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궁축산단지의 축사매입이 완료되고 그 일원의 자연환경을 복원하는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마당에 용도가 폐기된 왕궁 가축분뇨처리장을 존치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인 행정이라는 여론이다.
특히 익산시는 이 처리장의 운영수익을 유지하도록 망성, 낭산, 함열 등지의 축산분뇨 반입을 허용하고 그래도 발생하는 민간위탁사업자의 손실을 익산 시비로 보전해주는 등 적극적으로 운영을 돕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60만㎡에 이르는 왕궁특수지역은 돼지 사육농가들이 밀집된 축산단지로 76년 전에 조성됐다. 2020년 현재 204개 농가들이 11만3천마리의 돼지를 사육했다. 이곳에서 무단 방류된 방대한 분뇨는 주변 저수지와 하천 환경을 파괴했고, 고질적인 호남고속도로 광역악취와 만경강 및 새만금 수질오염원으로 지목되어왔다.
왕궁가축분뇨처리장은 왕궁 특수지역에서 배출되는 축산분뇨를 처리해 악취와 수질을 개선하기 위해 설치됐던 특수목적의 시설이다. 그런데 축산농가들이 존재하는 한 악취와 수질오염 개선이 요원하다는 걸 절감한 중앙 및 지방정부는 현업축사를 전부 매입해 자연환경을 복원하는 쪽으로 정책을 변경했다.
이에 익산시는 왕궁 축산단지 해결 T/F팀을 구성해 한편으로는 무허가 축사 합동 단속반을 가동하고, 한편으로는 축산농가를 직접 만나 매각 협상을 성사시키는 등 험난한 과정을 거쳐 현업축사를 전부 매입하기에 이르렀다. 1,400억 원 가까이 들어간 이 축사매입에는 장장 13년이 걸렸다.
이후 환경부는 왕궁축산단지 자연환경복원사업의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핵심구역에 만경강-주교제-용호제·학평제로 이어지는 수생축과 이를 둘러싼 산림축을 복원해 동식물의 서식지를 보호, 복원하고, 완충구역은 핵심구역을 보호하면서 생태관광, 생태교육이 이루어지도록 개발하며, 협력구역은 지역 주민과 조화롭게 공존을 이루는 공간으로 조성한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영국 콘월에 방치되어 있던 폐광지역을 세계 최대의 친환경 온실정원으로 탈바꿈시켜 환경복원과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양면의 성공을 거뒀던 ‘에덴프로젝트’ 관계자들이 왕궁축산단지를 방문해 기대감을 한껏 끌어올리고 있다.
그런데 익산시는 이 같은 정책 전환에 따라 이미 용도가 폐기된 왕궁 가축분뇨처리장을 계속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시민들은 “장차 생태가 복권될 지역에 악취를 유발하는 혐오시설이 웬말이냐”라며 “더구나 왕궁 외 지역의 축산분뇨를 반입하면서까지 지역 이미지를 훼손하는 것은 이율배반적 행정이 아닐 수 없다”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익산시는 이 시설을 운영하는 민간 위탁사업자의 손실을 보전해주기 위해 왕궁 외 지역의 축산분뇨 반입 추가를 지속적으로 허용해 왔고, 앞으로도 더 추가해 줄 계획이다. 특히 익산시는 민간 위탁사업자의 손실을 보전해주기 위해 2024년 1회 추경에 손실보전금 7억원을 편성했고, 이 중 일부를 손실보전금으로 지급했다.
익산시 관계자는 “왕궁축산단지의 축사 매입 사업이 완료되면서 가축분뇨 처리량이 크게 줄어들어 위탁사업자가 손해를 보는 데 따른 것이다”라면서 손실보전 근거로 익산시와 위탁사업자인 ‘뉴워터주식회사’와 체결한 협약 중 ‘불가항력의 사유로 손실이 발생했을 때 주무관청이 손실을 부담한다’라고 규정한 62조를 제시했다.
익산시에 따르면 이 처리시설은 하루 700톤 규모로 설립됐는데, 지난해에는 하루 평균 496톤으로 줄었고, 올해는 353톤으로 감소했다. 수익도 2023년에는 65억 1400만원, 올해는 53억원 가량으로 예상되는 등 감소 중이다. 익산시는 이 같은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지난 2021년 8월부터 왕궁 외 다른 지역의 축산분뇨를 반입해 처리하고 있다.
익산시는 그래도 손실이 발생할 경우 처리비용을 인상해주는 방안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익산시 관계자는 “뉴워터(주)에서 처리비용 가격 제안을 해오면 전문가 검토를 거쳐 협의조정에 나설 계획이다”고 밝혔다.
한편 민간투자사업(BTO) 방식으로 추진된 가축분뇨 공공처리시설(왕궁 축산분뇨처리장)에는 국비 396억 5000만원과 도비 21억 7300만원, 민자 124억 2000만원 등 총사업비 542억 4300만원이 투입됐다. 2008년 12월 공사에 착수해 39개월만인 2012년 3월 준공했다.

공인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