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신문 기자 송승욱

이른바 행정사무감사 시즌이다.

지난 한 해 동안 펼쳐온 각종 사업을 면밀히 살피고 잘못된 부분을 찾아 지적하고 개선방향을 제시하는 게 매년 펼쳐지는 행감의 가장 큰 취지라 하겠다. 그렇기에 질문을 하는 의회 쪽은 면밀한 준비로 날카로운 칼을 겨누고, 답변을 하는 집행부는 타깃이 돼 시종일관 긴장태세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기간이다.

허나 시민의 대표로서 행감을 진행하고 있는 시의회 의원들 중 일부의 행태는 참으로 낯부끄럽기 짝이 없다. ‘자신이 속한 상임위 소관부서의 행감 책자를 한번이라도 제대로 펼쳐보기라도 한 걸까’라는 의구심이 들 정도.

매일 들어가는 감사장에서 가장 많이 느낀 바는, 적잖은 수의 의원들이 지극히 기초적인 사실을 확인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거다.

주요 감사 자료조차 누락되고 당면현안에 대한 세부사항을 파악하지 못한 채 감사장에 들어서는 집행부의 행태도 지적받아야 마땅한 모습이지만, 지역 내 언론보도만 제대로 읽어봐도 알 수 있는 것들을 감사장에서 일일이 확인하는 의원들을 보면 시간을 잡아먹는 게 아까울 정도다.

지역 언론 기자가 감사장에 들어가면 평소와는 달리 감사 시간이 현격히 늘어나는 모습도 당최 이해하기 어렵다.

실제로 감사장에 기자가 들어가 있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차이는 분명하다. 집행부로부터 “기자가 들어오면 오래 걸리니 다른 취재 하시는 게 어떠냐”는 부탁 아닌 부탁이 매번 괜히 들려오는 게 아니다.

이는 대부분 언론 노출을 통해 열일(열심히 일)하는 이미지 부각을 꾀하려는 일부 의원들의 꼼수 탓이다. 부디 그런 것이 아니기를 바라고는 있지만.

게다가 일부 의원의 질의는 도무지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가 없어 답변하는 쪽의 재질의 요청을 받기도 한다. 묻는 바가 뭔지 정리를 해 달라는 거다.

질문 수준이 그러니, 심지어는 집행부 쪽에서 의원을 질문을 가볍게 받아치고 넘어가버리는 광경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해당부서장이 정확한 답변을 하지 못해도 “자료로 제출하겠다”는 말로 무사통과하는 경우도 많다. 명색이 감사인데 회의록에 책임 있는 답변 하나 남기지 못하는 무능한 모습이다. 그럴 때는, 으레 감사장에서의 긴장감 따위는 도무지 찾아볼 수 없다.

특히 “동료 의원이 먼저 지적하셨는데”라든가 “잘 몰라서 물어보는 건데” 등으로 시작하는 질문은 대개 그렇다. 서두에 이 같은 전제를 깔고 시작하는 말들은 대다수 현안에 대한 심층 질문이나 또 다른 관점에서 의미 있는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순서가 됐으니 의례적으로 뱉는 말에 지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보니 당면현안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는 것을 기대하기는 더욱 어렵다.

물론 전부 그렇다는 건 아니다. 열일하는 몇몇은 당면현안에 대해 심도 있는 질문을 준비하고 감사장에서 날카로운 송곳 질문을 펼친다. 사안이 중복되는 경우에도 나름의 의미 있는 문제제기와 대안을 요구하는 모습을 보인다. 어지간한 눈과 귀를 가지고 있다면 누구나 알 수 있다.

시민의 대표들에게 고한다.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는 말이 있다. 한 번쯤 자신을 돌이켜 보시라.

시시콜콜한 초등 수준 질문 가지고 감사가 제대로 되겠는가. 집행부가 의회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겠는가. 지금의 그 모습으로 자신을 뽑아준 시민 앞에 당당히 설 수 있겠는가.

내년 지방선거가 목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