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문화도시, 사람이 중심 되는 문화 창조력의 인프라가 관건

익산시가 법정문화도시 지정에 온 힘을 쏟아붓고 있다. 5년간 국비 100억원을 포함해 총 200억원을 지원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법정문화도시의 취지는 지역별로 특화 된 문화사업을 창출하는 자율형 문화도시를 양성한다는 것인데, 익산시(문화관광재단)는 이 사업비로  고유한 문화자원을 효과적으로 사용 할 수 있는 문화 창조력의 인프라를 구축 할 수 있다.
법정문화도시의 출발점은 ‘자치단체 행정행위’가 봉착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다. 실질적인 지역 문화 융성과는 거리가 먼 기계적인 문화사업 추진에 종언을 고하는 선언적 의미를 지닌다.
문화행위의 주체인 사람이 중심이 되는 통합된 행정 혁신과 자치구조를 요구하는 이유다.
익산시가 최근 2년여 동안 주민이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문화 역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도시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의제발굴과 담론 형성’에 공을 들여 온 배경이다.
익산문화관광재단은 예비 법정문화도시로서 ‘왕도정원 가꾸기’나 ‘삼삼오오’ 등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도시 가꾸기와 이미지메이킹 사업을 15개 정도 펼치고 있다.
시민들이 문화사업을 창출하는 능력을 기르고 문화사업을 직접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역량을 기르도록 하기 위해서다. ‘삼삼오오’가 지난 10월 30일 치른 성인식은 그 민간차원의 지표를 함의하면서, 우리나라 최초로 거행된 마한의 성인식을 계승한다는 점에서 익산의 새 대표문화 창출행위로 간주된다. 오는  11일 부터 17일 까지  일주일 동안 ‘익산의 한복 백제의 복식’을 재현 할 한복주간 행사 또한 익산의 새 대표 문화 창출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법정문화도시의 방향성이라 할 이 두 현장을 들여다보고 내다보는 것은 여러모로 유의미해 보인다.<편집자 주.>

뿌듯한 공동체

“청소년이 자신이 속한 세계, 가족, 지역사회, 국가에 대한 정체성을 이해하면 자긍심을 갖게 됩니다. 그런 긍정적인 정서가 누적되면 더 넓게 세상과 소통하는 시선을 갖게 됩니다. 우리 삼삼오오가 부모와 친구들이 함께하는 성인식을  사춘기부터 청년에게 치러주는 것은 지역 공동체의 주체적인 구성원이 되었음을 선언하는 통과의례이며, 동시에 애향심이 충만한 지역공동체의 외연을 확장하는 일이라고 생각 합니다”

지난 3일 함라 한옥마을의 성년 관례식을 주최한 익산문화관광재단의 활동 단체 ’삼삼오오’의 지수현 교수(원광디지털대학교 한국복식과학과 학과장)는 이날 성년식의 취지를 그렇게 설명했다.

‘흐르는 물은 끊기지 않고 나날이 새롭다’ 원광디지털대학교 김규열 총장이 성년에 이른 남녀의 사주풀이를 하고, 부족한 것을 보완하는 자(字)를 지어서 주인공들에게 전했는데, 이는 이 날의 한 주인공에 대한 자(字) 풀이다.

‘삼삼오오’는 이날 성년을 맞는 남녀에게 한복을 입혀 성년례를 하고 격식을 갖춰  성인으로서 자부심과 책임의식을 심었다. 

이날 성인식을 치른 한 주인공의 어머니는 “전 날부터 얼떨결에 맞이한 아이의 성인식이라 설레어서 잠을 못이루었는데, 평생 한 번 있는 뜻 깊은 날 감격스럽고 뿌듯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삼국지(三國志)와 후한서(後漢書)에는 우리나라 최초로 행해진 마한의 성인식에 대한 기록이 있다. 마한의 매장 유물이 익산에서 가장 많이 출토 되었다는 점에 입각해 보면, 오래전에 지역 공동체 안에서 사라졌던 ‘성인식 재현’은 무엇보다 지역의 정체성 확립에 기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고유문화를 소환해 재해석하고 실제 구현하는 ‘삼삼오오’의 활동은 끊겼던 명맥을 잇고 전통의 가치를 새롭게 발현시키는 ‘문화창출’ 이며, 지역의 무형적 경쟁력을 구축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마한의 성인식에는 수렵생활을 하고 전쟁이 상존했던 부족시대의 특징이 담겨있다. 소년들의 등에다 상처를 내어 살을 뚫고 줄을 매어 한길 남짓의 통나무를 끌면서 그들이 훈련받을 집을 짓는 것이었다.

성인식은 농경사회로 접어 들면서 변천을 거듭하다가 조선시대에 15세~20세 사이의 남자의 땋아 내렸던 머리를 올리고 복건, 초립, 사모, 탕건을 씌워 주는 의식을 행하는 형태로 자리 잡았다가 현대에 들어서면서 이런 저런 이유로 이 미풍양속은 종적을 감췄다.

지수현 교수는 “부모와 친구들이 성년례 주인공에게 한복을 갖춰 입히고 절차를 행하도록 하는 것은 , 새로운 세상을 향한 시선을 함양하는데 필요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며, “조상들이 지켜오면서 전승하고자 했던 ‘홍익정신’, ‘재세이화’를 실천하고, 이런 영성이 깃든 성년례를 널리 알리는 계기였기에 느꺼웠던 날이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익산의 한복, 들어보셨나요”

한복이 글로벌 패션 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아이돌 그룹 블랙핑크부터 BTS까지 K-팝 한류의 주역들이 다양하게 한복을 입고 나오며 전 세계 눈길을 끈 것이다.

전문가들은 한복이 한류의 본류에 진입한 이유로 아름다운 선과 색을 든다. 눈부시지 않고 은근한 매력의 색감과,  어깨로 흘러내리는 듯한 저고리의 깃이나 단아해 보이는 주름 잡힌 치마 등에서 직선과 곡선의 절묘한 조화의 극치를 감상해 보라고 한다.

특히 평면적인 한복은 입체적인 서양 옷과는 달리 몸을 조이지 않아 자유로우며 창의적인 변주가 가능하고 누구와도 옷을 나눠입을 수 있는 덕을 지녔으니, 그런 우아미를 직접 체험토록 한 프로그램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 청명한 가을에 다채로운 한복을 미륵사지와 문화예술의거리 등에서 직접 만날 수 있다. 한복은 특별한 문화 전달 매체라는 점에서 보면 주최측이 실현하고자 하는 ‘백제  소환’은 상상 이상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재)익산문화관광재단(대표 문진호)은 익산시와 함께 문화체육관광부와 (재)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에서 주관하는 2021년 한복문화주간을 ‘고백(古百)한복 - 백제를 입다’를 주제로 16일부터 17일까지
미륵사지에서 진행한다.

이번 한복문화주간은 고대 백제의 한복양식을 전문가들에게 듣는 렉쳐콘서트와 한복을 입고 미션을 수행하며 백제를 알아가는 체험을 비롯해 “어서 와! 익산은 처음이지?” 관광프로그램 등 다채로운 공연과 퍼레이드를 준비했다.
 
또 사전 사진공모전을 통해 선정된 16개의 ‘나의 한복 이야기’는 오는 16일까지 익산역 서부역 통로와 익산문화관광재단 홈페이지를 통해 온?오프라인으로 전시된다.  이와 함께  25개의 한복을 현대스타일로 리폼한 의상도 같은 기간 같은 장소에서 전시된다.

오는 16일 백호는 한복 입은 여인의 모습을 현장에서 직접 드로잉 퍼포먼스로 선보이고, 생동감크루는  한복의 단아하고 화려한 이미지를 영상으로 승화시킨 천고무를 선보이며, 17일에는 라라밴드와 백제마술사 이경재가 미륵사지 특별 공연 무대에 오른다.
 
이번 한국주간의 방점은 ‘한복’을 매개로 고대부터 근 현대에 이르는 익산의 역사문화적 가치를 높이고,  관광객에게 시대를 넘나드는 ‘한복문화’ 향유 기회를 제공한다는 데 있다. 한복과 함께 떠나는 여행, 한복을 입고 떠나는 허균의 유배지 함열의 도문대작, 맛 기행과 영상, 한옥숙박 체험으로 특별한 추억 만들기, 해설사와 함께 걷기, 명상을 통한 힐링 타임 등은 그 일환이다.

“왜 법정문화도시 인가”

법정문화도시는 통합을 지향한다. 물리적·사회적·인위적인 통합이 아니다. 다양성과 개방성, 포용성 등을 토대로 서로의 차이를 존중하는 통합이다.

따라서 법정도시를 꿈꾸는 자치단체는 주체와 객체, 수혜자와 공급자로 분리된 정책이 아닌 문화적 일상이 에너지가 되는 역동적 도시로 이전 할 수 있도록 개인과 개인이 이어지는 도시문화환경을 먼저 조성해야 한다.

구성원들의 풍요로운 문화활동이 도시의 생명력이 되기 때문이다. 문화관광재단 같은 문화기획집단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강화하고, 시민주체의 거버넌스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그 전제 조건이다.

역사의 현재화를 비롯한 문화 관광도시 융합발전은 도시 전역의 문화적 교류와 연대, 공존과 포용을 자양분 삼았을 때 가능해진다. 익산시를 역동적인 문화도시로 정착시키고 전통과 역사, 지리적 특성을 활용한 글로벌 문화거점으로 만들어가는 방향성이다.

공인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