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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보조금 성과평가 시스템

▲ ‘매우미흡’ 사업에 오히려 지원예산 증액

‘의무할당제’가 현장과 평정 사이를 교란
보조금관리위 구성‧운영 전면 재정비해야

지방보조금 성과평가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효율적인 재정운영’ 취지를 퇴색시키고 있다. 실질적인 지방보조금 평가를 위해서는 등급별 의무할당제를 폐지하고, 지방보조금 관리위원회를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하는 등 전면 재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익산시의 지방보조사업 성과평가는 사업부서별 셀프평가 단계에서 ‘매우우수’와 ‘우수’ ‘보통’ ‘미흡’ ‘매우미흡’ 등 총 5등급을 골고루 배분해야 하는 의무할당방식으로 실제 성과평가와 동떨어진 작위적 결과지를 부추기고 있다.

행정안전부의 지방보조금 관리기준 예시에 따라 익산시가 정한 기준에 따르면 ‘매우우수’와 ‘우수’ ‘보통’의 비중은 70%로 계속지원대상이 되며 ‘미흡’과 ‘매우미흡’의 비중은 각각 10%와 20%로 삭감 또는 지원 중단대상이 된다.

그런데 사업부서의 자체평가 결과, 전년도에 ‘미흡’이나 ‘매우 미흡’ 평가를 받은 사업 예산이 감액되기는커녕 오히려 증가한 사례가 발생하는 등 형식적인 성과평가 결과들이 빈발하면서 자체평가에 대한 불신을 낳고 있다.

농산유통과의 ‘소규모 농산물 저온저장고 지원사업’의 경우 2021년 성과평가에서‘미흡’이었으나 2022년 본예산 편성금액은 오히려 전년도 9천7백만원보다 55% 상향된 1억5천만원이 편성됐다.

익산시 관계자에 따르면 이는 농촌지원사업을 심의하는 희망농정위원회가 해당 사업의 예산을 증액해달라고 요청한데 따른 것이다. ‘소규모 농산물 저온저장고 지원사업’은 농가에서 저온저장고를 설치하고자 하는 농가에 익산시가 300만원을 지원하고 농가에서 300만원을 부담해 3평 규모의 저온저장고를 설치하는 사업인데, 저온저장고가 있는 농가는 농산물 출하시기를 조절 할 수 있어 소득증대에 실질적인 도움을 얻는 효과 때문에 가장 선호하는 사업이라는 게 희망농정회의의 평가다.

이 같이 현장과 다른 성과평가 결과는 5등급을 골고루 배분해야 하는 의무할당제에서 비롯한다. 이는 셀프평가의 공신력을 높이기 위해 등급을 조작하는 의무할당제를 폐지하고 현장 중심의 성과평가를 시행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불렀다.

특히, 익산시는 지원사업들의 성과평가 오류를 최소화하기 위해 현업부서의 평가 결과를 취합해 총괄평가로 거른 뒤 이를 ‘익산시 지방보조금관리위원회’에 상정해 최종 평정하는 절차를 거치는데, ‘소규모 농산물 저온저장고 지원사업’에 대한 현업부서의 성과평가와 ‘익산시 지방보조금관리위원회’의 평정의 경우 현장에서 농촌지원사업을 심의하는 희망농정위원회에 의해 부정되거나 재조정 되면서 ‘익산시 지방보조금관리위원회’의 구성과 운영이 부적합하거나 부적절하다는 지적을 불렀다.

실제로, 2010년부터 시작 된 ‘익산시 소규모 농산물 저온저장고 지원사업’은 올해까지 총 305개의 저온저장고를 지원했는데, 연 평균 36곳 정도 지원하던 이 사업은 2020년 ‘매우 미흡’ 평가를 받았으나 희망농정회의의 조정에 따라 오히려 2021년에는 50개소로 늘어났다가 올해 45개로 재조정됐다. 이 사업은 또 농민들이 선호하다보니 매년 신청률이 증가하고 있고 올해는 90개 농가가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익산시 지방보조금 관리조례 제11조에 따르면, 지방보조금 관리에 관한 전문지식이 있는 대학교수, 정부출연기관 또는 지방자치단체출연기관에 소속된 박사학위 소지자로서 지방보조금에 관한 전문지식이 있는 사람, 실무경험이 있는 변호사·공인회계사·세무사 및 금융업무 전문가, 지방보조금 집행 및 보조사업 관리 경험이 있는 사업자 단체 대표, 그 밖에 지방보조금에 관한 전문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 등으로 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

그런데 익산시가 구성한 지방보조금 관리위원회 위원들을 보면, 당연직 공무원(기획안전국장, 복지교육국장, 바이오농정국장)을 제외하고 경영학과 교수 2인, 사회복지학과 1인, 사범대 교수 2인, 법정전문대학원 교수1인, 농대 교수1인, 사회단체 회장들 한국부인회 1인, 생활개선연합회 1인, 걸스카우트 연맹 1인 등 전문성과 동떨어져 법과 조례의 본래 취지를 무색케 하고 있다는 지적을 낳고 있다.

익산시의 부실한 지원사업 성과평가 시스템 문제를 지적해 온 오임선 의원은 “사업자를 선정하고 관리하는 담당부서 입장에서는 스스로를 저평가 할 일은 거의 없고, 사업의 실제 성과평가와는 무관하게 마무리되는 사업이나 삭감해도 큰 저항이 없는 사업을 하위등급에 놓는가 하면, 반드시 필요한 사업은 어차피 예산이 확보될 것이기에 오히려 하위 등급을 부여하기도 한다”며 “지방보조금 심의위원회의 기능 강화로 미흡 사업에 대한 적극적인 패널티를 부여하는 가이드라인을 설정해 사후정산과 평가, 관리체계 강화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정헌율 시장은 그동안 보조금 관리에 미흡한 점을 인정하면서도, 지방보조금의 특성상 계속 지원되던 사업이 중단될 경우 저항이 거세 개혁이 어렵다는 모호한 입장을 취해, ‘정치적 이해관계나 관행적 사업수행 등 비효율적인 선심성 예산’을 저항을 핑계로 편성하면서 건전재정을 망치겠다는 것이냐는 반발을 불렀다.

익산시 관계자는 이에 대해 “객관적인 성과평가를 위한 개선을 현재 준비 중이다”며 “지적되는 부분의 반영과 공감대 형성을 통해 충실한 보조금관리에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공인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