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 준 사람은 처벌 받은 사람은 무죄, 형평성논란
공소외 인물 뇌물수수자로 추측, 실명 적시.'미숙'  
병합심리 대상을 분리심리, 효율성 저하, 문제 속출

전주지방법원 군산지원이 지난 11월 20일 익산시 전비서실장 L씨의 뇌물수수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가운데, 법리상 본질적인 결함을 보이고 있는 판결과 법관의 부적절한 행태, 법원의 미숙한 법정 운영 등에 따른 파동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전주지방법원 군산지원은 지난 8월 20일 익산시 전 비서실장 L씨에게 뇌물을 공여한 혐의로 기소된 익산시 서기관 P씨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고 징역 8월을 선고 했다. 또, 3개월 뒤인 11월 2일 열린 전주지방법원 항소심 선고공판 역시 P씨의 뇌물공여죄를 인정하고 징역8월에 집행유예 2년의 형벌을 부과했다.

그러나 전주지방법원 군산지원은 P씨로부터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된 익산시 전비서실장 L씨에게 무죄를 선고, 뇌물을 준 사람은 처벌하고 그가 뇌물을 받았다고 지목한 사람은 처벌하지 않은 것이다.

법조계는 이 판결과 관련, "뇌물을 받은 사람이 있어야 뇌물을 준 사람을 처벌할 수 있다"는 형법상 뇌물죄의 본질적인 필요충분 조건을 일탈한 것으로, 지극히 이례적이며 뇌물을 받은 사람이 없으면 뇌물공여죄의 구성요건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법리에 어긋나 형평성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특히, L씨의 뇌물수수죄 여부를 심리한 전주지방법원 군산지원 형사합의부는 L씨의 무죄를 선고한 판결문에서 공소외의 인물인 "K씨가 익산시 서기관 P씨로부터 돈을 받았을 것으로 추측된다"면서 K씨의 직위와 실명를 거론, 고위 선출직 공직자인 K씨의 명예를 훼손했다.

이 같은 판결문은 판결 당일 도내 한 언론사 기자에게 전달되었고, 판결문과 판결문에서 적시된 K씨의 직위와 실명이 신문지상에 그대로 보도되어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런 지극히 이례적인 판결이 있은 직후, 도내 법조계에서는 같은 사건이 병합심리되지 않고 분리심리 된 것에 관한 배경을 궁금해 하고 있다.

같은 사안의 뇌물공여와 뇌물수수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데다 재판의 효율성을 기하기 위해서도 병합심리가 합리적이었고, 판결의 오류도 최소화 할 수 있었다는 게 중론이다.

이와 관련되어서는 법원이 당초 사건을 배당하면서부터, L씨에 대한 무죄 판결이 예정된 것일 수 있다는 추론도 일고 있다. 공교롭게도 L씨와 그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J판사가 같은 J지방대학의 동문이라는 사실이 이런 추론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도내 한 법조인은 "이번 판결은 한 쪽이 유죄이면 다른 쪽도 유죄여야 한다는 뇌물죄의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한 것인데다, 판결과 그와 관련된 법원 운영 전반이 너무나 미숙하다"고 지적하면서, "이러한 형평성 문제와 절차적 미숙은 법원 스스로 권위를 무너뜨린격이다"고 정리했다.

그는 특히, "재판부가 판결 내용이 다가 올 선거에 미칠 파장과 익산시 지역사회에 미칠 파장을 고려하지 않고, 공소외 인물을 뇌물수수자로 추측하면서, 그의 직위와 실명을 거론한 행태는 법원의 도덕성을 넘어 자칫 사법처리 대상이 될수도 있다"고 견해를 피력 했다.     

전주지방법원 군산지원의 해당 사건을 심리한 형사 합의부 부장판사와 공보판사는, 지난 25일 익산시 전비서실장 L씨에 대한 무죄를 판결에 따른 각가지 의혹들과 관련한 기자의 면담요청을 일체 거부했다.

한편, 같은 법원의 같은 법정에서 뇌물공여죄로 실형을 선고 받은 익산시 전서기관 P씨의 공소사실은, 그가 사무관이었던 지난 2008년 12월경 당시 L비서실장에게 서기관으로 승진시켜달라고 부탁 했고, 2009년 1월 16일자로 서기관으로 승진하자, 같은 달 하순경에 익산시 한 도로변에서 L씨에게 3,000만원을 교부했다는 혐의였다. /오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