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억들인 시스템으로  40년간  고작 1억7,280만원어치 에너지 재생, "예산 낭비"

의혹
익산시가 신청사에 설치할 23억원짜리 지열 냉·난방 장치와 시스템 설치를 수의계약으로 발주해 특혜의혹이 나오는 가운데, 해당 신재생에너지 도입 비용이 건물의 내구연한(40년) 동안 기존 시청사에서 소비하는 냉·난방비용의 13배를 크게 웃도는 비효율성 때문에 예산낭비 논란이 일고 있다.

익산시는 지난 2022년 1월 27일 신청사 냉·난방의 일부 에너지 공급원인 지열히트펌프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해 우수조달제품으로 지정·고시된 제품 사업자들 중에서 'J사'를 선정해 수의1인 견적 계약을 의뢰했고, 같은 해 3월 초 조달청의 구매결정에 따라 익산시는 같은 달 'J사'와 '익산시 신청사 건립공사 관급자재(지열히트펌프시스템)조달구매 설치'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총액은 23억1,800만원이고 수의계약인 탓에 투찰률(예정 가격에 대한 낙찰 금액의 비율)은 92.29%에 달했다.

익산시는 이 같이 23억이 넘는 사업자 선정을 설계단계에서부터 일반경쟁이 아닌 수의계약 방식으로 추진해 특혜의혹을 사고 있다. 업계에서는 국내 해당 우수조달업체들의 지열히트펌프시스템 장치와 설치 기술력은 별다른 차이가 없고, 더구나 핵심 기술인 실외기(냉매공급 주 장치)는 대기업의 제품을 채용해서 쓰기 때문에 기술의 차별성이랄 게 없는데, '기술'을 중시해야 하기 때문에 우수조달사업자와 수의계약 했다는 익산시의 논리는 부당하다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익산시 관계자는 "땅 속 200미터를 뚫고 기계(지중열교환기) 및 관망을 설치하거나 (에너지변환장치에)연결하는 기술은 대동소이 하지만 'J사'는 국내에서 우수성을 인정받는 실외기인 'LG 지열 히트펌프'를 쓰기 때문에 선택한 것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조달우수 제품·기술과 업체 선택은 설계부서에서 했지만, 10억 이상은 계약부서의 심의를 받도록 되어있어 수의계약 여부와 관련해서는 계약부서의 심의결과(우수한 기술 필요)에 따라 결정한 것이고, 조달청도 수의시담(구매협의)을 거쳐 구매를 결정한 것이다"고 말했다.

예산낭비
익산시에 따르면 시가 도입한 지열히트펌프시스템으로 대체하는 전력은 연간 30만kwh 가량 된다. 이를 일반산업용 전력비인 1kw당 100원을 기준으로 환산하면 연간 360만원어치 정도의 재생에너지를 생산한다.

익산시에 따르면 기존 익산시 청사의 2019년 전력 사용비는 3천만 원가량 된다. 익산시는 신청사 냉·난방 시스템을 기존 청사에서 운영해온 방식을 채택했기 때문에 신청사의 전력사용비도 연간 3천만 원가량 될 것으로 설계했다. 이를 기준으로 지열히트펌프시스템이 재생하는 에너지 비용(연간 360만원)은 익산시가 소비하는 에너지 비용의 18%에 해당한다.

지열히트펌프시스템의 재생에너지 비용을 40년으로 환산하면 1억7,280만원이다. 통상의 일반 공공건물의 내구연한(수명)이 40년 인 것을 감안하면, 익산시는 건물의 수명이 다하는 날 까지 1억7,280만원어치의 재생에너지를 얻기 위해 23억1,800만원을 투입하는 꼴이다.

익산시 관계자는 이에 대해 "1천㎡가 넘어가는 공공건물 신축 시 일정비율의 신재생에너지 사용을 의무화하고 있고, 우리는 최근 적용되는 30%를 신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것으로 설계했다"며, "지열히트펌프시스템은 이중 18%를 담당하고 신청사의 지붕과 전면(남측) 창문에 설치하는 태양광이 12%를 차지한다"고 해명했다.

또 이 관계자에 따르면 익산시는 설계단계에서 에너지 효율을 검토했는데, 냉·난방 시스템을 흡수식 냉·온수기로 할 경우 연간 2천만원어치 가량의 재생에너지를 얻을 수 있었지만, 성능이 안 좋아 기존 청사에서 쓰고 있는 성능 좋은 시스템 에어컨을 채택하는 바람에 재생하는 에너지량이 적은 시스템을 도입하게  됐다.

한편 지열히트펌프시스템은 지중열교환기, 지열히트펌프, 실내냉난방, 배관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매설한 지중열교환기와 에너지변환장치인 지열히트펌프를 연결해 열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건축물의 냉난방에 활용한다.
공인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