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직 꿈 버려.. 지목된 교사는 “그런 기억 없어 당혹”

교생 시즌 앞둔 교육현장에 경각심.. 제도적 대안 필요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미투(MeToo) 운동의 여파가 대학교를 포함해 지역사회 전반에 두루 번지는 가운데, 과거 교생실습 도중 교직원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피해자가 나타나며 고등학교 교육현장까지 그 범위가 확장됐다.

교생실습 기간이 시작되는 4월을 앞두고 이와 같은 피해사례가 밝혀지면서 전라북도교육청을 비롯해 각 학교에 이와 같은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 대안이 요구되고 있다.

현재 익산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여성인 A씨는 과거 대학시절 교직과정 이수를 위해 지역 내의 고등학교에 교생실습을 나갔다. 처음 교단에 서보는 경험을 소중히 생각하며 실습에 임했으나 A씨의 교생실습은 끝내 좋지 않은 기억으로 남았다. 한 교직원에게 성추행을 당했기 때문이다.

A씨는 당시 실습기간 중 교생들과 교직원들이 함께한 회식이 있었던 날을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이어진 술자리에서 A씨의 옆자리에 앉은 교직원 B는 A씨에게 “우리 마누라는 재미없는데 A는 참 섹시해”라고 취기어린 목소리로 말하며 A씨의 허리를 쓰다듬었다.

A씨는 순간 당황해 어찌할 바 모르고 얼어붙어버렸다.

B교사는 그 학교의 연구부장을 맡고 있었고 교생들에 대한 평가에 영향력이 컸기 때문에 머릿속이 복잡했다. 다행히 건너편에 앉아 있던 한 교사가 이상한 기운을 감지했는지 핑계를 대며 자리를 바꾸자고 해 그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 사건이 깊은 상처로 남은 A씨는 결국 교직을 걷는 것을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현재까지 당시 기억이 생생한 것을 보면 영영 아물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A씨는 “꺼내고 싶지 않은 기억이지만 봄이 오면서 다시 교생실습 시즌이 다가온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에 다시는 학교현장에서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아야 된다는 생각으로 이야기를 꺼내게 됐다”고 말했다.

취재결과 A씨가 지목한 교사는 아직 해당 학교에 근무하고 있었다. 직접 만나 과거 교생실습생과의 관계에서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는 제보가 있었음을 밝혔다.

B교사는 “연구부장으로 있었던 당시가 오래전 일이어서 교생 선생님들과 그런 자리가 있었는지조차 기억이 안나 무척 당혹스럽고 혼란스럽다”며 “피해자 말대로 제가 그런 행동을 했다고 한다면 백번 잘못한 일이나 어찌된 영문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B교사에 따르면 과거에는 관행적으로 교생실습생과의 뒤풀이 회식이 있었지만 종합감사에서 지적돼 7~8년 전부터는 학교에서 진행하는 간단한 다과회로 대체됐다. 식사자리는 술을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철저히 금하고 있다는 얘기다.

B교사는 “그런 기억은 없어도 만약에 하나라도 그랬다면 술을 먹고 한 실수가 아닌가 싶다”며 “그분이 전혀 근거 없이 그리 기억하진 않았을 거라고 생각하며 그런 점에서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B교사는 피해자가 누구인지 색출하지 않을 것을 약속했으며 교생실습을 비롯한 학생들에 대한 교직원의 성적피해 예방교육을 철저히 하겠다고 약속했다.

정완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