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개월 사이 경기도 성남시와 용인시의 2~30대 사회복지 공무원 두명이 자살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들의 극단적인 선택에는 과도한 업무 등에 따른 정신적 스트레스가 심했기 때문이다.

또한 최근 정부의 시책인 만 5세 이하 무상보육 및 보육료 지원에 따른 업무 과중, 교과부 업무 중 교육비 신청 업무가 보건복지부로 이관되면서 사회복지 공무원들이 휴일을 반납하고, 자정까지 근무를 해도 업무를 다 소화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게다가 업무 관련 민원인들의 부당한 민원과 협박, 욕설, 인신공격 등에 과도하게 노출돼 있다. 사회복지직 공무원들의 근무여건 과 처우개선 문제를 짚어봤다.

◈ 최근 일어난 사회복지공무원 자살 사건

1월 31일 용인시 기흥구 신갈동 한 병원에서 용인시청 사회복지직 공무원(29)이 투신해 숨졌다. 숨지기 전 부모나 동료에게 “업무가 힘들다. 그만두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6일 오전 6시 40분 쯤,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 한 아파트 화단에 성남시청 사회복지 9급 여직원(32)이 숨져있는 것을 경비원이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이 공무원의 자택에서 “근무하기 힘들다”는 내용의 유서를 발견했다. 이 공무원은 지난해 4월 성남시 사회복지공무원으로 임용돼 5월 결혼을 앞두고 있었다.

이 공무원이 일하던 인구 5만여명의 주민센터에는 사회복지를 담당하는 주무관 1명, 신규임용된 수습직원 1명, 일용직 몇명이 전부였다. 이 공무원은 만 0~5세 보육료 양육수당 신청대상자 2천659명, 기초노령연금 신청대상자 800명,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자 290명, 장애인 1천20명 등의 업무를 사실상 혼자 맡아왔던 것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2007년부터 5년 간 복지정책 재정은 45%, 복지제도 대상자는 157.6%가 늘었다. 하지만 복지담당 공무원은 4.4% 느는데 그쳤다.

지난해 4월에는 성남시 중원구청 주민생활지원과 사무실에서 30대 민원인이 흉기를 휘둘러 7급 공무원 김모(45)씨가 손과 얼굴을 다치기도 했다.

수급자 자격을 박탈하거나 부정 수급비를 환수할 경우, 또는 지원을 끊어야 할 경우 현장 방문을 하거나 당사자를 대면하다 보면 항상 위험에 노출돼 있다.

◈ 한국사회복지행정연구회의 입장

이러한 일련의 사태와 관련 사회복지직 공무원들로 이뤄진 한국사회복지행정연구회가 지난달 28일 성명을 발표하고 정부에 대책을 촉구했다. 이들은 이와 같은 사태를 “폭증하는 업무를 견디다 못해 일어난 극단적인 사건”으로 결론짓고, “인사 발령시 업무의 현실을 고려한 인사배치의 효율성 문제, 인사 적정성 문제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이와 같은 사태에 대해 한국사회복지행정연구회는 “보건복지부는 사건방지 대책 및 후속조치를 위한 수단을 강구하고 향후 이러한 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만전의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했다. 이어 “박근혜 정부는 복지공무원의 희생만을 강요하는 현행 복지서비스 전달체계를 뿌리부터 뜯어 고쳐 국민들에게 양질의 복지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공공복지전달체계 종합대책을 수립하라”고 촉구했다.

같은날 전라북도사회복지사협회도 성명을 내고 “정부는 사회복지 공무원들의 근무환경 개선과 처우개선을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인력 충원 등 과도하게 집중된 사회복지직 공무원의 업무를 개선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 익산시 사회복지공무원업무

익산시의 사회복지 예산은 익산시 전체 예산 8,178억원 중 2,370억 원. 전체 예산의 28.9%를 차지하고 있다. 행정직을 포함해 사회복지에 종사하는 공무원은 179명이며 이 중 사회복지직 공무원은 116명이다. 전체 공무원 1500여명 중 11.9%밖에 되지 않는다.

익산시 사회복지관련 업무는 기초생활보장과, 희망복지과, 여성청소년과, 경로장애인과 4개의 과에서 관리하고 29개 읍면동에서 사회복지직 공무원들이 분포되어 업무를 하고 있다.

이들이 담당하는 업무는 올해 2월 28일 현재 국민기초생활수급자, 기초노령, 장애인연금, 차상위장애인, 한부모가족, 차상위 자활, 차상위 본인부담 경감, 우선돌봄 차상위로 총 8종의 복지대상자를 관리하고 있는데 4만4,606가구에 7만1,841명을 관리하고 있다. 1인당 평균 관리세대는 250세대에 401명을 관리하고 있다.

여기에 올해 새로운 정책으로 0세~만5세까지 지원하는 만 6세 이하 보육료(유아학비)인원 1만6,095명, 양육수당 1,012명에다 6세 이상 보육료+유아학비 1만254명의 대상자 관리를 포함 1인당 1천여명 이상이 업무의 대상이다. 

◈ 익산시 사회복지공무원의 근무 현주소

이와 같은 업무를 하다보니 2월에서 3월까지는 주민센터 민원을 신청하는 이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자정까지 일을 해도 다 못하는 실정이다. 주공아파트 1단지가 있는 삼성주민센터를 비롯해, 동산동, 모현동, 오산면 사무소가 가장 민원이 많다.

삼성동주민센터의 경우 평소 사회복지 대상자는 2,535명. 5명의 사회복지 공무원이 담당해야 할 대상자는 1인당 평균 507명이다.

여기에다 올해 신규업무인 보육료 지원 2,069명과 보건복지부로 이관된 교과부의 교육지원비 업무 대상인원 2천명을 합할 경우 총 6,604명이다. 공무원5명이 1인당 평균 1,320명을 담당해야 한다. 최근 자살한 성남시의 경우와 대동소이하다.

5명이 6천여명의 신청서를 접수받아 전산을 입력하기란 불가능하다. 사회복지 공무원 5명이 서로 업무를 나누어 아무리 노력해도 밤 10시가 넘어야 겨우 퇴근한다. 쉬는 날에도 역시 모두가 출근해야 한다.

보육료 신청서류의 경우 2천여명에 대해 2월부터 접수를 받아 3월 15일까지 연장 신청접수를 받았다. 조사자(대상자) 결정까지는 건수가 많아 향후 얼마의 기일이 소요될지 모른다. 게다가 이 전산입력 업무는 보안 관계로 주민센터가 아닌 익산시청에서만 전산을 열 수가 있어 익산시청에서 직접 입력해야 하는 불편함도 따른다.

과중한 업무 외에도 민원인들의 협박과, 욕설, 인신공격에도 사회복지 공무원들은 지쳐있고, 정신적인 스트레스에 쌓여 있다.

또한 하루 종일 만나는 이들 대부분이 저소득층, 알콜중독자, 장애인, 노인, 한부모 가족 등으로 어려운 사람들을 만나고 힘든 사연만 듣다 보니 정신적 우울증에 시달리기도 한다. 한 사회복지 공무원은 “1년 이상 근무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는 전언이다.

이밖에도 민원인들의 잦은 민원으로 국민권익위원회, 전라북도 감사관실, 익산시청 감사관실 등으로부터 민원발생에 대한 해명으로 하루 종일 일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한 사회복지 공무원은 “지난해 7월 주민센터로 옮겨온 이후 현재까지 7개월 동안 단 한번도 10시 이전에 퇴근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퇴근하면 아이들이 모두 잠들고 아침 일찍 출근해야 하기 때문에 아이들 얼굴을 보는 것은 자는 모습 밖에 없다는 토로도 이어지고 있다.

‘가정복지’를 포기해야 ‘사회복지’ 업무를 할 수 있다는 사회복지공무원들 사이의 불문율이 있다는 것이다.

◈ 대안 : 구조적 문제

문제의 핵심은 너무 많이 늘어나버린 사회복지 업무이고, 이에 비해 사회복지 인력의 증가 속도는 턱없이 낮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인력충원만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사회복지전달체계의 구조적 문제를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일반 행정조직의 경우 시군구에서 읍면으로 이어지는 상급기관과 하급기관의 구조로 이어져 있다. 또한 사회복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지자체장-담당부서장-읍면동장-일반행정직 선임자로 이어지는 구조에서 사회복지 업무가 가진 특성이 전혀 발휘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사회복지 업무는 가치내재적 또는 윤리내재적인 측면이 강한 업무가 많고 이를 반영할 수 있는 업무환경이 되어야 하는데 경직된 관료제적 구조하에서 업무를 추진하기가 곤란한 점이 많다.

이에 대한 대안 중 하나로 제시되고 있는 것이 일반적인 종합행정체계에서 분리하는 방법이 주목을 끌고 있다.

읍면동에서 분리되거나 그 상급기관인 시군구가 분리되거나, 아예 전체적으로 사회복지 업무를 별도의 조직으로 분리하는 방식으로 효율화하는 방식이다.

익산시의 근본적인 고민과 국회의원들의 적극적인 관심을 통해 제도적 대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오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