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궁면장

채수훈

소재원 작가와의 인연은 5개월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왕궁면지》 편찬을 하면서 하발 마을에 화가가 거주한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소철 화가가 그 아버지였다. 건강이 좋지 않아서 면지 화보의 그림 제작이 어렵다고 했다. 대신 동생 소훈 화가가 전주에 거주한다는 소식을 듣고 만나게 되었다. 그림을 부탁드리면서 조카 소재원과 그 가족 얘기를 듣게 되었다. 

작가와는 3월에 전화로 《왕궁면지》 문학편에 수록할 원고를 부탁했다. 바쁘고 마땅히 쓸 만한 이야기가 없다고 하였다. 그 후 소훈 화가가 조카의 소설 《이야기》, 《터널》 등 소설책을 사무실에 가져다 주셔서 한 권씩 읽게 되었다. 영화 《터널》이 그의 원작 소설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몇 년 전 흥행했던 영화를 소설로 읽으며 비교해 보았다. 영화보다 소설이 흥미로웠다.

6월에 2022년 익산문화재야행의 ‘궁담 토크 콘서트’ 주최 측에서 소 작가를 초청하고자 연락처를 묻는 전화가 왔다. 행사를 3일 앞두고서는 대담자가 사무실로 찾아와서 왕궁 주민들 참여를 부탁해왔다. 8월 13일 주말 밤에 백제왕궁박물관 세미나실에서 소재원과  30여명이 모여 토크 콘서트가 열렸다. 박태건 시인과 이문형 교수가 대담자로 나섰는데 대화 사이에 통기타 음악이 감미롭게 곁들여졌다. 

소재원 작가는 왕궁면 하발 마을이 고향이다. 양곡 소세양 신도비로 널리 알려진 진주 소씨 세거지가 신탄마을에 있는데 하발이 소씨 집성촌이다. 이곳에서 26살 때 까지 살았고 작가 데뷔 후 서울로 상경하였다. 현재 시골집에는 화가인 아버지와 누나가 살고 있다. 할아버지부터 3대가 화가 집안인데 소 작가만 문학의 길을 걷고 있었다.

토크 콘서트 초반은 고향과 가족이야기로 시작되었다. “한마디로 고향인 왕궁은 저 자신이 잠들어 있는 곳이다.”며 “청소년기의 추억과 좌절, 작가의 영혼이 살아 숨 쉬는 곳이다.”고 했다. 어려서 부모님이 이혼 후 아버지와 살면서 집 떠난 엄마를 찾고자 고민을 했다. 유명한 사람이 되어 이름이 알려지면 엄마가 알 수 있을 것 같아 작가의 길을 택했고,  결국 그렇게 어머니를 다시 만나게 되었다고 했다. 어린 시절 아픈 상처와 불우했던 가정생활에 대해서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가는 모습은 젊은 작가가 아닌 온갖 풍파를 경험한 중견 작가처럼 느껴졌다. 

2008년에 소설 《나는 텐프로였다》로 데뷔를 하였는데, 《비스티 보이즈》로 영화화 됐다. 설경구 주연의 영화 《소원》의 원작 소설 《소원-희망의 날개를 찾아서》, 하정우 주연의 《터널》의 원작 소설 《터널-우리는 얼굴 없는 살인자였다》 등으로 대중스타가 되었다. 그의 소설 《그날》, 《균》 역시 영화사와 계약이 됐다. 우리나라 최초로 자신의 원작소설을 가지고 영화, 드라마를 직접 집필한 작가로서 종횡무진하고 있다. 아버지와 아들의 내리사랑을 그린 《기억을 잇다》는 고향 왕궁면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소설 배경이 대부분  익산이라고 하니까 더 반가운 마음으로 정독해야겠다.

그는 26살 청년 시절에 작가로 입문했다. 고등학교가 최종학력이고 특별히 문학을 공부하지 않았지만 유명작가 반열에 올랐다. 소재원은 흔히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작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의 소설은 주로 현대 사회문제를 다루고 있다. 작품 속에 그 의식이 그대로 투영되어 있다. 익산출신으로서 시대정신과 의식이 깨어있는 젊은 작가이자 꽃미남이다. 

작가는 사회문제에도 적극 개입한다. 아동 성범죄 지킴이로 어린이 재단과 함께 아동성범죄 공소시효 폐지를 이끌어냈고, 사회 기부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후원자에게 현금보다 꼭 필요한 것을 물품으로 지원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저자 사인회 때 가습기 피해자사건을 널리 알리기 위해 기념 티셔츠를 선물로 나누어 주기도 했다.
  소재원은 현재 경기도에 거주하고 있다. 사회활동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객지에 살고 있다. 한 5년쯤 후면 고향으로 내려올 계획이라고 한다.  

세계유산 왕궁리 유적에서 작가와의 첫 만남은 행운이었다. 작가와의 인연은 또 다시 이렇게 이어졌다. 장맛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늦은 밤까지 함께 해주신 왕궁 주민과 지인 20명에게도 깊이 감사한 시간이었다. 토크 콘서트 후 궁궐에는 문화재야행으로 불빛이 밤하늘을 수놓고 있었다. 가을이 오는 길목에 후원에 서서 왕궁 문화 부활을 위한 르네상스를 작가와 그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