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형택 Like익산포럼 대표, 제7.8대 익산시의원

해가 거듭될수록 매년 여름이면 익산 시민들을 괴롭혔던 악취문제가 시민참여, 시설개선, 관리감독 등을 통해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시민들도 과거에 비하면 악취문제가 많이 개선되었다고 이야기하는데 도시를 형성하고 살아가는 이상 악취 없는 세상에 사는 것은 불가능한 현실이다. 올해에도 ‘익산악취24’ 어플, 익산시청 홈페이지, SNS 공간에 악취를 호소하는 의견들이 계속 이어졌다.

시민들이 실시간으로 악취를 제보하는 ‘익산악취24’에는 올해 9월 12일 현재까지 1002건의 민원이 접수되었다. 악취 유형은 분뇨 냄새가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데 익산시에서는 김제 용지면에 밀집한 축산 관련 시설들을 원인으로 분석하고 관련 대책들을 추진하고 있다.

익산시는 원광보건대학교 강공언 교수 연구팀에 의뢰하여 2017년 악취 민원을 유형별로 분석하여 전국 최초로 시민참여형 악취지도를 제작하여 체계적 관리의 단초를 마련하였다. 강공언 교수는 2016년 8월부터 2017년 8월까지 ‘악취3355’에 접수된 민원 1700여건과 2007년부터 2016년까지 10년 동안의 익산시 기상특성을 분석해서 시민참여형 악취지도를 제작했다. 그리고 이후 익산시는 이를 바탕으로 ‘익산악취24’ 어플을 자체 개발하여 현재까지 운영중이다.

‘익산악취24’를 통해 매년 악취 민원 빅데이터가 2000~3000여건 수집되어 이를 분석하여 악취 유형과 악취발생에 따른 시·공간적 발생빈도 및 분포 특성을 파악하여 악취지도를 작성하고 있다. 이 연구사례는 우리나라 악취연구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한국냄새환경학회 2018년 학술대회에서 우수구두발표상을 수상했다.

뿐만아니다. 시민참여로 수집된 빅데이터로 악취 원인을 분석하고 문제를 해결해나간 스마트앱 사례는 ‘시민과학’을 통한 지역사회 문제 해결의 모범적인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익산의 ‘악취3355’는 2019년 경기연구원이 발간한 『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과학의 의미와 가능성』 보고서에서 국내 시민과학 사례로 선정, 심층 분석하여 발표하였다.

시민과학은 전문적인 훈련을 받지 않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과학연구에 참여하여 데이터를 수집하거나 집단지성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행위를 의미하며, 광의로는 일반인들이 과학기술을 둘러싼 논의와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것을 포함한다. 전 세계적으로 생물다양성 분야에서만 시민과학 프로젝트에 참여한 시민들이 2백 30만 명에 이르며 이러한 기여를 경제적으로 환산하면 매년 25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2005년 위키피디아에 시민과학이란 용어가 처음으로 등장하여, 2014년에는 옥스포드 영어사전에 추가되었다. 이는 인터넷, 스마트폰, 센서 등의 네트워크와 정보화 기술발전으로 많은 시민들이 손쉽게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과도 관련이 있다. 시민과학의 가치에 주목하여 EU와 미국에서는 정부 차원의 정책적 지원도 확대되고 있는데, 시민과학은 전문가나 정책입안자가 얻기 어려웠던 데이터 수집을 가능하게 하여 증거기반 의사결정을 지원하며, 사회문제 해결에 사회, 정책, 과학을 연결하고 확장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사회혁신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다.

‘익산악취24’는 전국 최초의 사례이고 시민과학의 좋은 사례로 평가받는 만큼 몇 가지를 개선한다면 더욱 훌륭하게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먼저, ‘익산악취24’ 어플에 접속할 때마다 휴대폰 본인인증을 요구하는데 이는 시민들의 접근성을 매우 제약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모든 어플은 1회 다운로드 후 1회 본인인증을 마치면 동일기계에서는 자동으로 접속이 된다. 그런데 ‘익산악취24’는 접속할 때마다 매번 본인인증을 하도록 하고 있어 반드시 개선이 필요하다. 두 번째로, 하루에 2회 이상 민원접수를 하지 못하도록 해서 악취가 몇 시간 지속되더라도 8시간 지난 후에 접수할 수 있어 악취가 극심한 상황에 대한 파악이 어려워 이 부분도 개선이 필요하다. 세 번째로, 냄새 종류도 현재 6가지 정도로 축소해서 운영중인데 과거처럼 더욱 세분화하여 세밀하고 과학적인 분석이 가능하도록 개선이 필요하다. 네 번째로, 악취가 날 때 ‘익산악취24’에 접수하고 나면 새벽 1시~2시가 넘은 시간에도 익산시 악취담당자 휴대폰 번호로 전화가 걸려온다. 민원을 신속하게 응대하기 위한 적극 행정이라 하기에는 오히려 큰 불편을 주는 부작용이 있어 이 부분도 세심한 검토가 필요하다.

악취는 감각공해로 그 특성상 일정한 시간대에 발생해서 극심하게 피해를 유발하고 사람에 따라 느끼는 피해 정도가 다르다. 이러한 악취의 특성으로 인해 행정만의 대책으로는 해결이 쉽지 않고 행정, 민간, 학계, 전문가, 기업 등의 협업이 필요하고 피해당사자인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화 협력, 이해가 있을 때 해결이 가능하다. 이런 면에서 볼 때 익산시는 시민참여를 통한 시민과학으로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한 매우 모범적인 행정을 펼쳤다.

‘익산악취24’에 접수한 시민 의견은 불편한 민원이라기보다는 돈으로 환살할 수 없는 적극적인 시민참여라고 할 수 있다. 지역에 대한 관심과 시민의 참여로 형성된 빅데이터를 적극 활용하여 사회문제, 환경문제를 해결한 시민과학을 익산시가 더욱 발전적으로 구현하여 전국적인 모범으로 전파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