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장 전 비서실장인 L씨(41)에게 전주지방검찰청 군사지청이 지난 11월 6일 승진사례비를 받아 뇌물수수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고 군산지원 제1형사부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법정 최고형인 징역 5년에 벌금 6천만원, 추징금 3천만원을 구형했다.

그러나 이어 열린 11월 20일 1심 선고공판에서 익산시 전비서실장 L씨의 뇌물수수혐의에 대해 무죄가 선고된 가운데, 전주지방검찰청 군산지청은 즉각 항소를 제기했다.

법리상 본질적인 결함을 보이고 있는 판결과 법관의 부적절한 행태, 법원의 미숙한 법정 운영 등에 따른 파동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고, 익산시민들은 익산시청의 비리연류에 절망감이 극치에 달해 민선 4기의 도덕성과 윤리성을 재해석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다.

익산시장 前비서실장에 법정 최고형을 구형한 신 검사는 "혐의사실 끝까지 부인 반성의 빛 없다"며 "뇌물 공여자는 실형을 감수하면서 돈을 건낸 사실을 인정했는데 피고인은 뇌물수수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등 반성의 빛이 없어 중형을 구형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와 같은 검찰의 구형과는 달리, 전주지방법원 군산지원은 P씨로부터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된 익산시 전비서실장 L씨에게 무죄를 선고, 뇌물을 준 사람은 징역8월에 집행유예 2년의 형벌을 처벌하고 그가 뇌물을 받았다고 지목한 사람은 처벌하지 않은 것이다.

법조계는 이 판결과 관련, "뇌물을 받은 사람이 있어야 뇌물을 준 사람을 처벌할 수 있다"는 형법상 뇌물죄의 본질적인 필요충분 조건을 일탈한 것으로, 지극히 이례적이며 뇌물을 받은 사람이 없으면 뇌물공여죄의 구성요건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법리에 어긋나 형평성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특히, L씨의 뇌물수수죄 여부를 심리한 전주지방법원 군산지원 형사합의부는 L씨의 무죄를 선고한 판결문에서 공소외의 인물인 "K씨가 익산시 서기관 P씨로부터 돈을 받았을 것으로 추측된다"면서 K씨의 직위와 실명를 거론, 고위 선출직 공직자인 K씨의 명예를 훼손했다.

이 같은 판결문은 판결 당일 도내 한 언론사 기자에게 전달되었고, 판결문과 판결문에서 적시된 K씨의 직위와 실명이 신문지상에 그대로 보도되어 파장을 일으켰다.  
이런 지극히 이례적인 판결이 있은 직후, 도내 법조계에서는 같은 사건이 병합심리되지 않고 분리심리 된 것에 관한 배경을 궁금해 하고 있다.

같은 사안의 뇌물공여와 뇌물수수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데다 재판의 효율성을 기하기 위해서도 병합심리가 합리적이었고, 판결의 오류도 최소화 할 수 있었다는 게 중론이다.

이와 관련되어서는 법원이 당초 사건을 배당하면서부터, L씨에 대한 무죄 판결이 예정된 것일 수 있다는 추론도 일고 있다. 공교롭게도 L씨와 그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J판사가 같은 J지방대학의 동문이라는 사실이 이런 추론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도내 한 법조인은 "이번 판결은 한 쪽이 유죄이면 다른 쪽도 유죄여야 한다는 뇌물죄의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한 것인데다, 판결과 그와 관련된 법원 운영 전반이 너무나 미숙하다"고 지적하면서, "이러한 형평성 문제와 절차적 미숙은 법원 스스로 권위를 무너뜨린 격이다"고 정리했다

그는 특히, "재판부가 판결 내용이 다가 올 선거에 미칠 파장과 익산시 지역사회에 미칠 파장을 고려하지 않고, 공소외 인물을 뇌물수수자로 추측하면서, 그의 직위와 실명을 거론한 행태는 법원의 도덕성을 넘어 자칫 사법처리 대상이 될수도 있다"고 견해를 피력했다.     

한편,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2006년 7월부터 개인사업체를 운영하던 이한수 시장이 익산시장으로 선출되어 부임하였고, 이한수의 고등학교 동문 후배로 자영업에 종사하던 피고인 L씨는 2007년 1월 비서실장으로 임명되어 익산시장 비서실장으로 시장을 보좌하고 있었다.

익산시장 비서실장이 시 공무원의 중요인사에 있어서 그 영향력을 발휘하였고 국장 승진 대상자들인 과장들 사이에서도 비서실장 눈 밖에 나서는 승진이 어렵다는 소문이 파다하였다. 피고인 L씨는 2008년 12월 경 승진대상자였던 P씨로부터 2009년 1월 인사 시 서기관으로 승진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익산시청 내 국장급은 서기관으로 보하는 데 서기관 승진은 익산시장의 전권사항으로서 피고인은 앞서 본 익산시장과의 관계로 인하여 인사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 할 수 있는 자리에 있었다. 실제로 P국장은 2009년 1월 16일자로 서기관으로 승진을 하게 되었다.

피고인 L씨는 2009년 1월 하순경 인북로 부근의 안가명가 식당 앞 도로변에서 위 P국장으로부터 서기관 승진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 것에 대한 사례의 명목으로 3,000만원을 교부받아 공무원의 직무에 관하여 뇌물을 수수하였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