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북도의 경계인 망성면을 찾아가기 위해 333-1번 좌석 버스에 옮을 실고 40분을 농촌동네를 돌아 돌아서 기자는 6월 24일 오전 11시 망성 농협 앞에서 <초원가든> 박명남(50세)대표를 만났다.

미리 약속을 하기 위해 전화를 했을 때 “아침엔 논에 풀 약을 처야 하니까 점심때 오면 어떻겠냐고.”하는 박명남 대표의 말에서 들녘에 모내기를 끝내고 해뜨기 전 일찍 풀 약을 치는 농부의 풍경을 떠올렸다.

아직 손님이 없어 고적한 식당 안으로 들어서며 “보신탕도 하네요.” 말을 건네니 아구탕 등 생선탕을 주로 했었는데 여름 별미로 보신탕을 개시했다며, 찾는 사람들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동네 장사이니까 좀 팔리려나.” 요즘 여간 힘든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박명남 대표는 망성에서 태어나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사회생활을 하다가 귀농하여 농사를 짓는 농사꾼이 되었고, 마을 이장으로 동네일도 하고 두 아들의 아버지이기에 망성면 성북 초등학교 운영위원장을 맡아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성북테마 축제’를 여는 등 지역 활동들을 해왔다.

갈수록 고령화되고 어려워지는 농촌 현실 속에서 의료복지의 사각지대를 보완하기 위해 마을 보건지소 운영위원장으로 금지보건지소를 새롭게 신축한 일이 가장 보람 있었다고 말하는 박명남 대표의 얼굴에 비친 잔잔한 미소에서 우리네 농촌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건강을 생각하는 마음이 묻어났다.

박명남 대표를 오래 동안 지켜본 동네 사람들은 언제 논일하는지 모르겠다고 웃으며 말을 하기도 한다. 새벽 일찍 논에 나가 일을 하고 점심저녁 식당일을 하는 일상 속에서 논에서 마주치는 일이 없어서 그럴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초원가든>는 몇 개 안되는 시골 동네 식당으로는 큰 홀을 가지고 있어 마을어르신들의 칠순잔치나 어린 아기의 울음소리를 좀처럼 들을 수 없다는 농촌현실이지만 마을 아이의 돌잔치를 할 수 있는 곳이다.

동네모임 장소이며 충청도 강경에서 전라도 익산으로 들어오는 초입에 있어 지나가던 사람도 간간히 허기를 달랠 수 있는 곳인 것 같다. 기자와 인터뷰 중 점심을 먹기 위해 식당에 들어 온 손님의 “밥 한 공기 더 주세요” 라는 말에 박명남 대표는 “ 네 갑니다”하며, 종종걸음으로 온장고의 밥 한 공기와 물병을 받쳐 들고 손님에게 다가가는 모습에서 식당 아저씨의 모습이 물씬하다.

망성면 이야기를 하던 중에 기자가 천연기념물이었던 ‘곰솔나무’의 상태를 물으니 박명남 대표의 얼굴에서 웃음이 자자들며 지금 고사 상태는 그대로 있는데 안타까워서 말을 못하겠다고 한다. 망성 곰솔나무는 수령 400년의 세월을 지탱하다가 집중호우를 동반한 벼락으로 줄기 생명력을 잃어 4차례에 걸친 문화재청의 실사를 통해 고사판정이 내려지면서 천연기념물 지정이 해제됐다.

동네와 한 집의 인심은 곳간에서 나오다는 말이 있다. 망성면 박명남 대표의 <초원가든>이 마을 인심을 만나는 맛있는 식당으로 손님들에게 다가서 길 바라면서, 정감 있는 마을 사랑방 구실을 해주길 기대해 본다. /박정훈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