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신문 기자 송승욱

시장이 정책방향을 결정하는 데 있어 시민의 뜻에 따르는 것만큼 좋은 건 없다.

다만 결정권자가 매사 이를 마치 만병통치약처럼 활용하는 데는 동의하기 어렵다. 특히, 이미 분명한 입장을 밝힌 바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더욱 그렇다.

경험에 비춰보면, 법과대학에서의 시험은 법률적 쟁점이 있는 부분에 대한 의견을 서술하거나 사례 해답을 요한다. 보통 여러 측면의 법률적 검토와 사회일반의 상식에 비춰 답안을 작성해야 좋은 점수를 얻을 수 있다.

허나 사안에 대한 고민과 연구, 공부가 부족할 경우 부득이하게 고육지책을 택하기도 한다.

바로 ‘신의칙’이다. 민법상 대원칙이라 할 수 있는 신의칙(신의성실의 원칙)은 권리행사 및 의무이행에 관한 기본원칙이다.

대부분의 법률적 쟁점이나 사례에 이 원칙이 적용된다. 그래서 시험에 있어 최후의 보루가 신의칙이 되는 경우가 많다. 낙제를 면하기 위한 꼼수인 셈이다.

이는, 사안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부족했다는 것을 시인하는 것이다. 그래서 ‘신의칙에 기댄다’는 표현도 흔히 통용된다.

정 시장의 행보를 보면, 이견이 첨예하거나 쉬이 결정이 어려운 사안에 대해서는 언제나 ‘시민의 뜻’을 앞세운다. 이 자체를 나무랄 생각은 없다.

하지만 그의 원칙이 법대 시험에서의 신의칙처럼 고육지책으로 활용되는 것이라면 문제는 달라진다. 원칙을 강조하면서도 불필요한 여지를 남긴다면 더욱 그렇다.

지난 7일 낭산 주민들과의 대화에서 정 시장은 “항상 강조해 온대로 주민 뜻에 따르겠다”는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허나 그러면서도 “업체 입장에서는 생존이 걸린 문제라서 사실 어마어마하게 저항이 심하지만 견뎌내야 한다. 주민들께서 불편하더라도 참고 살자 그러면 제가 따라갈 수밖에 없는 것”이라는 점을 부각했다.

의문이 든다. 왜 압박을 받는다고 생각하는가. 왜 우려하는가. 언제 익산시가 업체더러 재활용폐기물을 매립하라고 했는가.

인허가 권한을 가진 익산시가 사업 타당성이 확보되지 못한 사업에 대해 불허하면 될 일이다. 비단 이번뿐만이 아니고 행정의 모든 인허가가 그렇다.

그런데 유독 이번 재활용폐기물 매립 시범사업에 대해서는 깊은 우려를 표한다. 암만 생각해도, 업자들의 입장을 일일이 고려하면서 쓸데없이 ‘압박’이니 ‘저항’이니 운운할 필요가 없는 데 말이다.

특히나 이미 더 이상 폐석산에 폐기물 매립은 없다고 공공연히 약속한 그가 아니던가.

보다 강력하게 불허 입장을 천명하는 것이 “언제나 시민의 뜻에 따르겠다”던 원칙에 부합하는 게 아닌가 싶다.

괜한 언급으로 빈축을 사지 말아야 하는 게 단체장이다. 부디 애먼 오해를 부르는 언행을 삼가시길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