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과다대출 손실 20억, 심사하고 결제한 김봉학 조합장 “난 몰랐다”

위급환자 업소차량으로 이동
인사위, 중앙회 결정 무시

“코로나가 엄중한 시국에 임원들을 거느리고 여수까지 업무연찬을 가서 임원 중 한 명이 사망해 그 책임이 작지 않고, 재임 중에 부실·과다대출로 확정손실과 경매 진행 중인 것을 합쳐 조합에 20억 손실을 안기고, 일선 담당자에 대한 재판은 지금도 진행중인데 총괄책임자인 김봉학 조합장은 사퇴하기는커녕 지금까지 조합원들에게 어떠한 입장 표명도 하지 않고 있다는 게 말이 됩니까?”

불출마를 대내외에 표명해 왔던 4선(18년 째)의 익산원예농업협동조합(이하, 원협) 김봉학 조합장이 최근에 돌연 태도를 바꿔 주변에 출마의사를 표명하고 나서자, 수면 아래 가라앉아 있던 김봉학 조합장의 책임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원협의 조합원과 관계자 등에 따르면 김봉학 조합장은 코로나19의 위험도가 연일 ‘매우 높음’상태였던 2021년 12월 14일과 15일 목포와 여수를 오가는 2박 3일 ‘임원 연찬회’를 강행했다. “다중이 모이는 행사를 하기에는 절대적으로 부적절한 시기이고, 꼭 해야 한다면 익산지역에서 할 일이지 돈을 외지에까지 나가서 쓰면서 굳이 ‘임원 여행’으로 오해받을 짓을 왜 하냐”는 비난을 무릅썼다.

임원 연찬회에는 당시 차기 조합장 후보로 거론되는 이사와 감사 등 4명을 포함한 임직원 등 13명이 참석했다. 그런데 이 중에는 심장 스텐트 시술을 받은 B모(72) 이사가 포함되어있었고 B모 이사는 연찬회 일정 중에 심장마비로 사망해 김봉학 조합장의 무책임한 행태가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지난 2021년 1월부터 12월 말까지 국내 코로나19 확진자는 57만111명으로 코로나 발생이래 전 기간 누적 확진자의 89.7%에 달하고 역대 최다 확진자수를 계속 경신하는 등 ‘대유행’ 시기다. 12월 초의 단기 확진자 치명률은 1.9%로 영국에 비해서도 5배에 이상 컸다. 12월 중순은 델타 변이가 우세종일 때 신규 확진자가 가장 많이 나온 시기이고, 12월 15일 하루 확진자는 7,800명을 넘었다. 특히 12월 5일부터 15일까지는 신규확진자 수 이동 평균 곡선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매우 높음’이 지속됐고 방역 당국이 긴급평가에 들어가는 등 감염확산에 대한 위기감이 극단적으로 고조됐다.

그러나 김봉학 조합장은 참석 대상자들 중 코로나19에 취약한 고위험군 환자가 있는지의 여부를 사전에 확인조차 하지 않았다. 원협의 오석원 상임이사는 “나와 조합장은 B 이사가 사망 한 뒤에야 심장 수술을 세 차례나 받았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원협의 일부 조합원들은 “B 이사의 병세나 수술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었고, B씨는 김봉학 조합장과 친구인데 몰랐을 리 없다”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조합원들은 또 B씨가 위급한 상황에 처했을 때 119 구급대를 기다리지 않고 업소 차량으로 이동 한 것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한다.

B씨는 15일 저녁 임원들과 함께 여수의 한 식당에서 대게 안주에 술을 마시고 맛사지샵으로 옮겨 맛사지를 받고 나오던 중에 숨가쁨과 어지럼 증세로 가슴을 틀어쥐고 주저앉아 “119를 불러달라”고 호소했는데, 이 상황을 지휘한 김봉학 조합장 등이 119를 불러 놓고도 돌연 B씨를 업소차량에 태워 병원으로 옮겼다. 이로 인해 B씨는 119 구급대원들의 응급처치를 받지 못했고, 이 때 이미 치명적인 손상을 입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오석원 상임이사는 “일단 119를 불렀는데 늦게 오는 것 같아서 B씨를 맛자지샵 차량으로 여수 시내 7~8분 거리의 병원으로 옮겼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조합원들은 “B씨가 이 때 사망하지는 않았지만 119를 기다리다가 업소차량에 태워 병원으로 이동하는 시간을 계산해 보면 어떻게 하든 심장마비 골든타임(4분)의 두 배 이상의 시간을 상실한 것”이라며, “일반사람들도 외출을 자제 할 만큼 심각한 코로나 상황을 뚫고 간 임원 연찬회가 값비싼 음식과 술에 맛사지를 받으며 흥청망청 즐기기 위한 것이었다는 사실이 공식화 될까봐 굳이 이미 부른 119를 기다리지 않고 업소 차량을 이용한 것 같다”는 의혹을 제기한다.

오석원 상임이사 등에 따르면 B씨는 J병원 응급실에 옮겨졌지만 코로나 때문에 아무도 병원에 들어가지 못해 B씨의 상태를 모르던 중에 B씨의 상태를 검진한 J병원 측 의사가 큰 병원(종합병원)으로 가보라고 했다. 오 상임이사는 “B씨의 아들과 상의한 끝에 B씨를 경남 진주에 있는 큰 병원으로 옮기기로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B씨는 이동 중이던 16일 새벽 1시께 사망했다.

오 상임이사는 ‘부적절한 시기의 임원 연찬회’ 지적에 대해 “나름대로 방역을 충분히 하면서 출발했고, 버스 안에서는 음식을 일절 먹지 않는 등 실내 소독을 철저히 했으며, 국가의 통제 안에서 예방수칙을 준수하며 임원 연찬회를 다녀왔다”고 해명하고, 사고 당일 B씨에게 문제가 생길 만큼 임원들이 같이 술을 마셨냐는 질문에 “김봉학 조합장도 동년배 친구인 B씨가 술을 많이 마실까봐 술 마시는 것을 자제했다”고 밝혔다.

초법적 원협 인사시스템

김봉학 조합장 또, 재임 기간에 20억원의 손실을 조합에 안기고도 “나는 몰랐다”고 발뺌하며 형사책임을 회피했고, 원협은 담당직원에게 초법적 책임을 물어 원성이 자자하다.

원협 영등지점은 대출사기단에 80억원을 대출해줬다가 20여억 원의 원금 손실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는데, 김봉학 조합장은 최고결정권자로 해당 대출서류에 서명했을 뿐만 아니라 법이 정하는 대출심사위원으로 해당 대출 심사에 참여했다.

해당 사고를 감사한 농협중앙회는 그 책임을 물어 김봉학 조합장에게 지휘촉구 변상금 1,500만원을 처분하고, 영등지점 대출 담당자 K씨에게는 6개월 정직 처분을 내렸다.

그런데 원협은 김봉학 조합장은 인사위원회에 회부 조차하지 않고, 농협중앙회가 처분한 K씨 징계 건을 심사하기 위해 열린 인사위원회에서는 농협중앙회의 처분을 인용하지 않고, K씨를 해고 처분하는 결정을 의결한 것이다.

한편 K씨는 1심과 항소심에서 원협측이 당초 고발한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 혐의 대해서는 무죄선고를 받았고, 원협측이 재판 도중 추가로 고발을 제기한 ‘사기 방조’와 ‘신용협동조합법위반’에 대해서는 유죄를 선고 받아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공인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