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 수뇌부가 시정 성과를 홍보하기 위해 불법 현수막 게시를 주도했다 특히 이 같은 불법 행위에 공무원들을 앞세워 공무를 방해했다. 도덕적 해이를 조장하는 권력남용이 공직사회 내부와 시민들의 입길에 올랐다.

정부는 지난 16일 국가식품클러스터 2단계를 신규 국가첨단산업단지 후보지로 선정했다. 이후 익산시의 주요 사거리와 도로변에는 이를 자축하는 현수막들이 걸리기 시작했는데, 며칠 새에 어림잡아 수백 개에 이르는 현수막이 나무와 나무, 가로등과 가로등 사이를 가리고 난간을 덮었다.

이는 익산시 정책조정협의회가 본청 각 부서와 일선 읍면동별로 축하 현수막 게시를 할당한 결과다. 공무원들은 관할 기관 및 단체에 현수막 게시를 종용하는 일에 매달렸고, 이 과정에서 공직사회와 자생단체 내부에서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복수 이상의 공무원들은 "아무리 직간접적으로 행정의 도움을 받는 기관이고 단체라고 하지만, 기본적인 것을 넘어 그보다 훨씬 많은 현수막을 걸라고 설득하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고, 그런 일은 시기를 다투기 때문에 기본적인 일과 병행해서 할 수 없어 업무 외의 일에 매달리다 보니 기본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다"고 토로했다.

일부 자생단체는 "익산시는 축하해야 할 너무 많은 도시다"면서 "현수막 제작비가 장당 5만원인데 부담스럽지 않을 수 없다. 값비싼 쓰레기를 대량으로 만드는 일에 행정이 앞장서는 것이 바람직한 일인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촉구했다.

일부 시민들은 "사실 우리는 국가식품클러스터 1단계가 익산시에 무슨 도움을 주는지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국가식품클러스터 2단계로 익산이라는 도시가 얼마나 발전할 지도 막연하다"며 "지금으로서는 익산시가 왜 저렇게 호들갑을 떠는지를 모르겠다"고 고개를 저었다.

시민들은 또 "국가식품크러스터 2단계를 축하하는 관변단체들의 현수막 옆에 같은 소식을 전하는 국회의원의 현수막이 나란히 걸려 있다. 저 축하 현수막들이 결국 정치적 목적을 띤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며 "결과적으로 관변단체들이나 공무원들이 정치적 홍보에 이용되고, 하물며 그런 행위가 불법이라면 책임져야 할 사람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에 대해 익산시공무원노동조합 한창훈 위원장은 "축하 현수막 게시를 할당 식으로 하는 것에 대해 어려움을 호소해 온 직원들이 있었고, 이렇게 하는 것은 아니다 싶어 기획안전국장에게 문제를 시정해 줄 것을 요구했다"며 "자치행정국장은 더 이상 않겠다고 했으며, 이후에 더는 강요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현수막을 게시하도록 전통한 익산시 담당자는 "국가식품클러스터 2단계 선정은 익산시의 경사이고 자랑거리다"며 "시민들이 자부심을 갖도록 더 많은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각 자생단체별로 현수막을 게시할 것을 독려하도록 각 부서에 지시한 것은 맞지만 할당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익산시 현수막 관리부서는 해당 현수막 게시와 관련 "불법 현수막이 많이 걸린 것은 알고 있지만 몇 개가 걸려 있는지는 모른다"며 "불법 현수막과 관련한 시민들의 문의전화가 많아 빠른 시일내에 철거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공인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