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활용도 낮고 유지‧보수비 높거나 부적합한 시설을 주로 폐지” 해명

익산시가 수도산 공원 조성계획의 주요 테마시설들을 폐지하자 민간특례사업(공원개발 및 아파트 건설)의 취지가 퇴색됐다는 반발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당초 사업계획에서 공원시설을 삭제한 데 따라 공원조성사업비도 크게 절감되는데, 이는 민간사업자에게 특혜를 주기 위해 공원시설계획을 축소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의 배경이 되고 있다.

익산시는 지난 7월 29일 민간특례사업(민간사업자가 공원을 개발해 익산시에 기부채납하고 대신 아파트를 건설해 수익을 창출하는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는 수도산공원 조성계획 일부를 변경‧고시했다. 민간사업자의 제안에 따라 반영한 각종 도시계획시설을 폐지하고 녹지 비율을 높이는 것이 그 취지다. 주요 내용을 보면, 익산시가 당초 ‘명품 숲세권’ 홍보에 열을 올리며 내세웠던 대부분의 ‘수도산공원 테마’시설을 폐지하는 것인데, 도로 및 광장에 조성할 계획이었던 489㎡의 숲속도서관마당, 963㎡의 조경시설의 탄생석정원, 2,071㎡에 달하는 조경 및 수경시설, 502㎡의 유희시설인 백제자연놀이터, 635㎡의 교양시설인 숲속도서관, 1,031㎡의 체력단련 공간 2‧3‧4‧5, 253㎡의 생태학습장, 253㎡의 민속놀이마당 등이 공원조성계획에서 삭제되며, 당초 공원조성계획보다 6,028㎡(1,800평)의 녹지가 늘어난다.

해당 시설 계획을 삭제하는 순간 익산시가 당초 내세웠던 수도산공원을 특정하는 테마가 대부분 사라지고 민간사업자가 투입 할 계획이었던 공원조성사업비도 절감된다. 순전히 민간사업자에게 특혜를 안겨주기 위해 공원조성계획을 축소했다는 의혹이 고조되는 이유다.

특히 익산시의 명품 숲세권 홍보에 혹해 수도산 공원내 ‘제일 풍경채’를 분양받은 입주예정자들은 익산시와 민간사업자가 작당한 사기분양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또 총 공원면적 중 70%를 민간사업자가 개발해 익산시에 기부채납하고 30%에 아파트를 건설해 수익을 가져가도록 하는 민간특례사업 방식에 대한 비판 여론이 확산되면서 ‘민간특례사업= 대장동 사건 판박이’론도 대두되고 있다.

익산시는 5곳의 도시공원을 테마별로 개발하는 민간특례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수도산공원의 컨셉은 ‘남부권 복합커뮤니티공간 조성’이다. 주요 내용을 보면, 시민들의 모임과 교류의 장소인 수도광장과 아이들 교육의 장이 될 체험학습형 수생비오톱을 갖춘 생태학습장 등의 ‘자연생태공원’, 삶의 질을 향상시킬 복합문화센터 및 복합문화센터와 연계한 백제광장 등의 ‘문화중심공원’, 백제를 주제로 전통담장과 역사의 길 등을 조성하는 ‘백제정원’, 전통놀이 체험으로 옛 문화를 경험할 민속놀이마당이 조성될 ‘체험학습공원’ 등이다.

수도산 공원에 건설하는 제일 풍경채에 입주 할 날을 기다리고 있는 대다수 주민들은 “수도산공원을 특성화하는 시설계획을 대부분 폐지해 일반 공원에 불과하게 됐는데 무슨 명품 숲세권이냐”며 “이렇게 중요한 결정을 내리면서 풍경채의 입주예정자 1,500여 세대와 동산동, 마동 주민들의 의견을 듣는 공청회조차 열지 않은 것은 심각한 밀실행정이다”고 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입주예정자 A씨는 “분양할때는 숲세권이라고 홍보해놓고 활용도가 높은 운동시설, 휴게시설, 놀이시설, 조경시설 등을 다 빼버린 공원이라니 이게 누구를 위한 행정이냐”고 반문했다.

입주 예정자 B씨는 “수도산 공원이 잘 꾸며진다는 말을 듣고 분양을 받았는데, 기존 시설들을 없애는 변경인가를 보고 참으로 허탈했다. 이것이 보통 공원이지 특성화된 공원이냐. 건설사 측은 우리 얘기를 들으려고도 하지 않고 익산시는 이런 결정을 하면서 우리 의견을 들어보지도 않았다. 시민들이 호구냐. 이번 변경 승인을 취하하라”고 촉구했다.

입주 예정자 C씨는 “당초에 계획된 대로 하지 않고 아파트를 분양 한 후에 주요시설들을 폐지시킨 것은 입주민과 공원을 이용 할 주민들을 우롱하는 처사다. 안타깝고 속았다는 생각에 너무나 분하다. 익산시가 이런저런 포장을 하고 있지만 속내는 대형 건설사를 걱정해서 원자재 상승에 따른 손해를 보전해 주기위해 시설물을 폐지한 것이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익산시 관계자는 “숲속 도서관 및 체력단련시설은 복합문화센터 안으로 옮기고, 활용도가 낮거나 유지‧보수비가 많이 드는 시설들과 환경상 부적절한 시설을 주로 폐지했다”며 “시설 폐지에 따라 절감되는 공원조성사업비는 익산시에서 계략적으로만 알고 있어 당장 밝히기 어렵고, 민간사업자와 협의한 후에 밝히겠다”고 공개를 유보했다.

한편 수도산 공원은 익산시 금강동 산 27-9 일원 408,087㎡이며, 민간특례사업 면적은 357,151㎡이다. 사업부지 가운데 76.7%에 해당하는 273,856㎡의 공원을 개발하고, 23.3%에 해당하는 83.295㎡에는 아파트(제일 풍경채)를 건설하며, 아파트 분양은 완료된 상태이다.

공인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