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재투표, 대리투표 원천무효’ VS 한나라당, ‘적법가결’
사진설명:국회 본청 앞에 집결한 언론 노조가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수개월 동안 여야 대치 끝에 7월 22일 한나라당 발의 미디어법이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을 통하여 강행 처리되었다.
앞서 국회는 문방위에 설치된 미디어법 의견조율 기구로 여야 추천 20명으로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를 구성하여 100일 시한부로 사회적 논의를 했으나, 활동종료 시한 8일을 앞두고 여론조사에 대한 견해차이로 파국을 맞은 바 있다.
하지만 수많은 여론조사를 통해서 국민의 60~70%가 일관되게 반대의사를 표명해온 미디어법을 날치기 통과시킨 것이다.
특히 방송법의 경우 의결정족수가 미달한 상태로 국회 부의장이 투표종료를 선언했음에도 불구하고 재투표까지 강행하면서. 한나라당 의원들끼리 대리투표가 이루어져 원천 무효 논란이 일고 있다.
이와 관련, 민주당 정세균 대표 등 의원직 집단사퇴와, 민주당은 소속 국회의원 일동으로 발표한 성명에서 “한나라당은 ‘대리투표’를 저질르고도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재투표까지 벌이는 중대한 잘못을 저질렀다.
방송법 수정안 재투표는 중대한 법적 하자로서 명백히 당연 무효이다. 민주당은 법적 대응을 포함한 모든 노력과 대한민국 민주주의와 언론자유를 수호하기 위하여 온몸을 던져 국민과 함께 투쟁할 것”을 결의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조윤선 대변인은 “일사부재의라는 것은 일단 표결이 성립 돼서 가결이건 부결이건 결론이 났을 때 다시 한 번 같은 사안에 대해서 표결할 수 없다는 원칙을 의미한다.
이번 사건의 경우 의장은 표결이 성립되지 않았음을 선포하고 다시 표결해줄 것을 선포했으므로 국회법에 따라서 적법하게 가결된 것”이라며 원천 무효논란을 일축했다.
미디어 구조의 지각변동
사진설명:국회에서 대치 상태에 있는 여야 의원들
한나라당이 22일 날치기 처리한 미디어법은 방송법과 신문법, 인터넷 멀티미디어방송(IPTV)사업법 등 세 가지다.
‘방송법’을 보면, △대기업과 신문사의 방송 지분 한도를 지상파 10%로 허용하지만, 2012년까지 경영 참여를 유예함 △종합편성채널과 보도전문채널은 각각 30%로 제한 함 △지상파(공중파), 종합편성채널, 보도전문채널에 대한 1인 지분은 40%까지 허용하고, 외국 자본의 종합편성채널과 보도전문채널 지분 소유는 20%까지 허용한다.
또한 미디어법은 사전 규제 장치로, 신문사의 방송 진출시 전체 발행부수, 유가 부수 등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구독률 20% 이상인 신문사는 진입을 금지한다.
사후 규제 장치로는 한 방송사의 시청 점유율이 30%를 넘지 못하게 하고, 초과할 경우 광고시간 제한이나 방송시간 일부 양도 등 조치를 취할 수 있으며, 신문사가 방송사를 겸영하거나 지분을 갖고 있을 때 신문 구독률을 일정한 범위 내에서 시청 점유율로 환산해 합산하는 매체합산 시청점유율 제도를 도입키로 했다.
‘사후 사전 규제 유명무실’
하지만 한나라당이 처리한 미디어법의 지분 소유 제한 및 사전·사후 규제가 실제로는 거의 유명무실하다는 여론이 대세이다.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민언련)은 “지상파 겸영은 2012년까지 유예하되, 지분소유는 10%까지 가능하도록 한 것은 겸영과 지분소유 구분의 실익이 없다는 점에서 ‘말장난’에 불과하며, 종합편성채널과 보도채널에 대해 30%까지 허용토록 한 것도 진입비용이 상대적으로 적은데다, 의무전송채널이며, 지상파에 비해 공익적 규제는 거의 없다는 점 때문에 조·중·동과 재벌에게는 오히려 지상파 방송보다 매력적이라”며 “구독률 25% 이하의 신문만 방송에 진출하도록 한 것도 현재 구독률이 20%를 넘는 곳은 한 곳도 없어 모든 신문사가 방송에 진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2008년 기준, 조선·중앙·동아일보의 구독률은 각각 11%, 9%, 8% 대로 알려져 있고, 구독점유율도 25%와 19%, 14% 수준이다.
민언련은 또한 “사후규제로 신문 방송 겸영 후 시청률 및 구독률 합계가 30%를 넘으면 광고제한 등의 규제조치도 지상파 각 사의 평균 시청률이 15%를 넘지 못하는 상황에서 합산비율 30%도 별 의미가 없다”고 했다,
신문법에 있어서 구독계약 강요나 무가지, 무상 경품 제공 금지 조항은 존속되었다. 그러나 한겨레와 경향신문 등은 “정부가‘공정거래법 및 시행령’에 규정되어 있는 신문고시를 사실상 무력화한 상태기 때문에 현실적으로는 신문시장 불공정 거래 행위 단속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실효성에 의문을 표시했다.
또한 한나라당 안은 일간신문이나 방송사가 다른 일간신문을 소유할 수 있다. 메이저신문이 지방지 등을 인수하는 것이 허용되는 것이다.
김환표 전북민언련 사무국장은 “신문고시를 위반하는 신문사에 대한 제재조치가 내려지지 않으면 신문시장은 무한경품과 무가지 경쟁으로 치달아 지역신문이 직격탄을 맞게 된다.
또한 방송 민영화로 지역방송은 중앙에서 만들어진 중계소로 전락 되고 대자본의 지역신문 인수는 중앙의 거대신문들이 지방의 목소리를 담아낼 수 없어 여론 다양성이 사라진다”고 우려했다.
‘여론 독과점’속에 ‘공공성 악화’우려
미디어법 통과의 최대 수혜자는 보수언론인 조중동으로 방송진출에 가장 적극적이다. 조선일보 등은 종합편성채널로의 진출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케이블TV 방식이지만 종합편성채널은 뉴스와 드라마, 오락 등 지상파와 같은 편성을 할 수 있어 지상파 못지 않은 영향력을 가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조선일보는 일부 기업과 방송진출의 파트너로 삼기 위해 오래전부터 물밑 접촉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종합편성채널의 초기 투자금만 수천억 원 가량 들 것으로 예상돼, 사실상 조중동만 방송을 설립할 수 있다.
따라서 이미 신문시장의 60%를 차지하고 있는 조중동 보수신문들이 방송까지 장악할 경우 여론 독점은 심각해지고 여론 다양성이 사라질 것은 자명하다. 또한 기존 법으로는 자산 10조원 미만의 기업만 가능했으나 한나라당 안은 삼성과 현대 같은 대기업도 방송에 진출할 수 있도록 했다.
한겨레신문은 “대기업의 방송 진출로 신문과 대기업이 결탁하면 지상파 20%, 종합편성채널·보도채널은 60%까지 소유할 수 있어, 방송에 대한 장악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며 “만약 신문사가 종합편성채널 진입 뒤 2012년 이후 지상파 지분까지 소유할 경우 여론장악력은 엄청날 것인데도, 이번 방송법은 이런 것을 막을 수 있는 제한규정이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조선일보는 사설에서“2008년 언론재단이 발표한 조사에서 전체 여론시장에서 KBS, MBC, SBS 지상파 3사의 영향력은 57%, 인터넷 포털이 21.4%, 3대신문(조중동)이 8.2%였다.
따라서 여론 독과점 문제는 신문이 아니라 지상파의 문제"라며 “야당과 방송사, 좌파단체들이 정권이 MBC 채널을 빼앗아 특정 신문에 넘겨주려고 밀약(密約)이라도 맺은 것처럼 허위 선전해 미디어법의 본질을 호도해왔다.
이번 미디어법 통과는 어떤 분야든 '개방'과 '경쟁'이 상식인 글로벌 시대에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된다는 구(舊)시대적 진입 장벽 하나가 일부라도 무너졌다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고 주장했다.
미디어법 통과 이후, '수신료 인상과 MBC 민영화 수순 밟기
지난 7월 14일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수신료 인상’과 함께 ‘방송공사법’을 발의하겠다고 했다.
앞서 KBS 이병순 사장도 “수신료 인상을 추진하겠다”고 수차례 언급 했다. 일각에서 방송공사법이 수신료 인상이란 ‘당근책’을 사용하여, KBS노조의 미디어법 통과 반대를 막고 통제와 채찍으로 길들이려는 정치적 의도로 보고 있다.
또한 방송공사법 추진을 MBC 민영화 수순 밟기로 보고 있다. 따라서 이번 미디어법 통과를 발판으로 MBC 민영화에 박차를 가해 권력이 통제하는 공영방송과 상업성이 극대화된 민영방송으로 만들어 사회적 감시와 비판이 사라진 방송구조를 만들 것이라는 시민들의 우려가 팽배해지고 있는 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 향후 일사천리로 진행 밝혀
주무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는 소통신문과의 통화에서 향후 종합편성채널과 보도채널 선정 절차를 최대한 빨리 진행시키겠다고 했다.
방통위는 8월경 방통위 안을 확정하고 그 안에 대하여 전문가와 공청회를 열어 최종안을 확정한 후 올 12월 안에 사업자 선정을 마무리 히겠다고 했다.
사업자는 사업 계획을 평가하는 비교 심사 방식으로 뽑되 사업규모는 지상파와 경쟁할 정도는 되어야 하고 경쟁방식으로 선정한다고 했다. 대기업과 컨소시엄 없이는 진입할 수 없는 대규모 자본이 필요한 것이다.
‘정권 퇴진 운동 불사’ 야당,시민사회단체 미디어법 원천 무효선언,
사진설명:미디어법 강행 처리에 몸싸움하는 의원들
한나라당의 미디어법 날치기 처리 및 대리투표를 두고 시민사회 전 영역에서 저항이 확산되고 있다.
야(野) 4당과 시민사회 단체들은 미디어법 통과 후 일제히 성명을 내고 “대리투표결과 부결된 안건의 재 표결은 완벽한 불법과 위법 행위로 원천무효”라며“모든 가능한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한나라당의 불법행위를 알릴 것이며, 정권 퇴진 투쟁을 하겠다”고 밝혀 향후 엄청난 후폭풍이 예상 된다.
야 4당은 7월 23일 언론악법 날치기 통과 재투표-대리투표 관련,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청구 및 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금자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