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
김 현 철

불과 한 달 사이에 택시기사 두 분이 생을 달리하였다. 택시 호출 시장을 장악한 카카오의 카풀 서비스(승차공유)를 금지시켜야 한다는 메시지를 남긴 채 말이다. 택시업계와의 갈등으로 또다시 공유경제라는 이야기가 대두되고 있다. 이러한 갈등은 몇 년 전 글로벌 차량 공유 서비스인 우버(Uber)의 국내 진출 시도에서도 그러했었다.

우버는 스마트폰 앱으로 택시가 아닌 일반 차량을 배정받을 수 있는 플랫폼 서비스를 기반으로 2010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탄생하였다. 국내에는 2013년에 들어왔는데, 2014년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으로 우버테크놀로지 설비자와 렌터카 업체 대표를 불구속 기소하였으며, 서울시가 우버의 영업 내용을 신고하면 최대 100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하는 ‘우파라치’ 제도를 시행하자 2015년 고급 콜택시(우버 블랙)를 제외한 서비스를 중단하기에 이른다.

택시업계와의 갈등은 부단 우리나라만이 아니다. 택시 면허 없이 영업을 하는 것은 위법이라 규정한 나라도 적지 않다. 스페인, 프랑스, 영국 등에서는 택시기사들의 시위 물결이 일어났으며, 최근 바르셀로나에서는 사업을 철수한다고 발표하였다. 우버를 도입한 대부분의 국가의 우버택시 기사의 경우, 우버에게 주는 수수료, 보험료, 라이센스비 등의 추가비용으로 오히려 소득이 줄어드는 현상을 보이고 있으며, 결국 우버만 돈을 버는 결과를 낳고 있다.

국내에서도 우버와 비슷한 차량공유 서비스(카쉐어링)는 실행 중이며, 대표적인 것이 쏘카(SOCAR)이다. 사용자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만큼만 차량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로 차량공유 서비스라기보다는 렌트카 서비스의 또 다른 유형이라 할 수 있다. 기존의 렌트카 서비스와 다른 점은 스마트폰 앱을 기반으로 운영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우버나 쏘카 등의 플랫폼 경제를 ‘공유경제(Sharing Economy)’라 부른다. 공유경제란 소셜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유휴자원과 서비스를 상품화한 비즈니스 모델이라 정의하기도 한다. 공유경제는 과도한 소유욕으로 인한 과잉생산을 줄이기 위한 경제행위이며, 이로 인하여 자원 낭비를 줄이는 방식이다. 이러한 기본적인 측면에서 우버와 쏘카가 과연 공유경제라 할 수 있는가이다. 우버나 쏘카는 유휴자원을 공유하는 것이 아닌 과잉생산을 촉진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공유경제라 할 수 없다.

우리는 공유경제를 사회적경제 측면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이는 공유경제를 경제적 수익의 공유에서 사회적 가치의 공유로의 인식전환을 이야기 한다. 하버드 대학교 로스쿨의 요하이 벤클러 교수는 ‘공유경제의 근본은 경제적 교환이 아니라 사회적 교환이며, 공유의 윤리적 핵심은 사회적 관계이다’라고 하였다. ‘한계비용 제로사회’의 저자인 제러미 리프킨 교수는 공유경제를 시장경제와 사회적경제의 혼합 창조물로 규정하면서, 사회적기업가와 사회적 자본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사회적경제의 기본은 사회를 지속시키기 위한 목적 내에서 경제가 작동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공유경제의 근본이 사회적 교환이라 한다면, 사회적 니즈에 의해 공유경제의 모델은 형성되어야 한다. 정보나 네트워크의 독점을 통해 경제적 독점을 추구한다면, 이러한 경제적 독점을 통해 사회의 타 구성원들의 기본적 경제행위를 저해한다면, 이는 공유경제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 주변에서는 사회적경제 내에서 작동하는 공유경제 모델을 발굴하고 시행하기 위한 여러 노력들이 있다. 몇 년 전 ‘전주의제 21’에서 제안한 ‘자동차 함께 타기 협동조합’이 그러한 경우이다. 이는 공동체 단위에서 공동으로 소유하고 이용하는 비수익형 민간 모델이다. 이러한 형태는 2011년 한국토지주택공사에서 보금자리주택지구의 교통수요 관리방안으로 검토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모델은 사회적 니즈에서 출발하고 있으며, 통행거리가 줄고, 차량의 소유를 최소화 하는 등 자원과 환경에 있어서 긍정적 결과들을 가져올 수 있기에 공유경제라 할 수 있다.

최근 정부는 공유경제에 대한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공유경제 비즈니스에 종사하는 사업자들에 대해 납세 절차를 간편화하고 산재 보험 적용범위를 확대하는 등 제도적 기반을 수립하는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허용되었던 도시지역의 숙박공유가 내국인을 대상으로도 가능 (연 180일 이내)하게 하는 등 숙박공유에 대한 규제도 풀리며, 기존 숙박업소 등에게는 관광기금 융자 및 홍보 지원, 세제혜택 등을 제공한다는 내용이다. 이와 더불어 카쉐어링에 관련된 규제도 대폭 완화하고 있다. 하지만, 택시업계와의 갈등으로 사회적 파장이 컸던 카풀 서비스에 관련에서는 ‘사회적 대타협’ 과정을 거친다는 기존 원칙 외에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시장자본주의의 신봉으로 인해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급격한 경제성장을 이루었고, 경제활동의 목적이 돈을 벌기위한 것이며, 그 어떤 사회활동보다도 경제활동이 우선되는 그러한 비정상적인 고정관념이 정상인 양 학습되어 왔다. 공유경제 또한 돈을 더욱 벌기 위한 새로운 비즈니스 수단으로만 받아들였지 사회적 연대와 신뢰 등 사회적 자본에 기초한 메커니즘을 간과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이기적 소비가 아닌 협력적 소비를, 경제적 교환보다는 사회적 교환을, 경제적 자본다는 사회적 자본을 우선하는 우리가 많아진다면, 갈등을 해결하는 정책에 ‘사회적 대타협’이라는 담론은 담기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