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 정신문화 그 양과 음
마한백제문화의 古都 익산. 석공예와 보석세공, 교육과 교통물류 중심도시 등 익산에 따라붙는 긍정적인 요소들은 의외로 많다. 그러나 이 같은 장점들은 비전으로 승화되지 못한 채, 떠나고 싶은 도시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부정적인 현상에 덮여 퇴색 된지 오래다. 영향력 있는 종교들의 혼재에도 불구하고 통합적 아우름을 주도할 정신적 지주가 없는 탓이다. 삭막한 도시 익산. 그 정신문화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새 방향타가 될 공동체 정신 회복에 기여코자 한다<편집자 주>
통일신라 이후 패자문화에 젖어 빛을 보지 못했던 익산의 문화유산은 너무나 오랜 침체기를 겪고있다. 두꺼운 먼지를 걷어내고 본연의 정체성을 재조명하며 공동체정신을 끈기있게 회복해 나갈 이 땅의 극소수 주인들은 자꾸만 무대를 떠나가고 있다.
마한백제문화를 지닌 풍성한 농경문화로 인해 넉넉했던 도읍 익산은 일제 강점기 수탈을 거쳐 피폐해졌지만, 1차 산업을 성장배경으로 산업의 도시로 재도약 하면서 성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떠나고 싶어 하는 도시가 된 것은 정신적인 지도가가 없기 때문이라는 여론이다. 혈연. 학연. 지연이라는 긍정적인 힘을 배경으로 하여 함께 도우며 살아가는 건강한 지역사회공동체를 이루어 낼 구심점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다양한 종교문화
익산시의 가장 큰 특징은 마한문화와 백제문화를 배경으로 한 ‘종교의 도시’이다. 이러한 백제문화의 뿌리인 종교문화는 무속신앙에 근간을 두고 있다. 한국 전체가 이러한 무속신앙에 깊은 뿌리를 두고 있듯이 익산의 정신문화 저편에는 현재까지도 자리하고 있는 문화가 무속문화이다. 이와 더불어 불교와 기독교와 원불교가 익산시민 정신문화의 일면을 이끌어 왔다.
통계청의 2005년 말 현재 익산시 종교인구 자료에 의하면, 당시 306,974명의 인구 중 종교인구가 177,138명(57.7%)이며, 종교없음 인구는 129,800명(42.3%)이었다. 17만 7천여 명의 종교인구 중 개신교 96,344명(54.3%), 천주교 34,260명(19.3%), 불교 29,289명(16.5%), 원불교 15,163명(8.8%) 그 외 기타, 유교, 천도교 , 증산교 순이었다. 30만 전체 인구대비 종교인구비율을 보면, 개신교가 익산시민의 31.4%를 차지하고 있어 1/3의 익산시민 인구를 기록하고 있다. 그 뒤로 천주교가 11.2%, 불교가 9.5%를 기록하고 있고 원불교는 5%밖에 차지하지 않고 있다.

지역 중심 사회, 공동체 문화 조성 가능성의 근원
30만 도농복합도시 익산은 서로 아는 사람과 연결되어 있어 아는 사람이면 무엇이든지 다 할 수 있는 장점과 그로 인한 단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익산을 이끌어가는 사람들은 서로가 서로를 아주 깊이 알 수 있는 사회구조를 가지고 있다.
익산은 또, 중앙시장, 남부시장, 북부시장, 동부시장을 중심으로 한 시장중심형 도시이다. 읍면으로는 황등, 함열, 금마, 여산이 시장의 기능을 수행하였다. 이렇게 시장중심형 공동체 문화는 당연히 혈연과 학연과 지연을 중심으로 사회가 움직일 수밖에 없다.
이같은 지역중심체적 장점을 살린다면 익산시 지역사회공동체를 회복하는데 이보다 더 강력한 자원은 없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반면, ‘배경 있으면 안 되는 것이 없고, 아무리 큰 잘못을 저질러도 배경을 우선 선점한 사람이 이기게 되는 사회가 익산사회’라는 지적을 심도있게 고찰해야 할 과제도 안고 있다.
부정한 방법을 동원 하더라도 배경이 강하거나 체계화 된 조직이 밀어붙이면 안되는 게 없고, 그 조직의 일원은 무서울 것이 없는 이른바 '조직 모리배' 형성이 가능한 곳이 익산이라는 목소리를 간과해서는 안된다.

방향성
천년고도 익산은 마한백제문화의 과거 역사문화를 배경으로 하여 무속신앙과 종교 그리고 혈연지연학연을 중심으로 한 시장공동체문화를 지니고 있다.
종교단체가 지역 중심적 사고와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것이 지역사회공동체 복원의 관건이다. 이런 관점에서 종교적 지도자의 역할은 익산에서 무엇보다 절실하다.

아래로부터의 변화도 이에 못지 않다. 메너리즘에 빠져 안주하고 있는 NGO들의 재생이야 말로 익산 정신문화의 허브를 재건하는 것이라는 요청이다. /오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