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에 존재하는 시민사회단체들의 설립가치들은 다양하다. 인간화, 참여민주주의의 실현, 문화활동, 지역공동체 형성등은 모든 시민사회단체가 함께 지향하는 방향성이다. 익산지역에는, 시민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시민의 눈으로 정치를 이끌어 가는 민주주의 공동체 사회의 실현을 비롯한 인권, 정책개발, 사회창안, 교육, 노동, 농민, 소비자운동 등 다양한 영역의 시민사회단체 활동이 분포되어 있다.

시민사회단체의 활동이 시민들에게 긍정적으로 비쳐지지만은 않는다. 특히, 재정의 독립성을 확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바라보는 주변의 시각은 정부보조금이나 탐내는 단체들 정도로 인식되고 있기도 하다. 시민사회단체들의 역량은 과부하에 걸려있고, 할일은 태산이다.그러나 의식있는 시민들의 참여가 부족하고, 활동가의 부족은 더할 나위 없는 시민사회단체의 어려움이다.

이 때문인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하기 어려운 사업을 시민사회단체로 이양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또, 기업은 그동안 사회복지에 쏟아왔던 관심을 시민사회단체 쪽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사회의 사각지대에 산재하는 문제들을 해결 할 유일한 대안은 시민사회단체 육성이고, 국가의 사회보장제도로 사회복지 문제는 상당 부분 충족되었다는 평가에 따른 목소리 들이다.

익산에 시민사회단체협의회에 가입되어 있는 회원단체 수는 10개이다. 시민사회단체협의회에 가입되어 있지는 않지만 스스로 시민사회단체로 자칭하는 단체 또한 많다. 그러나 정부에 의존하지 않고, 정부가 하지 못하는 일을 수행하는 시민사회단체는 그리 많지 않다. 시민사회단체가 익산에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최대 10년을 넘지 않는다.

익산지역 1개 시민사회단체의 평균 회원 수는 300여명, 재정상태는 연 1억원 상당, 상근 직원 수는 약1.2명으로 집계되었다. 시민사회단체의 연합은 10년 전부터 시민사회단체들이 연대할 목적으로 조직되었다. 익산의미래를생각하는시민연대, 익산참여자치연대, 전교조중등지회, 익산시농민회, 익산환경운동연합, 익산여성의전화 익산교육시민연대, 익산성폭력상담소, 익산솜리생협, 희망연대 등이 그 구성 단체이다.

실질적 시민조직은 사실상 적어
익산의 10개 시민사회단체협의회에 가입되어 있다 할지라도 정부의 보조를 받지 않고 실제 시민들에 의해 조직되고 시민들에 의해 활동하고 있는 시민사회단체는 5개 정도로 파악되어진다. 전교조중등지회의 경우 조합 형태이며, 농민회는 사실상 전국단위의 농민조직이고, 익산여성의 전화 역시 국도비를 받고 있다.

익산성폭력상담소도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 하에 운영되어지고 있다. 익산솜리생협의 경우 ICA(세계협동조합협회)에 가입되어 있는 조합으로 농협과 함께 비영리법인으로 가입되어 있어 시민사회단체로 구분하는 것에 대한 논란의 여지를 안고 있다. 따라서 자발적인 시민사회단체는 시민연대, 익산참여자치연대, 익산환경운동연합, 익산교육시민연대, 희망연대 정도로 집계되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10개 단체 회원 3천명
익산시민단체협의회에 따르면, 10개 단체 회원은 3천여명(익산시민의 1%)이다. 시민 1백명당 1명 꼴로 활동하고 있는 셈이다. 전교조중등지회가 중등지회 500조합원, 초등지회 200조합원을 합하면 700명으로 가장 많고, 가장 적은 단체에도 100명 이상의 회원이 가입되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고 500명, 최저 100명 선의 단체들이 활동하고 있으며, 5개 시민단체에는 1천여명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상근인력 급여, 4인가족  수급자보다 낮아
상근인력은 10개 회원단체에 12명의 상근인력이 활동, 한개 단체 당 평균 1.2명이 활동하며, 평균 상근자들의 급여는 최대 100만원 선이다. 4인가족 기준 최저생계비 1백36만원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금액일 뿐더러 4인가족 수급자가 국가로부터 지급받는 현금급여 1백1십만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다.

이는 시민사회단체 활동을 하도록 하는 동기유발에 가장 저해되는 요인 중에 하나이기도 하다. 현재 익산의 경우 대부분의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 가정을 가지고 있으나, 그들은 심각한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 특별한 소신이나 의식을 갖지 않고는 결코 시민활동가로 활동할 수 없는 이유다. 정부가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하고, 시민들의 의사를 대변하며, 사회의 미래를 찾아 밝혀주는 일을 하는 그들에게 최소한의 생계보장이 절박한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시민사회단체들의 사업은 다양하다. 시민참여정책토론회, 예산안 분석, 공동체 학교 운영 등이 기존 시민사회의 역할 이었고, 이 것이 사회창안 등으로 진화를 거듭하였다. 특히 희망연대의 대중참여형 시민운동은 돋보인다.

희망연대의 붓만세(붓으로 만드는 세상, 벽화그리기 사업)는 환경운동과 공동체성 회복, 가족공동체 운동, 지역사회문제 해결등 다양한 컨텐츠를 포함하고 있는 특색있는 사업으로 평가되고 있다. 전국단위 네트워크 희망제작소와 연대하는 사회창안사업은 지역사회의 변화를 시민의 힘으로 유도하고, 다양한 시민의 참여를 유도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정수로 평가받고 있다.

익산지역에서는 시민사회단체의 존립 이유 중 하나인 국가와 정부가 하지 못하는 일을 시민의 힘으로 해결하는 단체들도 눈에 띈다. 익산시 관내 한 시민사회단체의 경우 전체 예산 1억2천만원 중 약32%의 예산을 정부보조금 또는 민간단체 후원금에 의존하고 있다.

이 예산에 따른 주요사업 내용은 정책토론회, 자전거축제, 공동체놀이학교 등이었고, 다른 시민사회단체의 경우 가을책문화잔치, 시민아카데미, 나눔교육교사연수, 논어연찬, 소외이웃행복식탁 등 정부가 하지 못하는 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지방분권과 예산의 지방이양에 따른 지방자치의 활성화 여부는 이러한 지방예산의 효율적인 분배에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국가나 정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하지 못하는 일을 지역사회단체로 이양해 사업의 효율성을 높이고, 공생을 동시에 도모할 필요성을 역설한다.

재정, 임금에도 못미쳐
시민사회단체의 재정은 주로 회원의 수입에 의존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A단체의 경우 회비 59%, 후원금 11%, 외부보조금 29%, 행사수입 1%의 수입율을 기록하고 있고, B단체의 경우 회비37%, 후원금 9%, 행사수입 14%, 외부보조금 20%, 민간단체 후원 12%, 전년도이월금 8%의 수입률을 기록하고 있다. 가장 열악한 C단체의 경우 10년의 역사를 기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근간사 1명의 급여지급도 힘든 상황이다.

10개의 회원단체 중 상근 직원 1명이 근무하고 있는 곳은 4곳으로 파악되었다. 각 단체마다 총액의 차이가 많고 편차가 심해 정확한 수치를 추출하기는 어렵지만 대략 지출 비율을 추산하면, 인건비가 약 34%, 관리운영비가 약 20여%를 차지하고 있고, 나머지 46%가 사업비로 지출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기업 후원금을 시민단체 주수입원으로
기업의 사회공헌도가 높은 나라는 미국이다. 미국의 한 전자공학 전문기업은 지역에 존재하는 모든 시민사회단체의 전산망을 무상으로 구축해 준다. 기업의 전문가들이 시민사회단체에 몇개월 상주하면서 그 시민사회단체에 필요한 회계전산망, 사업관련 전산망, 회원관리 전산망 등 모든 전산프로그램을 지원해준 후 다른 시민사회단체로 옮겨 같은 자원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게 대표적인 사례이다.

자치단체의 기업들이 사회복지에의 사회공헌으로부터 시민사회단체에의 지원으로 방향을 전환하는 것이 시급한 시점이다.

익산시민사회단체의 아쉬운점은 적지 않다. 인간관계론에 근거한 공동체성을 지향하는 사업 등에 관심도는 높은 반면 도시개발 등 전반적인 정책대응에는 취약하다. 쓰레기정책, 소각장정책, 골프장 사업 등 현안문제에 대해서는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예산분석은 있으나 정책으로 세워 이 관철 시키는 정도는 미흡한 수준이다. 

KTX 역사와 새만금과 연계된 전체 도시환경 분석, 금강과 만경강에 따르는 환경정책, 도농복합도시에 따르는 미래비전 제시 등의 측면에서는 부족한 역량을 드러내고 있다. 익산여성의전화가 초등학교와 중등학교를 상대로 실시한 '찾아가는 폭력예방 및 성교육'의 경우, 지난해 6회밖에 실시하지 못했다.

이는 그 밖에 100여개가 넘는 학교를 상대로 한 인권교육, 30개가 넘는 지역아동복지센터 교육 등 폭주하는 수요처 때문이다. 엎친데 겹친 격으로 교육능력을 갖춘 인재도 부족하고 역량있는 활동가가 부족한 현실이다. 진정한 민주주의의 실현과 지방분권의 실현은 시민사회단체의 활성화에 달려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며, 시민사회단체가 발달한 사회가 수준높은 문화를 담아낸다는 것이다. /오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