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질의 일자리 선순환 구조는 유망한 제조업체들이 견인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핵심 축은 제조업이다. 하지만 익산시의 산업단지와 개별입지에서 가동 중인 상당부분의 제조업체에서는 청년들이 선호하는 일자리를 찾기 어렵다. 급격한 인구유출을 막아야 할 익산시의 입장에서는 산업구조 혁신이 선결과제다.

고용시장 전문가들에 따르면 익산에는 수도권 기업과의 분위별 상대임금 격차가 적은 기업 수가 미미하고,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하는 제조업 수는 극미한 수준이다. 2020년 말 현재 비수도권 대비 비수도권의 1분위(인구 총 소득의 하위 10%)와 5분위(인구 총 소득의 중위 10%) 상대임금 격차는 2배 이상 증가했다. 이 같은 지역간 불평등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제조업이 경쟁력을 갖기 어려운 지역의 한계 때문에 산단 분양 초기부터 노동집약적 산업 중심의 창업이 대종을 이룬데다, 대다수 주력제조업이 제품 가격 및 기술경쟁력을 극복하지 못한 채 쇠퇴 일로를 걸으면서, 대규모의 고용감소를 겪었고, 도산한 업체도 속출한 탓이다.

이 같은 익산의 고용시장 추이는 20~30대 청년층의 수도권 순유입을 부추겼고, 전통적인 제조업의 생산직 부문 30~50대의 남성으로 대표되는 양질의 중간숙련 일자리를 해체했다. 섬유와 보석 산업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익산시는 인구유출을 막기 위해 다양한 일자리정책을 펴고 있지만 ‘언 발에 오줌 누기식’의 틀에 갇혀 있다. 또 지자체 행정은 지역 기업의 일자리 구조개선을 ‘남의 일’로 선을 긋고 있다. 이는 인구구조나 지역 경제구조의 변화를 촉진하지 못하고 수도권을 지향하는 지역주체의 행동양식을 변화시키지 못하는 원인이다.

‘소멸도시’와 ‘인구절벽’은 기존 일자리정책의 패러다임을 혁명적으로 바꿀 것을 요구한다. 선택적인 기업유치, 대안적인 일자리 모델 창출, 지역노동시장 유형별 일자리 확대 정책수단 시행 등의 기능 도입은 이제 더 이상 익산시 밖의 일이 아니다.

특히 익산시가 우수 일자리 창출과 개선 정책을 개혁적으로 마련하고 추진해야 할 이유는 최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지역고용 활성화 계획’에 압축되어 있다.

이 계획은 지역이 권한을 갖고 주도하는 '지역 주도 일자리 사업'을 체계화하고 확대해 지역의 주력산업 일자리 창출 및 신산업 육성을 적극 지원한다는 목표를 담고 있다. 재정투자의 효율성을 높이면서 양질의 지역 일자리 창출을 극대화하겠다는 것이다.고용노동부는 지역의 고용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 ‘노동전환 분석센터’를 통해 지역별 일자리상황을 상시 모니터링하고, 고용 위기가 우려되는 지역과 기업에게는 ‘고용안정 선제대응 패키지사업’, ‘산업구조변화 특화훈련’, ‘노동전환장려금’ 등을 통해 근로자의 직무전환 등을 중점 지원한다.또 자치단체의 일자리사업 성과를 높일 수 있도록 컨설팅과 교육 등 지원을 강화하고, 체계적인 평가시스템도 도입한다.이 계획은 궁극적으로 중앙정부가 주도하여 공공일자리나 단기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산업?기업이 필요로 하는 지원을 제공해 지속가능한 지역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의도를 담고 있다.

이에 따라 익산시에는 소멸도시에 대응하는 조직개편이 요구된다. 일자리정책 패러다임의 공격적인 전환,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기업유치, 특화산업 관련 창업 및 육성과 관내 강소기업에 대한 파격적인 인센티브 제공, 지속가능한 관리체계 구축을 위한 업무의 일원화 등을 위해서다. 이는 궁극적으로 일자리 정책 비용의 효율을 높이게 된다.

유인전략, 기업 이익의 집적화

익산은 교통요충지라는 특장점을 지닌 도시이지만 이윤 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이 이전을 고려하도록 유인할 가치는 빈약하다. 무엇보다 대학과 기업, 인재가 몰린 수도권의 집적 이익을 넘어설 경쟁력이 없다.

무엇보다 지식과 지식을 소유하는 주체인 인적자원의 조직화와 네트워킹 등의 지역혁신체제가 구축되어 있지 않다.

전문가들은 수도권 기업의 본사와 연구개발 시설을 이전 할 수 있도록 지자체가 지역대학을 육성하고 산업을 특화하는 등 기업 이익의 집적화 프로젝트를 장기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미래가치와 양질의 일자리를 담보하는 기업에 특화 산단 부지를 미국처럼 무상으로 주거나 지방세를 전부 면제해 주는 등의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도 긴요하다는 제언이다. 단, 이 같은 이전 혜택에는 기업이 지역인재 고용과 고용규모 이행 및 유지를 이행하고, 지자체에 고용상태 간섭권을 주는 등 책임이 전제돼야 한다는 조언이다.이런 견지에서 전문가들은 익산시의 경우 인수공통전염병연구소 등의 연구기관과 한창 조성되고 있는 그린바이오 벤처캠퍼스, 전북대 익산캠퍼스 및 원광대학교를 통한 인재 양성과 바이오산업 관련 산업단지를 조성하고 생명공학 분야 유망산업을 집중 육성하는 등 특화에 주력한다면 관련 산업의 집적화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의 한 축을 세울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한다.  
또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전 기업의 정착률을 높이기 위해선 단순히 기업 이전 외에도 생활 전반의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한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수도권 기업이 지역으로 이전해도 배우자 직장, 자녀 교육 등의 문제 때문에 초기에는 정착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청년인구가 장기적으로 지역에 정착할 수 있도록 보육환경, 교육, 의료, 문화 등 생활 전반 수준을 개선하는 종합 대책이 필요하다.

기업과 지역의 상생형 모델

최근 기업과 지역의 다양한 경제주체 및 지자체 등 참여주체간 상생협약을 통해 지역 명을 붙인 일자리를 창출하고, 기업의 지역투자를 촉진하며, 지속적인 고용안정과 고용환경 개선에 나서고 있다. 이 사업은 정부의 지원을 받아 산업 및 정주환경 기반을 개선하는 등 인구유인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 비수도권 지자체의 새로운 일자리 모델로 부상하고 있다.

이웃 군산시에서는 지역의 주력 산업 쇠퇴에 따른 고용과 지역소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기업과 지역이 상생 협약을 체결해 이행되는 ‘군산형 일자리 사업’이 순항하고 있다.

전기자동차 생산과 중간임금에 집중된 일자리를 통해 다수의 고용을 창출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며, 다시 지역경제가 공단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하는 선순환 구조를 갖추는 모델이다.

군산형 고용체제는 환경, 일자리, 작동 방식 등 세 가지 구성요소로 이루어진다. 그중에서 임금, 고용, 노동시간의 관계를 규정하는 제도와 준칙을 담은 일자리의 작동 방식이 핵심을 차지한다.

신규 고용은 내년까지 총 1,624명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군산형 일자리사업 당년인 2021년 11월까지 명신 265명, 에디슨모터스 83명, 코스텍 4명을 합쳐 352명이 신규 채용됐다. 임금은 전북 제조업체 평균 임금수준에 맞췄다.

익산시는 농식품산업을 모델로 하는 ‘익산형 일자리’ 사업계획서를 마련해 지난 해 11월 27일 정부에 상생형 일자리 지정 신청서를 제출해 기대를 모은다.

익산형 일자리는 기업과 지역의 동반 성장이 핵심으로 전국 최초의 농식품산업 및 노사 상생 모델이다. 지역사회가 직면한 위기를 행정, 대기업, 중소기업, 농민단체, 대학 등이 연대해 돌파구를 찾는 방식이다.

익산 향토기업인 하림그룹과 식품 중소기업들이 신선하고 건강한 원재료를 지역에서 조달해 소비자 신뢰를 확보하고, 농가는 다년간의 계약재배로 안정적인 수요처를 만들어 소득을 높이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하림그룹은 2025년까지 국가식품클러스터 산업단지 내에 2398억 원을 투자해 하림푸드를 설립하고 230명을 채용한다. 익산 제4산업단지에 입주해 있는 계열사인 하림산업과 HS푸드의 시설투자도 동시에 이루어지며 345명이 채용된다. 이 같은 투자를 포함해 하림그룹은 총 3625억 원을 투자한다.익산시는 익산형 일자리 지정이 연내에 마무리되면 향후 5년 동안 32개 사업에 3668억 원(시비 824억 원)이 지원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 자금은 국가식품클러스터 주변 도로 등 기반시설 조성과 행복주택을 짓는 등의 정주여건 개선 등에 사용된다.
경쟁력 높일 선순환 모델

전문가들에 따르면 소멸 위기에 놓여있는 지자체는 핵심기술 연구를 수행하고 성장동력을 확보할 연구인프라와 기술 개발을 지원해야 한다. 지역기업의 수요에 대응하는 우수 지역인재 육성을 통해 지역경쟁력을 높이고 지역 발전의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데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 지역대학 교육혁신을 통해 대학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이를 기반으로 청년의 지역 정착을 유도하는 인재양성 체계 기반을 구축하며, 지역 특화 산업 구축을 지원해야 한다.

이와 함께 관내 기업의 본사와 연구소 이전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연구개발은 수도권에서 하고 공장과 생산 기능은 지방이 담당하는 제조업 구조에서 제조업의 위기는 곧 지방의 위기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맥락에서 익산시·한국농업기술진흥원·익산엘이디산업단지개발(주) 등이 함열농공단지 부지내 8,484평에 건립하고 있는 그린바이오 벤처캠퍼스의 성패는 익산시의 미래형 일자리 정책의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비 231억원 등 총 사업비 264억원이 투입돼 내년 중에 준공할 예정인데, 이 그린바이오 벤처캠퍼스는 생명공학 분야 미래 5대 유망산업인 마이크로바이옴(미생물 산업), 대체식품·메디푸드, 종자, 동물용 의약품, 곤충 등 생명소재 산업화를 위한 전문 연구기관이다.

이 캠퍼스가 건립되면 국내 유수의 관련 벤처기업들이 입주해 연구와 실험 등을 통해 역량을 강화하고, 사업화를 이루어나가게 된다. 이 캠퍼스는 그린바이오 분야의 유망 벤처·창업 기업을 발굴해 전문 연구·제작·장비·공간을 제공하고, 창업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혁신거점 역할에도 나선다. 이에 따라 벤처지원시설, 연구·실험시설, 운영지원시설 등이 들어서게 된다.

이 같이 농생명 분야의 벤처·창업 생태계가 구축되면 이 캠퍼스는 세계시장을 선도하는 기업들의 요람으로 발돋움함 할 것이라는 기대를 모은다.

공인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