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불행한 뇌물비리 사건이 익산시에서 발생한 것과 관련해 시민사회 지도자의 한사람으로서 익산시민과 도민 여러분께 송구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아직 검찰 수사 중이라 말씀드릴 내용은 없지만 익산시와 의회가 수사기관에 의해 동시 압수수색과 수사를 받은 것은 익산시 사상 처음 있는 일입니다.  매우 유감스런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절대 다수의 익산시청 공무원들이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자신의 업무에 최선을 다하며 묵묵히 공직자의 본분을 지키며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이 절대다수의 선량한 익산시 공무원들의 사기를 위해서도 조속히 검찰의 수사가 마무리되기를 바랍니다.

■지방자치는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방정치의 반복되는 비리, 부패사건은 시민들의 정치불신과 함께 심각히 낮은 투표율, 무관심의 블랙홀 등으로 빠져들고 있습니다.  영국의 유명한 대정치학자인 「룻소」는 “국민들은 선거 때만 자유로울 뿐 선거가 끝나는 순간 노예로 전락한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지금 이 상황이 더 계속될 경우 우리가 피로써 지켜낸 대의민주주의는 심각한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고 봅니다. 따라서 저는 20년의 연륜이 쌓인 우리의 지방자치제도를 주민을 위한 전체적 패러다임과 프레임으로 전면 바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컨대 견제와 감시의 지방자치 균형을 이루기 위한 일당(一黨)독재의 폐해근절, 기초의원과 단체장의 정당공천 배제를 통한 유능한 인사들의 지방정치 참여기회 확대, 정당의 지방자치 종속화 방지책 마련 등은 오래 전부터 바라던 국민들의 소망이었던 것임에도 중앙정치 세력들의 이기욕에 의해 한치의 변화가 없음은 매우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한마디로 표현하면 전주 뿐 아니라 전북, 더 나아가 대한민국의 지방자치에는 일당(一黨)독재가 존재하고 있으며 그 폐해가 지방자치와 대의민주주의를 죽이고 있다고 봅니다. 호남은 민주당, 영남은 한나라당이 지방정부와 의회를 장악한 채 모두 당명(黨命)에 의해 예쓰(Yes)만을 하는 그야말로 의회는 있으나마나한 존재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다시 말씀드리면 「견제와 감시, 비판과 대안제시」의 균형이 이미 무너져 버린 것입니다. 익산시의 예를 한가지 들어보겠습니다. 2009년 익산시가 기업유치를 위한 접대용 골프회원권(법인용) 2매 구입하는데 약18억원의 시민혈세를 사용하겠다는 황당하고 어처구니 없는 계획에 익산시 10여개의 시민단체(NGO)가 일제히 강력 반대하고 그 취소를 요구했습니다.

이 사건은 공무원들의 향응이나 어떠한 형태라도 접대를 금지한 공무원 윤리강령을 정면으로 위배한 중대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익산시는 이의 통과를 밀어부쳤고 익산시의회는 이를 통과시켰습니다.

이것이 현재 우리 전북의 지방자치 운용실태입니다.  즉 단체장이 마음만 먹으면 추진못할 일이 거의 없는 무소불위의 상황입니다.  결국 단체장과 의회 구성원이 모두 같은 정당소속 당원이기 때문에 근원적 해결방안은 견제와 감시체계를 구축하는 새로운 지방자치의 프레임 설치가 급선무인 것입니다.

■최근 6월 초에 헌법재판소가 감사원의 지방정부에 대한 포괄적 감사방법에 대한 위헌판결을 내렸습니다. 이 판결과는 별도로 사실상 260여개의 지방자치단체의 모든 상황을 감사원이 낱낱이 파악하기는 불가능한 것입니다. 예를 들어 익산시의 웅포골프장 불법관련 사실도 감사원이 1년 이상의 오랜 시간이 걸려 감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웅포골프장 건설생성 과정의 강제토지수용 등 내용이 워낙 방대했기 때문이지요.  따라서 감사원이나 중앙정부의 감시기능은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비리의 근원은 선거를 매개로 의원과 단체장 그리고 유권자들간의 검은 커넥션 이른바 유착관계에 얽히거나 일부 토호세력의 영향력 발휘가 심각하다는데요?

■1991년 지방의회 부활한 이후 30%의 지방자치단체장이 비리에 의해 사법처리되었고 의원들 역시 1,025명이 처벌되었습니다. 즉 이것은 권한이 있는 만큼 유혹이 있기 마련입니다. 부패고리가 견고하고 한번 빠지면 여.야를 가리지 않고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습니다.

일찌기 다산 정약용 선생은 다른 관직은 몰라도 목민관은 아무나 해서는 안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유혹을 이기지 못할 것 같으면 처음부터 지방자치단체 공직에 진출을 안해야 합니다.

■실로 상상을 초월할 만큼 종속관계가 심각합니다. 공천권을 쥔 정당과 국회의원들이 대의민주주의와 대한민국 지방자치의 진정한 발전을 원하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이 종속관계의 대명사인 기초의원, 기초단체장의 공천권을 대국적으로 포기하는 대의의 정치지도자로 거듭 나길 기대합니다.

■전국적으로 하남시만 이 소환제도가 실시되었는데 이 역시 서류미비로 좌초되었습니다. 지나치게 까다로운 규정을 대폭 완화하고 주민발의권, 정책에 대한 주민투표 등을 확대하지 않으면 막강한 단체장의 권력을 제어할 방법은 극히 제한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같은 제도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주민참여예산제도, 주민참여기본조례 제정이 추진되고 있다는데요?

■주민참여예산제는 익산시와 전북도에서도 실시 중인데 아직 걸음마 단계입니다. 단체장의 예산편성에 시민들이 초기부터 직접 참여해 시민의 세금을 올바르게 사용할 수 있도록 제도화한다는 훌륭한 취지입니다.

다만 전문지식이 부족한 시민들에게 쉽지않은 일이기 때문에 이들을 훈련시키고 교육시키는데 제도적으로 지원을 강화해야 합니다.  또한 아직 시행하지 않고 있는 주민참여기본조례 역시 하루빨리 도입해 정착시켜야 합니다.

■지역언론의 문제는 매우 중대한 지방자치 성패가 달린 완결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견제와 감시기능을 상실한 지방자치의 균형을 바로잡기 위한 언론의 역할을 진심으로 기대합니다. 특히 최근 각 지역에서 발행되고 있는 주간신문은 깊이있는 심층보도와 객관적 시각에 기인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매우 신선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고 봅니다. 또한 인터넷판의 언론들은 그 속보성과 독자의견을 담은 여론수렴에 있어서도 지역언론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에서도 말씀드린 바와 같이 지방자치의 본질과 가치의 핵심은 바로 민주주의의 기초입니다. 프랑스의 정치학자  「토크빌」교수는 지방자치는 민주주의 기본적 원리인 자기결정성과 자기책임성을 직접 현장에서 실현하는 민주주의 그 자체라고 말했습니다.

즉 지방자치가 실패하면 민주주의 역시 파괴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미국 연방헌법은 1781년 미국 독립전쟁 당시 주(州)정부 권한을 일부 위임한 형태로 미 연방정부가 구성되었고 미국 최초의 성문헌법인 연합규약이 채택된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도 지방하면 중앙의 하수인 혹은 부속품으로 무시하는 경향이 많고 심지어 지방의 구성원 역시중앙에 의존하는 중앙집권적 행태에 너무 익숙해 있습니다.
이 사슬을 끊고 진정한 민주주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거듭 강조드리지만 지방의 독립, 특히 중앙정치의 예속과 종속에서 벗어나는 결단, 즉 지방자치의 중앙공천권 폐지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합니다.

■다산 정약용 선생은 목민심서 해관 6조에서 벼슬은 반드시 바뀐다고 강조하고 벼슬 버리기를 헌신짝처럼 하라고 후대에 권면하고 있습니다. 민주주의 기초인 지방자치를 반드시 발전시키기 위해서 중앙정치권은 종속의 틀을 바꿔 견제와 감시, 균형과 비판기능을 살려 일당(一黨)독재를 타파하고 진정한 시민의 이익을 대변하고 다양한 의사를 창출해내는 양심적이고 훌륭한 지방의회의원과 단체장이 배출될 수 있도록 온 국민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리 오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