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숲교회 담임목사 
강 남 웅

운동경기 중에 이인삼각 경기가 있다. 이 경기는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만 이길 수 있다. 내가 잘 달린다고 해서 앞서가려고만 하면 오히려 함께 넘어지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여당과 야당이 극한 대립으로 국회를 운영하면 국민은 정치를 외면하게 되고, 우리나라의 국가 경쟁력은 뒤처지고 만다. 그러므로 여당과 야당이 서로 한발씩 묶고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 때로는 타협하고, 때로는 양보하면서 우리 앞에 놓인 과제들을 풀어가는 모습을 국민들은 기대한다. 급변하는 국제사회 속에서 우물 안의 개구리처럼 나라가 운영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이번 4·3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경남 창원 성산에서는 더불어민주당과 단일화에 성공한 정의당 여영국 후보가, 통영·고성에서는 자유한국당 정점식 후보가 승리하면서 범진보진영과 보수진영이 1석씩을 나눠가졌다. 창원 성산은 지난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정의당의 고(故) 노회찬 의원이, 통영·고성은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상실한 한국당 이군현 의원이 현역 의원으로 있던 곳이어서 국회 의석 분포는 민주당 128석, 한국당 114석, 바른미래당 29석, 민주평화당 14석, 정의당 6석, 대한애국당 1석, 민중당 1석, 무소속 7석으로 이전과 같이 재구성됐다.

외견상 1:1 무승부처럼 보인 선거 결과와 관련해 여야는 상반된 평가를 내렸다. 후보 단일화로 창원 성산에서 신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국민의 승리"로 선거 결과에 의미를 부여한 반면 이곳에서 접전을 벌였던 자유한국당은 "국민의 엄중한 심판"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어느 진영도 유의미한 승리나 완승, 참패를 거두지 않아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대치 국면이 한동안 유지된 채 여야 모두 1년 앞으로 다가온 총선 전략 마련에 부심할 전망이다. 주목할 점은 이번 선거에서 매우 높은 투표율이 나온 것인데, 이는 ‘정치로 민생을 살피고 개혁입법 처리에 힘을 모으라’는 국민의 여망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이번 보궐선거는 국민에게 경고장을 받은 것이다.

선거 결과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국회 구도이다. 정의당에게 이번 재보궐 선거 승리는 1석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고 노회찬 의원의 지역구를 지켰다는 것 외에도 민주평화당(14석)과 정의당(6석)이 연대해 원내교섭단체(20석) 지위를 다시 회복해 선거제 개혁 등 주요 현안 논의에서 무시당했던 그동안의 설움을 씻고 목소리를 높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재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의 3당 체제인 국회가 4당 체제로 변모하는 큰 변화가 생기는 것이다.

정의당은 당장 공동교섭단체를 구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는 4일 "민주평화당과의 교섭단체 구성을 통해 멈춰버린 국회를 정상화시키는데 견인차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고, 여영국 정의당 의원 역시 "가장 진보적이고 개혁적인 교섭단체를 구성해서 민생·정치 개혁을 주도하는 그런 역할을 가장 먼저 하고 싶다"고 인터뷰했다. 정동영 평화당 대표도 즉각 화답했다. 정 대표는 이날 오전 전북도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교섭단체 구성이 우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이제 국회도 민주당과 평화당·정의당 범진보권 교섭단체 2곳에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범보수권 교섭단체 2곳이 균형을 갖추는 체제로 바뀌게 된다. 내년 총선까지 남은 기간은 1년, 아직 20대 국회의 임기는 1/4, 25%가 남아 있다. 우리 국민들은 마지막 0.02%를 남기고 대역전의 기적을 만든 정의당이, 남은 20대 국회 기간 동안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하며 지켜볼 수 있을까?

아프리카 속담에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말이 있다. 정치란 단순한 이념과 표 대결이 아니라 국민의 꿈과 삶을 아름답게 디자인 하는 것이며 국민이 선택한 국회는 나라의 미래를 위한 첫 단추를 끼우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꿈이 없고 웃음을 잃어버린 요즘의 청년들을 위해, 통일된 미래와 다음 세대를 위해, 우리 정치권이 펼쳐갈 이인삼각 경기를 기도하며 기대하며 응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