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새주소사업이 기존의 면으로 공간을 판단하는 틀을 깨고 선 중심으로 추진되면서, 기존 주소들이 지닌 역사성과 상징성 등을 지우고 오히려 혼란만 가중시키면서 수천억원의 국민 혈세를 낭비하고 있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정부는 도로명 중심의 법적주소 체계를 구축하고 오는 2012년 1월 1일부터 전면 변경시행할 계획이다. 이는, 지난 2006년 9월8일 도로명 주소 등 표기에 관한 법률안이 통과되고 지난 4월 도로명주소법 개정령 공포에 따라, 인지도가 높은 '대로' 명에 시작점(남→북, 서→동)을 기준으로 왼쪽은 홀수, 오른쪽은 짝수 번호를 순차적으로 부여하여 지도 없이 주소만으로 길을 찾기 쉽게 변경하는 주소체계 변경 사업이다.

행정안전부는 최근 자치단체에 보낸 '새주소법령 시행 이전 추진사업 정비지침'이라는 공문에서 새주소의 통일성을 높이기 위해 8차선 도로(4㎞ 이상)는 '대로', 2~7차로 2㎞ 이상은 '로', 기타 하위도로는 '길'로 표기를 통일해야 한다고 시달했다.

또 추상적(근면길.자조길.늘봄길 등)이거나 보안이 필요한 시설(변전소길.정수장길 등) 이름을 딴 도로도 지역 특색을 반영하도록 모두 바꿔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새주소가 부여된 도로명을 원점에서 재정비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전국 각 자치단체에서는 7년 전부터 막대한 예산을 들인 새주소 사업을 완료하는 단계에 이르렀는데, 또다시 새 도로명을 부여하면서 엄청난 예산 낭비를 초래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그동안 새주소 사업을 완료한 익산시의 경우 10억여원을 낭비했으며 전국적으로 수천억원의 국민 혈세가 낭비 될 판이다.

새주소 사업으로 불리는 이 사업은 현행 지번방식의 주소체계를 국제적으로 보편화된 도로명과 건물번호를 결합한 서구형 주소체계로 바꾸려는 사업이다.

현재 익산시내 길거리나 주택가 골목길에서 익산대로16길9-1 이라는 낮선 번호판이 건물마다 붙어 있는 것이 새주소 사업에 의해 부여된 새로운 주소다.

이 방식에 따르면 지금까지 사용해 오던 익산시 창인동 1가 70번지라는 주소가 익산대로16길9-1호로 바뀌게 된다.

지금의 주소는 익산시 창인동만 알아도 익산의 어느 쪽이라는 것을 인지할 수 있으나 동 이름 없이 익산대로16길9-1 이라고 하면 지도 없이는 그 위치를 알 길이 없다. 설령 지도가 있더라도 지도를 볼 줄 모르는 사람은 난감하기 이를 데 없다.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 우리고유의 지명은 그 하나하나에 문화재적 가치가 있는 것이며, 역사와 민속과 故事, 그리고 지형이며, 지표며, 어떤 자연현상, 인간현상까지도 그 이름 속에서 숨쉬고 있으므로 문화재로서 소중히 여기고 지켜나가야 할 대상이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또, 우리의 지명은 지형.기후.토양 등 물리적 자연 환경과, 대대로 살아오면서 뿌리내린 민족문화가 있는 삶의 현장이고, 지난날 우리의 모습을 알 수 있는 향토문화이자 역사적 문화유산이며, 우리의 뿌리라고 주장하고 있다.

고향을 사랑하고 자기가 배우고 살아가며 숨쉬는 터전에 애정을 불어넣기 위해서라도 땅이름 하나. 학교이름 하나에도 올바른 정신이 박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일제가 조선사편수회를 설치해 우리 역사를 도륙낼 때, 중국의 한족은 일제와 합작하여 역사지명을 조작함으로서 역사왜곡을 자행하였고, 나라가 바뀌고 땅이름이 바뀌면서 우리의 역사를 잃었음을 명심해야 한다"면서, 부적절한 새주소사업을 중단 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한편, 정부는 현재까지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은 도로명 부여사업을 합리화하기 위해 현 주소체계가 도로명 주소로 바뀌면 위치정보를 통한 도시교통의 혼잡을 완화할 수 있고, 범죄나 화재신고에도 신속히 대처할 수 있으며, 외국에 비해 뒤쳐졌던 택배, 퀵 서비스 등 물류유통사업의 경쟁력도 강화할 수 있어 국가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