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 수위단회 5배수 추천 명단 조작 ‘일파 만파’
선거 연기, 비위 청산 비상기구 발족 필요성 제기
 

원불교 수의단원 후보추천위원회의 파행이 ‘교단 정화론’을 불러 교단 안팎이 어수선하다. 지역사회의 정신적 지주를 자임하는 원불교단 사태로 원불교에 대한 시민들의 의구심이 점증하고 있다.

특히 후보추천위의 위원장을 종법사가 맡고 있어 교단 최고 지도층에 대한 불신이 확산 일로다. 지난 25일 원불교개혁연대 등 교도들로 구성된 7개 단체가 원불교 총부 앞에서 수위단원 보궐선거 규탄 및 선거연기 사태에 따른 교단개혁 염원 기도회를 연 것은 그 일각이다. 

심의 명단 불일치

앞서 원불교 최고 의결기관인 ‘수위단회’는 원불교 전서 개정증보판 제작 오류로 폐기처분하는 사태에 이르게 되자 책임을 통감하며 총사퇴를 결정했다. 이에따라 원불교 총부는 18명(남녀 각 9명)의  새로운 정수의단원 선출을 위한 보궐선거일을 9월 29일로 정하고, 전국 132개 교화단을 통해 5배수의 대상자(법강항마위급) 90명(남녀 각 45명)을 추천 받았다.

이에따라 후보추천위원회가 5배수를 3배수로 압축해 선정된 명단을 9월 16일 공고했는데, 후보추천위에서 심사한 5배수 명단이 각 단에서 추천한 실제 5배수 명단과 다르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선관위에서 사실관계를 확인한 결과 각 단에서 추천한 5배수와 후보추천위원회에 전달된 5배수 명단이 불일치한다는 사실을 9월 24일 최종 확인했다.

선관위는 “이는 선거의 공정성이 심각하게 훼손된 것으로 현 상태로는 선거를 진행 할 수 없어 사전에 공지한 대로 각단에서 추천된 5배수에서 3배수 후보를 추천하는 과정을 재진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선관위는 즉각 수위단회에 선거일정 조정을 요청했다.

특히 후보추천위는 사퇴수위단원 14명 중 13명을 3배수 후보에 올려 공분을 샀다.

7개단체의 원불교 재가교도들은 “이 사건은 132개 출가교화단의 의견이 수렴된 공의를 훼손하고, 사적으로 왜곡한 사태다”고 규정하고, “이는 명백한 범죄이므로 반드시 조사하여 잘못에 대한 합당한 징계을 해야 한다”고 성토했다.

재가교도들은 또, “이번 15인의 후보추천위원 중 한 명으로 감찰원장이 참여해 감찰원의 중립성이 상실된 상태이다”며, “후보추천위원회와 선거관리위원회, 감찰원 등 이번 부정선거에 관련되어 있는 기관과 인사는 마땅히 그 직무를 정지시키고, 전임수위단원들은 참회와 자숙을 하며 선거에 나서지 말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재가교도들은 이번 사태를 수습할 재가와 출가 공히 개혁적인 교도로 구성하는 ‘교단개혁비상대책위원회’ 발족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는 셀프사면과 복권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사태들을 목도하면서 더이상 성역화나 면죄부가 있어서는 안된다는 점과, 공의를 저버리고 원근친소에 따라 취사하는 부끄러운 교단사를 청산하기 위해서라고 부연했다.

부정선거 의혹

이같은 사태가 한창인 가운데, 부정선거 의혹이 새롭게 폭로되면서 수위단원 선출을 둘러싼 내부갈등은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떨어졌다.

원불교 신문의 한 기자에 따르면, ‘추천위원회’ 테이블에 올라온 5배수 명단에는 득표수가 일일이 다 적혀있는데, 명단 맨 앞에 적혀있는 수위단 7명의 명단에는 득표수가 보이지 않았다는 폭로 문건이 존재한다. 

이 기자는 “소위 득표수 없는 7인에 대한 믿기지 않는 메시지다”며 “글의 내용이 맞다면 명확한 ‘부정선거’이고, 거짓이라면 ‘교단의 기강을 흐리는’ 허위사실 유포로 사회법으로 형법상 처벌이 가능한 범법행위다“고 지적했다.

이 기자는 출처를 파악했고, 문건을 작성한 사람은 ‘선 정진의 깊은 수행력이 담긴 몇 권의 저서를 집필’한 원불교의 구성원이었다 .그는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했고 글에 대해 책임질 의지도 확고했다.

선관위는 지난 9월 24일 이 사안에 대한 감찰원 감찰을 요청했고, 긴급 임시수위단회의 결정에 따라 9월 29일로 예정됐던 정수위단원 선거는 중단됐다.

임시 수의단회는 또 지난 9월 3일에 확정된 3배수 후보는 무효화 했고, 수위단원 선거관리위원을 전면 재선정했으며, 후보 추천위원도 전면 재선임했다.

“종법사님 용퇴하셔야 합니다”

원불교 개혁연대는 지난 9월 28일 이같은 사태에 대한 입장문에서 수위단 후보 바꿔치기와 자격없는 후보 끼워넣기 등의 불법과 부정행위에 대해 준엄하게 심판 할 것과, 이 사태에 대한 최종 책임자인 종법사의 용퇴를 촉구했다.

이 연대는 “누군가 회상의 대참사에 공적인 책임을 져야하며, 그분은 바로 어쩔수 없이 현 종법사님일 수 밖에 없다”며, “종법사님의 용퇴가 자신을 희생하여 대도정법 회상을 살린 그 선례로 남겨진다면, 추후 같은 사태가 벌어졌을 때 그들 또한 용기를 내어 공적인 책임을 한몸에 지는 용단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고 했다.

공인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