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공이 32 조각으로 이루어졌다는 걸 처음 알았어요/ 무려 1,620회나 바느질 손이 가야 한다니/ 축구공 생산량의 70%를 인도, 파키스탄에서 담당한다지/ 그것도 5~6세 어린애들이 노동력착취를 당해 왔다니/ 일당 300원 씩을 받고 하루 열세시간에서 열네시간씩이나../ 그게 국제노동기구에서 발표해서 이슈화 된거야/ 그래서 나이키가 이 지역에서 축구공 생산을 중단한다고 선언했다지/ 덕분에 또다른 문제가 생겼는 걸/ 2만 가구 이상이 생계에 위협을 받게됐지/ 대안 없이 당장 끊어버리는 것도 문제야."
2009년 5월 21일, 삼성동 작은도서관 한 켠에 마련 된 세평 남짓한 독서모임의 방.
원탁 주위에 마주 앉은 엄마들은 지난 주에 선정한 한권의 책에서, 각자 퍼 올렸던 생각들의 물 길이 되었다.
엄마들의 생각은 한 권의 책이 이룬 깊고 드넓은 강으로 거침없이 합류하고, 생각을 나르는 엄마들의 목소리와 눈 빛들은 수면 위에서 눈부시게 부서졌다.
새롭게 알게 된 사실에 놀라고, 단편적인 지식의 구체화에 뿌듯하고, 현실을 자각하고, 주변에 산재되어 있는 부조리에 대한 논객이 되고, 왜곡된 사실을 해체하고, 때로는 확장된 생각을 여과없이 쏟아내며 수다를 떠는 사이 한 시간이라는 시간은 금새 흘렀다.
"이 책은 우리 애들 필독해야 해" 마치 약속 한 듯 누구랄 것도 없이 그렇게 입을 모았다. 짧지만 온전한 일상의 일탈을 누리다가도 그들은 천상 엄마들이었다.
"책을 읽고 서로 다른 생각을 나눈다는 것은, 색다른 주변을 만들고 사고를 세계로 넓혀가는 수단이죠.
나 자신을 성찰하며 주변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어 무거운 마음을 비우고 내부의 고민을 정화시키기도 해요. 그래서 중독 처럼 이 곳에 오게 되는가 봐요"
최미옥(43)씨 독서모임 예찬론이다. 고정숙(45)씨가 대화에 따라 나온다.
"무엇보다 자기만의 세계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게 좋은 거 같아요. 내가 보지 못한 전혀 다른 생각이나 느낌을 공유하게되니까요. 잠시나마 애들이나 남편 중심이던 시간에서 나만이 온전하게 즐길 수 있고, 나아가선 가족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어 좋기도 하구요. 책을 매개로 하는 대화는 영역에 제한 받지 않고, 일회성에 그치지 않으면서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폭넓게 수용하죠"
"그래요. 우리 남편도 우리 모임에서 선정한 책이 좋다고, 읽고 싶다고 그래요. 여기 오면, 책을 다 읽지 못했더라도 얘기를 듣다보면 책 한권을 읽게 되고 몰랐던 것을 많이 알게 되죠"
막내 김미숙(35)씨가 수줍게 말했다.
삼성도서관 독서모임 모둠장을 맡고 있는 장경화(43)씨가 조심스럽게 따라 나섰다.
"처음에는 순전히 아이들 때문에 이 도서관에 나왔고, 어떤 종류의 책이 있는지에 관심이 쏠려 있었는데, 엄마가 책을 읽으니까 아이들하고 대화가 풍부해지고, 읽은 책의 는낌을 말하면 남편도 같은 책을 읽게되서 좋아요.
뭔가 배우는 것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책이 정말 소통의 길을 열어준다는 사실에 이끌리는 것 같아요.
존재감을 느끼고 정체성을 재확인하는 것도 책을 읽으면서 얻는 열매인 것 같아요"
"전 나오는 것 자체가 좋아요.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읽어 본다는다는 것도 충분히 가치있는 일이죠" 조영자(37)씨가 그만의 참여방식을 말했다. /편집국장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