이 없는 사실을 확인한 뒤 교통행정과의 고지서 발송 담당자 F에게 “해당 기간 중 고지서가 문제없이 정상적으로 발송됐다는 사실확인서를 써 달라”고 했다. 담당자는 이를 거절했다.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이라고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자 홍보담당관실의 B계장은 “당시는 선거기간이었으니까 선거관리원으로 파견되거나 연가 등 개인적 사정으로 자리를 비워 고지서를 발송하지 못했다는 확인서를 써 달라”고 했다.
B계장은 이에 대해 “기사가 보도되어 사실 확인차 교통행정과를 간 것이다. 확인서를 써 달라고는 했지만 강요하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
C계장은 ‘선거기간 중 선거관리원으로 파견되거나 연가 등 개인적 사정으로 자리를 비워 고지서를 발송하지 못했다’는 확인서와 관련한 말에 대해 “그런 말은 오히려 F가 적극적으로 했다”고 말했다.
이들 홍보담당관실 공무원들이 교통행정과를 다녀간 직후 익산시 국장급 계약직 공무원 A는 언론중재위원회에 본지가 보도한 해당 기사 일부의 정정을 신청했다.
신청 취지는 “익산시는 정당한 절차에 따라 선거기간에도 주정차 고지서를 발송했다”고 정정보도하라는 것이었다.
A는, 신청 취지문에서 정헌율 시장이 2018년 5월 28일 8시 7분 경 당시 교통지도계장에게 전화를 걸어 “불법 주정차 고지서가 하루에 몇 장 정도 되느냐. 내가 현직 시장이라 하루에 내 우호표가 2백장 정도 없어지는 것이다. 선거일(6월 13일)까지 2주 정도 남았는데, 그 기간 동안 불법주정차 고지서를 발송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가 시청에 복귀하면 잊지 않겠다”고 지시한 것에 대해 “적극적으로 지시한 것이 아니다”고 강변했다.
A는 또 지난 3월 12일 언론중재위원회 회의 중에 정정보도를 요구하면서 “고지서 발송 담당자 F가 작성한 ‘선거기간 중에 고지서를 발송하지 못한 것은 선거관리원으로 파견되는 등 개인적 사정으로 자리를 비웠기 때문이라는’ 사실확인서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F는, 홍보담당관실의 B계장과 C계장으로 부터 위와 같은 사정의 확인서 작성 요구를 받은 이후 선거관리위원회에 자신이 2018년 지방선거 기간 중에 선거관리원으로 일했었는지를 확인해 봤는데 그런 사실이 없었다. 또 행정지원과에 같은 기간 중 자신이 연가 등을 냈는지를 확인했는데 그런 사실도 없었다고 했다.
이와 같은 홍보담당관실의 B계장과 C계장의 요구와 국장급 계약직 공무원 A의 행태에 대해 L 변호사는 “허용되는 직무 범위를 일탈한 점을 다툴 여지가 크다”며 “해당 공무원들의 행위를 종합해 보면 조직적으로 핵심 증거를 무력화하고, 나아가서는 언론중재위원회 등에서 조작된 증거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등 고의성이 있다고 보는 것이 맞아 형사처벌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평가했다.
K 변호사는 “제시된 행위들이 사실이라면 진실을 왜곡하거나 범죄를 은폐해 비난을 피하고 사법기관의 수사와 처벌을 회피하기 위해 대비했다고 보는 것이 맞다”며 “해당 공무원들의 범행(증거인멸)이 공모에 그치지 않고 범법 혐의를 받는 당사자(정헌율 시장)가 교사했는지에 대한 여부에 세간의 관심이 쏠릴 것 같다”고 내다봤다.      

공인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