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신문 기자 송승욱

시장 공약인 농정국 신설에 짜 맞춰져 ‘누더기’라는 지적을 받았던 익산시 조직개편안이 기획행정위원회에서 일부 수정된 채 가결됐다.

근데, 정말 웃기는 건 가결의 이유다. 모든 문제의 근원으로 지목됐던 농정국 신설. 그 효과는 여전히 불확실하지만, 그래서 예산 및 행정력 낭비가 우려되지만, 시장의 공약이고 의지가 워낙 강하시기 때문이란다.

지난 6일 심의에 상정된 개편안은 그간 기획위에서 지적됐던 문제점이 여전히 그대로인 상태였다.

다만 달랐던 점은 정헌율 시장이 이례적으로 상임위 심의에 참석해 직접 농정국 신설의 필요성을 강조했던 점 정도.

하지만 이날 시장이 직접 나섬으로써, 그간 기획위가 지적해 왔던 문제점들은 자동으로 치유되다시피 했고, 잘못된 부분들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은 미진한 부분을 향후 보완하라는 주문으로 친절하게 변했다.

‘누더기’, ‘시대착오’, ‘부실용역’, ‘헛돈’ 등등.

익산시가 내놓은 조직개편안에 대한 기획위의 이전까지의 평가다.

하지만 이날 기획위는 지금까지와는 사뭇 달랐다. 오히려 ‘이번에는 통과시켜 줄 테니까’ 잘 하시라는 격려가 이어졌다.

시민에 의해 부여된 신성한 입법권한에 근거한 조례안 심의의 장이, 적당히 눈치 봐서 통과를 시켜주는 시혜의 장이 됐다.

의회의 자기부정이다.

자기들이 심의해 최종 확정하는 조례안을 두고, 타당성이나 실효성이 담보되지 않았다 문제를 삼으면서도 시장의 의지가 엿보인다며 통과시켰다. 기를 쓰고 반대하는 것으로 비춰지는 데 대한 부담도 일정부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기획위의 가결에는 명분이 없다. 그들 스스로도 충분히 안다. 그러니까 없는 명분을 찾는답시고, 이례적으로 시장을 상임위에 출석시켜 발언의 기회를 준 게 아닌가.

다음에도 또 그러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든다. 떼를 쓰고 달려들면 또 못할 이유가 없겠다 싶다.

스스로 의심을 품고 있으면서도, 혈세와 행정력이 낭비가 우려되면서도, 집행부 수장이 직접 나서면 적당히 명분을 세워주고 잇속을 챙길 텐가.

이날 기획위의 모습은 충분히 그랬다.

더 가관인 것은, 그러면서 책임은 지지 않겠다고 했다. 농정국 신설로 인해 부작용이 발생하면 모든 책임은 정 시장이 져야 한다고 못 박았다.

그게 어디 가당키나 한 말인가. 정 시장은 조례제정 권한이 없다. 입법의 책임은 당연히 의회다. 그러라고 가슴에 배지 달고 있는 것이다.

조례는 개정해 주고 책임은 지지 않겠다는 황당한 발상은 어느 뇌에서 나오는 것인가. 자기가 뭘 하는 위치에 있는지 알고는 있을까. 어찌 이리 무책임할 수 있을까.

참 못났다.

누구 말마따나 ‘가있오있(가는 게 있으면 오는 게 있다)’이다.

친절히 ‘통과시켜’ 주면서 기획위가 얻은 게 무엇일까. 집행부와의 원활한 소통에 한 발짝 나갔다는 자기만족일까. 두고두고 지켜볼 일이다. 시정발전을 위한 착한 ‘딜(거래)’이길 바랄 뿐이다.

한 마디 더하자면, 어떻게 설득했는지는 모르지만 그동안 줄곧 ‘누더기’라는 지적을 받아온 개편안을 한순간에 통과시킨 정 시장의 정무능력이 참 놀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