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각 행위는 물체를 본래 물질로 분해시켜서 근원으로 돌려 보내는 것을 의도한다. 떠나 보냈던 것은 다시 공기나, 물이나, 흙 속의 자양분으로 돌아 올 것을 전제하고 있다는 점에서, 태우는 행위는 그대로 신성한 소멸과 생성의 순환 작용이 된다.

이는, 사람이라면 모름지기 저절로 알게 되는 자연의 질서가 아닌가. 그러나 익산의 부송동 소각장 관련, 공무원과 업체 관계자들은 이런 생태계를 정면으로 교란하고 있으니, 이들이 '사람'인지를 먼저 검증해 보아야 할 필요가 절박하다.

생활쓰레기만 태우도록 규정 된 소각장에 지정폐기물이나 건설폐기물 등의 사업장폐기물을 태우는 것은 명백한 불법이다. 하지만 여기에서 위법성 시비는 본질이 아니다.

이 소각장이 감당하지 못하는 쓰레기를 태웠을 때 입게 될 피해의 치명성이 우리가 마주해야 할 정체다.

익산시 부송동 소각장은 생활폐기물만을 소화하도록 설계 되었다. 이 경우에 굴뚝으로 배출 될 가스의 종류와 그 정도는 예측 가능하다.

하지만 당초 설정과 전혀 다른 사업장폐기물을 태운다면, 이 소각장의 배출가스 필터링 장치는 무력화 된다. 이 때, 우리는 죽음의 환경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 되는 것이다.  

더구나, 연소 과정에서 기화한 맹독성 물질이 수증기나 분진에 편승해 일단 공기 중에 노출 될 경우, 이를 걸러낼 여과장치가 없다.

인체는 순환의 생명현상에 순응해야만 하는 탓에 공기 중에 존재하다가 호흡기를 통해 들어오는 무색 무취의 위험한 물질들을 거부하지 못한다.

환경호르몬은 그 위험성을 단적으로 명징한다. 이것은 체내에 들어가 생체호르몬과 유사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인체는 의심조차 하지 않는다.

환경호르몬은 일상생활 중 극소량이 서서히 축적되면서 우리 몸 속 호르몬 분비를 교란, 성장 장애를 비롯한 성기능 장애, 기형, 암 등을 유발한다.

기화됐던 다이옥신, PCB, PAH, 푸란, 페놀 등의 환경호르몬이 강물에 녹아들거나 산과 들에 떨어져도 결국 먹이사슬의 최상위에 있는 인체가 그 피해를 모두 감수해야 한다.   

따라서, 소각해서는 안 될 물질을 소각하는 것은 순환의 질서를 일탈하는 것으로 사람이 할 짓이 아니다.

부송동 소각장은 하루 2백톤을 소각할 수 있는 시설로 이를 땅바닥에 쏟아 놓으면 하나의 산을 이루는 양이다.

위험성은 여기에 비례한다. 익산시 소각장 관련 공무원들과 업체 관계자들이 '사람'의 심장을 갖고 있는지를 먼저 검증해야 하는 이유다.

굴뚝에서는 검은 연기를 뿜어내고, 쓰레기들을 마구잡이로 반입하며, 지난 달 21일과 22일에는 1km 밖의 도사견이 유산을 할 정도의 폭발음을 연달아 내는 소각장 앞에서, 주민들은 동시에 죽음의 그림자와 상면한 공포에 떨고 있다. 

환경감시원들은 현장에서 쓰레기 운반 차량을 가로막고 반입되는 쓰레기 성상을 조사했다. 지정폐기물 같은 쓰레기가 다량 발견되자 익산시에 항의 했고, 그러나 이들에게 돌아 온 것은 자격 박탈을 예고하는 공문 뿐이었다.

더구나, 지역주민들과 지역언론의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3주 째 이어지고 있지만, 익산시나 소각장 업체는 아랑곳 하지 않고 지정폐기물 등을 버젓이 반입하고 있다.

주민 생명을 담보한 행정편의주의에 안주하여, 주민감시 활동을 위축시키고 재갈을 물리기에 급급한 행태에서 익산시 행정의 본질을 본다.

소각장 주변지역 주민들의 정서는 급속하게 냉각되면서 민선 4기 수뇌부에 대한 심판론으로 전이되고 있다.

이 모든 사태의 원인은 익산시 공무원들이 그동안 직무를 유기한데서 비롯한다. 지난 3년 동안 일반주택을 비롯한 상가, 사업장 등의 배출 쓰레기에 대한 분리수거체계 구축이나, 주민들의 인식 개선에 거의 뒷짐 지고 있었던 결과라는 점을 뼈아프게 성찰해야 할 때다.

이제라도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고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