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가 모를 심은 웅포면 금강하천부지의 논 3.2km(5만㎡) 구간을 포크레인으로 갈아 엎어 그동안 이곳을 경작해 온 농민들과 익산시에 심각한 갈등 전선이 형성됐다.
지난 4일 익산시는 웅포면 대붕암리 금강하천부지 일원 무허가 경작지에 심어져 있는 벼를 포크레인으로 휘저어 망쳐놓고, 트랙터가 들어가지 못하도록 농로를 파헤쳤다.
이는, 국토관리청으로부터 위임받은 관리권을 행사한 것으로, 농민들은 유사이래 처음 본 광경에 치를 떨었다. 이곳에 농사를 지은 농민들에 따르면, 이날 오전 익산시 공무원들이 포크레인을 끌고 갑자기 들이닥쳐 논과 농로를 사람이 다니기 힘들 정도로 파헤치는 공권력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농민들이 이를 공무원들에게 항의하자 담당 계장은 "이미 여러차레 통보하지 않았느냐"고 말하면서, 마구잡이로 밀어부쳤다며 울분을 토했다.
한 농민은 다 익지 않은 보리를 기자에게 보여주면서 "익산시 공무원이 내일까지 모든 농작물을 갈아 엎겠다며 강압하기에 어쩔수 없이 먹고살기 위해 다 익지도 않은 보리를 타작해야 했다"고 핏발선 눈을 부릅떴다.
농민들에 따르면, 문제의 금강하천부지는 국토관리청 소유이며, 이의 관리권한을 위임받은 익산시가 수십년 전부터 경작료를 받고 웅포 주민들에게 대부해 왔다는 것이다.
갈등의 시작, 슈퍼 제방
국토 관리청과 익산시는 지난 2006년에 이곳의 경작 허가를 취소하고 평당 6천2백원의 영농보상비 3년분을 보상했다. 이후 농민들은 "국토관리청에서 하천공사를 할 경우 벼가 누렇게 익은 상태라고 하더라도 내어주겠다고 약속을 했다"며, "그런데도 불구하고 익산시 공무원들이 사전에 아무런 예고도 없이 마구잡이로 포크레인을 끌고 들어와 심어놓은 모를 파헤치는 것은, 먹고 있는 밥상을 엎는 격이다"며 울분을 토로했다.
농민 A씨는 "이러한 일이 있으면 사전에 통지할 것이지 아무런 말도 없이 짓던 논을 갈아 엎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면서, "공무원의 권력이 무소불위를 자랑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농민들 또, 시의 이러한 행위는 국토관리청이 슈퍼제방을 쌓는 일에 찬성하는 주민 3명이 익산시에 무허가로 농사를 짓고 있다고 신고를 하면서 발단 된 것으로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
보상 마친 하천무단 점용 허용 안 돼
익산시는 이에 대해 "웅포제 개수공사와 관련, 2005년부터 시작하여 2006년도에 이미 영농보상을 마친 상태이고 하천점용 취소가 완료된 상태여서 농민들이 무단으로 점유할 수 없다"고 정리했다.
시 관계자는 또, "지난해 12월과 올 2월에 걸쳐 경작 금지 통보 공문을 보냈으며 그 이후에도 여러차레 이장과 만나서 경작을 하지 말아달라는 부탁과 함께 홍보활동을 해왔다"면서, "그런데도 불구하고 허가가 취소된 67필지 중 12필지에 사전에 아무 통보 없이 농민들이 무단으로 모를 심은 것이고, 법에 따라 농사를 짓지 아니한 다른 주민들이 형평성에 어긋난다면서 민원을 제기해 어쩔 수 없이 강행조치 할 수 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시에 무허가 하천점용자들을 고발한 민원인들은 "직무유기로 고발하겠다"고 협박하는 등 민-민 갈등을 보이고 있어 사태가 심각한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익산시 관계자는 또, "4대강 살리기 운동의 일환으로 국토관리청에서 무단점유에 대한 단속관리에 철저하라는 통지가 있어서 어쩔수 없는 입장도 있었다"고 밝혔다.
시 관계자는 이와 함께, "하천법에 따르면 국가하천에 무단 경작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며, "농민들을 위해서 벌금형보다는 이 방법을 택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익산시 담당공무원들은 지난 29일 금요일까지 현장을 순찰했고, 농민들이 30일(토)과 31일(일) 이틀간에 걸쳐 모를 심은 것을 파악한 뒤, 담당 공무원들은 사전에 익산시장에게 보고하였고 사후에도 이러한 사실을 시장에게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농민 B씨는 "익산시 행정에 민주주의는 사라졌다"며, "국토관리청과 익산시를 비롯한 고발자와 농민들이 서로 논의하고 상의해서 안될 일이 없을텐데, 해도 너무한다”며 서러움을 금치 못했다. /오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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