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가 다시 시작된 지도 1991년 제1기 지방의회가 구성된 이후 20년 가까이 되었다. 그렇지만 허상(虛像)만 가득할 뿐 풀뿌리 민주주의의 실습장으로서 지역 주민이 주인이 되는 진정한 지방자치는 요원하다.

지방자치의 시작은 지방의회이다. 요즘도 자치단체(집행부)의 장(長)을 직선으로 선출하지 않는 경우의 나라는 많지만, 지방의회 구성을 직선으로 하지 않는 나라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언제까지 지역주민이 대의제의 허상으로 홀대받을 것인가? 이제 지역시회단체와 지역주민들은 지방의회의 변화뿐만 아니라 지방자치와 민주주의를 위해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어야 한다.

익산시의 정치와 행정은 20년의 세월 속에서도 완숙한 지방자치의 단계에 들어선 것이 아니고, 지방자치의 형식화 단계에 그대로 머물러 있다. 일부 사람들이 말하는 지방의회의 변화는  의원발의 조례의 증가 밖에 눈이 띄지 않고 있는 현실이다. 이에 지방선거 1년을 앞두고 익산시의회가 한걸음 더 성숙해지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를 짚어본다.

지방의회의 지위와 역할을 살펴보면, 헌법적, 법률적으로 보장하는 자치단체의 최고의사결정기관이자 자치입법기관, 주민대표기관이라는 지위를 갖고 있다. 그리고 지방자치단체의 주요 정책, 주민 부담과 관련한 사항, 지자체 운영에 관한 의사를 결정하고, 조례제정과 주민의 청원 처리 및 집행부 감시감독의 기능도 수행한다.

또한 주민과 지방자치단체 간 갈등을 해결하는 중재자의 역할도 맡는다. 그러나 지금까지 익산시 의회가 해온 기능에 대한 시민들이나 외부의 평가는 긍정적이지 않다. 오히려 ‘무능한 의회’와 ‘온정주의적 의회’라는 인식이 강하고, 지방자치단체(집행부)의 밀월과 유착을 우려하고 염려하는 지역 주민들의 시각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하지만 익산시 의회의 문제점을 의원 개개인에게 모두 돌리기엔 과도한 측면이 있다. 의회의 변화와 발전을 제약하는 미비한 제도, 운영의 문제들도 같이 평가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민선 5기 지난 3년의 익산시의회의 의안 처리 활동을 보면 342건의 의안이 접수되어 원안가결 210건, 수정가결 114건, 부결 2건, 폐기 4건, 철회 5건, 계류 7건으로 나타나고 있다. 의안들은 각 소속 담당 3개 상임위원회로 나누어져 보고와 토론, 의결과정을 거쳐 본회의에 상정 통과되는데 의회의 여러 문제는 이 상임위원회 과정에서 발생된다.

지난 3년 동안 익산시의회에 올라 온 의원 안 중 상임위원회에서 보류되었다가 수정처리 된 의안들에서 공무원 조직개편, 웅포 골프장 회원권 매입, 금마다목적 체육관 건립, 신동 청소년 유스호스텔 건립, 공공영상미디어센터 설치 등이 처리되는 상황은 익산시의회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보석박물관, 마한관, 웅포관광단지(골프장) 조성 등 민선 3,4기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이는, 지역주민들의 문제제기에서 비롯한 의원들의 문제의식이 투영된 의안의 경우 분명한 지역사회적인 문제를 일으키고 성과 또한 없었다는 경험들을 간과한 결과가 아닌가 한다.

특히 공무원 조직개편의 경우 기업형 팀제에 대한 다양한 문제제기를 뒤로한 채 집행부의 발목잡기라는 외부의 시각을 우려해 통과시켜 놓고 일 년 다시 조직개편의 문제가 불거지고 본래상태로 전환된 조직개편안을 통과시키면서도 혈세의 낭비에 대한 대 시민 공식적 사과나 정책실패 공무원의 문책 등 제대로 요구하지 못한 것이 '지방의회 무용론’을 증명하는 시의회의 모습은 아니었나 생각된다.

익산시의회를 보면 예전부터 지역의원의 지역사업에 대한 ‘온정주의’와‘가족주의’적인 사고가 팽배하다. 금마 마한관, 웅포 고분전시관, 왕궁유적 전시관, 웅포 농어민체육관, 금마 다목적체육관, 황등 석재전시관, 금마농공단지 등 익산시 전체적 상황과 효율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의원의 지역사업이라는 자기당착적인 사업에 혈세를 투여하는 일은 의원 자질의 문제를 포함하여 시정을 견제하는 시의회의 모습은 아니라는 시민의 시각도 있다.

또한, 의안의 상임위원회 의결 시 의원들의 비공개 간담회를 통한 의안에 대한 확정적 결정을 도출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다. 시의회 A 전문위원은 “의안에 대한 의원들의 이해도를 높이고 내부적 갈등요인을 상쇄하기 위해서 간담회가 필요하다”말했다.

그러나 익산시의회 B의원은 "의안처리에 있어  사안에 대한 상임위원회의 공식적 발언을 자제하는 의원들이 비공개 간담회를 통해 소신을 말하기도 하지만 중요한 사안에 있어 속기(기록)가 가능한 상임위원회를 통한 의안처리와 비공개 간담회의 최소화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이를 볼 때 현재 익산시의회는 법률적 의미에서가 아니라 실제적 의미에서 의원 자신들이 의회 기능의 약화를 초래하고 있다. 이런 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먼저 의원이 자질로서 전체적 시정의 관점을 세우고 집행부 견제에 대한 역할과 시민들의 요구를 적극적 자세로 수용해야 한다는 여론이다.

그리고 지방의회의 통제력을 강화하기 위한 외부감사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이미 영국과 일본은 외부감사제도를 도입해 독립적으로 지방의회를 감사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지역정당 정치로 감사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집행부, 의회와는 독립된 외부감사위원회의 설치가 타당하다는 견해도 있다.

지방자치 실시이후 지방의회를 볼 때 제도가 완숙한 지방자치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의 참여와 훌륭한 지방의원들이 보다 나은 지역과 지방자치를 이끌어 낸다는 사실이다.
시민사회의 적극적 시정 참여와 시의원 개개인의 의식과 질적 변화가 무엇보다 절실한 때이다. /박정훈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