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열린 항소심 3차 공판에서 변호인 측은 소각장 발언의 근거라며 익산시청 창고를 뒤져 입수했다는 문서를 제시했다. 또 증인으로 나선 당시 선거캠프 총무팀장 김 모 씨는 이전 2차 공판에서 증인으로 나왔던 김 씨의 진술이 거짓이라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하지만 변호인 측이 제시한 문서는 작성일시 및 작성자 등이 불분명해 증거능력이 문제시됐고 과연 소각장 발언의 근거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한 물음표를 남겼으며, 총무팀장 김 씨의 진술 또한 구체적인 사실관계가 이전 김 씨의 진술과 정면으로 배치돼, 이를 재판부가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이미 증명된 발언의 허위성

공소가 제기된 공직선거법 제250조 제2항 허위사실공표죄에 대해 대법원 판례는, 검사가 공표된 사실이 허위라는 점을 적극적으로 증명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판례의 법리에 따라 검찰 측은 이미 피고인의 발언 중 ‘채규전 전 시장이 정한 것’이 ‘허위’라는 점을 적극적으로 증명했다. 1심 과정에서 당시 실무자였던 공무원들과 당시 코오롱건설 호남본부장을 상대로 한 증인신문에서 채 전 시장 당시에는 사업자 선정을 위한 구체적인 행정행위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입증한 바 있다.

반면 이날 변호인 측은 초안과 가필본, 가필 후 타이핑본, 최종본 등으로 구성된 문서를 제시하며 이 문서가 피고인 무죄의 근거임을 주장했고, 판례 법리에 따라 검찰 측이 특정 기간과 장소에서 특정 행위가 부존재한다는 사실을 검찰 측이 증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은 ‘채 전 시장이 정한 것을 이 시장이 취임 후 바꾼 행위’가 부존재한다는 것을 검찰 측이 증명해야 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하지만 검찰 측은 당초 ‘정한’ 것이 없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바꿀’ 대상이 없는 상황이라는 점을 이미 입증한 상태다.

이날 변호인 측은 익산시청 창고에서 입수했다는 문서를 제시하며 소각장 선정과정의 문제점을 부각시켰지만, 해당 문서는 익산시가 소각장 사업자 선정 평가위원회에 제출하기 위해 마련한 요약본 형식의 사전검토서로서 이는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거치는 일반적인 절차라는 것이 관련 공무원들의 설명이다.

이 사업을 추진하는 청소과가 익산시에 산재한 여러 전문직 공무원들에게 기술검토를 요청하고, 전문직 공무원들이 수정·가필한 것을 성안하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절차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 문서는 소각장 발언의 근거로 인정되지 않을 공산이 크다.

또한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허위사실공표죄에서 의혹을 받을 일을 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에 대하여 의혹을 받을 사실이 존재한다고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자는 그러한 사실이 존재한다고 수긍할 만한 소명자료를 제시할 부담을 지고, 검사는 제시된 자료의 신빙성을 탄핵하는 방법으로 허위성의 증명을 할 수 있다. 이때 제시해야 할 소명자료는 단순히 소문을 제시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적어도 허위성에 관한 검사의 증명활동이 현실적으로 가능할 정도의 구체성은 갖춰야 하며, 이러한 소명자료의 제시가 없거나 제시된 소명자료의 신빙성이 탄핵된 때에는 허위사실 공표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

이에 대해 검찰 측은 “누가, 언제, 어떻게, 어떤 경위로 작성했는지, 공무원이 작성한 것이 맞는지도 확인되지 않았고, 입수 경로도 확인되지 않은 문서”라며 증거능력을 문제 삼았다.

이에 재판부도 출처를 밝힐 것을 요구했고, 변호인 측은 “익산시청 창고를 뒤져 찾아내 입수한 것”이라며 “실제 존재하는 문서인지와 작성자, 작성 시기, 작성 경위, 가필자 등은 사실조회신청을 통해 밝혀내겠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 문서는 증거능력 자체가 탄핵될 가능성이 있다.

# 진실 확인 노력 없었다면.. 미필적 고의 인정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공직선거법상 낙선목적 허위사실공표죄의 구성요건 중 ‘당선되지 못하게 할 목적’은 허위사실의 공표로서 후보자가 당선되지 못하게 한다는 인식만 있으면 충분하며 그 결과 발생을 적극적으로 의욕하거나 희망하는 것을 요하는 것은 아니고, 미필적 인식이 있으면 족하다. 또 그 목적이 있었는지 여부는 피고인의 사회적 지위, 피고인과 후보자 또는 경쟁 후보자와의 인적 관계, 공표행위의 동기 및 경위와 수단·방법, 행위의 내용과 태양, 그러한 공표행위가 행해진 상대방의 성격과 범위, 행위 당시의 사회상황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해 사회통념에 비춰 합리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또한 판례는 피고인이 적시한 구체적 사실이 진실한지를 확인하는 일이 시간적·물리적으로 사회통념상 가능하였다고 인정됨에도 그러한 확인의 노력을 하지 않은 채 당선되지 못하게 할 목적을 가지고 그 사실의 적시에 적극적으로 나아갔다면 미필적 고의를 인정할 수 있고, 어떠한 소문을 듣고 그 진실성에 강한 의문을 품고서도 감히 공표한 경우에는 적어도 미필적 고의가 인정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러한 판례의 법리에 따르면, 이번 사건에서 피고인의 고의 내지 미필적 고의는 인정될 가능성이 크다. 피고인이 그간의 검찰조사과정이나 재판과정에서 언론보도 외에는 아무것도 제시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소각장 사업자 선정 이후 선거 방송토론회까지 8년여의 긴 기간 동안 의혹을 확인하거나 진실에 접근하기 위해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방증하기 때문이다.

또한 판례는 근거가 박약한 의혹제기를 광범위하게 허용할 경우 비록 나중에 의혹이 사실무근으로 밝혀지더라도 잠시나마 후보자의 명예가 훼손됨은 물론 임박한 선거에서 유권자들의 선택을 오도하는 중대한 결과가 야기되고 이는 오히려 공익에 현저히 반하는 결과가 되므로, 후보자의 비리 등에 관한 의혹제기는 비록 그것이 공직 적격 여부의 검증을 위한 것이라도 무제한 허용될 수는 없고 그러한 의혹이 진실인 것으로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 한해 허용하고 있다.

따라서 발언 당시의 근거에 대해 언론보도 외 별다른 것을 제시하지 못한 피고인이 항소심에 이르러서야 의혹제기의 근거라고 주장하는 문서를 제시한 것을, 재판부가 어떻게 받아들이지 관심이 집중된다.

# 변호인 논리, 자가당착

이날 변호인 측이 제시한 문서에 대해 검찰 측은 입수경로와 작성시기, 작성자, 작성경위 등이 불분명한 점을 들어 증거능력을 문제 삼자, 변호인 측은 “익산시청 창고를 뒤져 입수한 것”이라고 밝히며 “실제 존재하는 문서인지와 작성자, 작성 시기, 작성 경위, 가필자 등은 사실조회신청을 통해 밝혀내겠다”고 말했다.

이에 검찰 측은 “익산시 측에 사실조회신청을 할 경우 회신의 최종 결재권자가 피고인이기 때문에 적절한 방법인지 의문”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자 변호인 측은 “현실적으로 시장이 1심 재판에서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선고를 받고 항소심이 진행 중인데, 실무자가 무슨 영향을 받겠느냐”면서 “시장은 결재를 할 뿐, 실무자가 하는 일”이라고 반론을 제기했다. 이어 “그럼에도 문제가 된다면 부시장 위임전결의 형식으로 하는 방법도 있다”고 덧붙였다.

피고인의 당선무효를 막기 위해 나선 변호인이, 오히려 레임덕을 운운하면서 이상한 논리를 펼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또한 변호인 측의 주장대로 시장은 결재를 할 뿐 담당 업무는 실무자가 할 뿐이라면, 소각장 사업자 선정 또한 시장은 결재만 할 뿐 업무는 해당 실무자가 한 것이 된다. 혹여 누군가가 소각장 사업자 선정 당시 사업자를 바꿨다고 하더라도, 이한수 시장은 결재만 했을 뿐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이러한 논리는 결국 피고인의 소각장 발언은 물론 그간 변호인 측이 주장해 온 입장을 스스로 부정하는 셈이 된다.

# 둘 중 한 명은 위증

희망후보 보도자료 배부와 관련 이날 증인으로 나선 선거캠프 당시 총무팀장이었던 김 씨는 이전 2차 공판에서 나왔던 김 씨의 진술이 전부 거짓이라는 취지로 일관했다.

현재 익산시 비서실에서 근무하고 있는 증인 김 씨는 “이전 증인 김 씨는 당시 선거캠프에 후발대로 합류했고, 선거 막바지에 이르러 새로운 사람에게 총괄본부장이라는 중요한 역할을 맡긴다는 것 자체가 비상식적인 일”이라고 진술했다.

그는 “당시 선거캠프 내에서 이전 증인 김 씨의 자리가 유배지나 다름없는 곳이었느냐”는 변호인의 질문에 “그렇다”면서 “당시 캠프 내에 고정적으로 상주하는 인원이 10명이 안됐는데 캠프 내부 자리배치를 내가 직접 했고, 사무실 내에서 이뤄지는 모든 일들이 나의 통제를 받았다”고 답했다.

또 “캠프 내 모든 사람들이 나를 존중했지만 김 씨는 그렇지 않았고, 최 본부장이 보도자료 배부를 책임지고 있었기 때문에 김 씨는 따로 시킬 만한 것이 없어 초안 정도 글을 써보는 역할을 담당했다”면서 “김 씨의 초안이 직접 보도자료로 나간 적은 없고, 나와 최 본부장이 후보자에게 얘기하거나 시간이 없을 경우에는 최 본부장이 판단했다”고 진술했다.

모든 보도자료를 자신이 작성했고 피고인의 지지와 확인, 가필이 이뤄졌다는 이전 증인 김 씨의 진술에 대해서는 “말도 안 된다”면서 “당시 피고인은 하루에 한 번 얼굴 보기도 힘든 상황이었기 때문에 첨삭할 시간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김 씨가 피고인과 독대를 통해 보고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고 반박했다.

“어떻게 그렇게 자신할 수 있느냐”는 검사의 질문에는 “김 씨가 피고인의 방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내가 있는 자리를 지나야만 하는데, 나는 한 순간도 자리를 비운 적이 없다”고 말했다.

5월 30일자 보도자료와 관련해서는 “당시 임정엽 후보의 기사를 보고 똑같은 현수막이 와서 우리도 희망후보로 선정됐다고 생각하고 최 본부장과 내가 같이 보도자료를 작성하고 배포는 내가 직접 했다”면서 “큰 의미가 없다고 판단해 피고인에게 보고는 하지 않았고, 보도자료의 피고인 코멘트도 최 본부장이 대신 달았다”고 말했다.

6월 2일자 보도자료와 관련해서는 “최 본부장이 단독으로 작성했고 내가 타이핑했다”면서 구체적으로 이전 증인 김 씨의 진술을 전면 부정했다. 하지만 2차 공판 당시 증인이었던 김 씨는 “피고인의 지시로 반박 보도자료를 직접 작성했고 세 차례에 걸쳐 수정이 이뤄졌다”면서 초안부터 최종안까지의 문서를 CD에 담아 재판부에 제출한 바 있기 때문에, 두 명의 증인 중 한 명은 위증일 가능성이 높다.

또 총무팀장 김 씨는 “방송토론회와 기자회견문의 경우에는 피고인이 직접 작성했기 때문에, 이전 증인 김 씨가 피고인에게 방송토론회에서 발언을 자제할 것을 요청했다는 것은 거짓”이라고 진술했다.

# 향후 일정은

다음 4차 공판은 오는 4월 28일 오후 2시 30분에 열릴 예정이다.

재판부는 이날 불출석한 소각장 사업자 선정 평가위원 김 모 씨와 석 모 씨와 변호인이 새로 신청한 기술위원 백 모 씨를 증인으로 채택하고, 기존 나머지 증인신청은 필요성을 납득할 수 없고 신속한 재판을 위한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증거채택과 관련해서 변호인 측은 희망제작소 윤 모 소장에 대한 사실조회신청을 유지했고, 재판부는 이날 변호인 측이 제시한 문서에 대해 문서송부촉탁신청을 통해 출처를 명백히 한 후 채택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재판부는 소각장 사업장 선정과정의 의혹을 제기해 고소를 당한 오 모 기자의 사건기록에 대해 문서송부촉탁신청을 신청한 상태라고 밝혔으며, 공 모 기자의 검찰 사건기록과 언론중재위 구제기록에 대해서는 너무 오래됐고 검찰 조사과정에서 진술이 이미 확보됐다는 이유로 채택하지 않았다.

이에 변호인 측이 공 모 기자의 기록과 관련해 당시 첨부된 문서를 확보하고 있는데 서증으로 제출하기 위해서 출처 확인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자, 사실조회신청을 지시했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