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는 원칙과 상식이 있어야 합니다" 지난 23일 익산시 의회 본회의장 단상에 선 김형화 의원의 반대토론 발언 중 한 대목이다. 그가 이 자리에 선 것은, 의회가 더이상 중요한 사안을 비공개 간담회에서 결정해서는 안 되겠다는 위기의식 때문이었다.

그는 제139회 익산시의회 1차 정례회 제2차 본회의에 상정된 예산결산위원회 선출의 건과 관련한 반대토론 첫 머리에서, 정식 회의와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 않고 간담회 석상에서 예결위 위원을 선정한 기획행정위원회의 일부 의원들의 부적절한 행태를 직격했다.

익산시 예산을 최종 심의하는 중책을 맡은 한 예산결산위원이 회의 기간 중 단 한번의 의사표명도 없다가 돌연 사퇴하고, 기획행정위원회는 이와 관련하여 단 한 차례의 정상적인 회의를 거치지 않고 몇 사람이 모인 비공식 간담회에서 임의로 예결위원을 선출한 것은 의회와 민주주의를 모독하는 처사라는 게 김의원의 생각이었다.      

김형화 의원은 "본회의장에 모든 의원들이 예결위 위원을 구성시켜주었는데 예결위원은 한번도 회의를 거치지 않고 사퇴하고, 다시 본회의에 상정한다는 것은 의결을 해준 의원들에 대한 모독이 아니냐"며 비정상적 예결위원 선임과정을 질타했다.

김 의원은 사퇴한 의원에 대해 "일신 상에 중대한 일이 발생했다든지 아니면 우리 의원들이 이해할 수 있는 일로 사퇴한다면 이해되지만 그렇지도 않으면서 사퇴하여 우리 스스로 의회의 기능을 무능화시키는 선례를 남기지 않는 것인지 생각해봐야겠다"고, 미심쩍은 사퇴의 배경을 지적했다. 

그는 반대토론 말미에서 "몇몇 소수 의원들의 욕심으로 인하여 의회의 역할과 기능이 저하되지 않기를 바란다" 면서, "시민에게 앞으로는 절대로 원칙과 상식에 벗어난 의회의 운영은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최종오 기획행정위원회 위원장은 이와 관련, "기획행정위원회 전체가 모이지 않고 위원장 독단으로 결정한 점은 인정한다"며, "4층 원탁에서 정식회의를 거치지 않고 간담회에서 예결위원을 선정하여 본회의까지 상정하게 되었다"고 시인했다.

이날 본회의에서는 이 안건에 대한 투표가 실시되었고, 참석의원 24명 중 "김세현 의원의 예결위원 사퇴를 받아들이고 오기주 의원을 선정하자"는 기획행정위원회의 의견이 찬성의견 13표, "안건을 부결시켜 원상 복귀시키자"는 김형화의원의 반대의견이 11표를 각각 얻어 결국 가결되었다. /오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