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감소의 가파른 하향곡선을 보며 왜 7년 전의 악몽이 기시감으로 다가오는가? 세월호는 해상의 참사이고 인구소멸은 육상의 참사인 것이 다른 것인가?
세월호는 나라님의 무관심이었고 인구문제는 나라님의 관심에도 속수무책이라는 점이 차이일까?

생때같은 산목숨이 수장되어 사라진 참사와 숫한 미래 생명이 태어나지도 못하는 상황을 같은 참사라 말함이 언어도단일지는 모른다. 하지만 대한민국이라는 배에 승선하고 있는 내게는 급하게 기울어지는 인구곡선이 그냥 그래프가 아닌 침몰을 앞 둔 배의 기울어진 모습으로 다가온다.
이대로 가다가는 2070년 인구가 3천만 명이 되어 인구소멸국가 1호가 될 것이라는 미래학자들의 예측이 맞는다면 그때가 대한민국호의 침몰 시간이다 .
그리고 그 불길한 예측대로 가고 있음이 통계로 드러난다.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0년 우리나라 인구가 7년 전에 비해 300만 증가하여 5천만 시대가 되었다. 그리고 2020년까지 130만이 증가하였다. 꾸준히 증가는 했다. 문제는 증가폭이다. 7년간 300만 증가에서 이후 10년간은 130만 증가에 그쳤다는 것이고 2028년 마침내 감소가 시작된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이후 내리 하향곡선을 그리다가 마침내 2070년을 맞게 된다.
예측은 저출생의 통계 용어인 출산율에서 분명해진다. 출산율은 93년 대비 딱 반 토막인 0.84로 전 세계 227국 중에서 226위라 한다. 저출생의 원인을 모르는바 아님에도 대통령도 행정부도 정치권도 속수무책이다. 선장이 도망 나온 것도 아니고 ‘기다리라’고만 하는 것도 아닌데.

그 소멸의 시대를 앞서 지방소멸의 시대가 먼저 온단다. 인구 3천만 시대에는 인구의 수도권 집중으로 지방의 지하철이 사라질 것이라고 한다. 지하철만 그러하랴. 병원도 학교도 관공서도 아파트도...지하철도 없는 전라북도의 소멸이 먼저이고 인구수가 적은 농촌부터 소멸은 시작될 것이다. 농촌지역, 지방 소도시의 소멸은 이미 시작되었다.
그간 통폐합 학교로 폐교가 되어버린 학교의 64%가 영호남 지역이고 앞으로도 폐교 대상이 될 30%의 학교 중 대다수는 농어촌 지역에 있음이 이런 예측의 실재 근거이다.

인구상황이 이러한데도 수도권은 인구의 절반을 넘는다.
이미 오래전부터 사람은 낳으면 서울로 보내라는 말에 우리는 순종했다. 서울에 더 큰 배움이 있어서가 아니라 좋은 직장이 있었던 까닭이고 인맥과 학맥을 쌓기 위한 수단 이었다. 국가는 좋은 직장을 수도권에 집중시켰고 소비시장을 확대했다. 지방은 공부 잘하는 한 명이 장차 가족과 지역을 위해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로 서울의 유명대학에 보내기 위해 전력투구했다. 거의 돌이킬 수 없는 맹목적인 흐름을 만들었고 이것이 수도권 확대, 지방 소멸의 악순환 체계를 일반화했다. 서울에 있는 대학은 무조건 좋은 대학이라는 신화를 만들어버렸다. 십 수 년전 까지만 해도 지금만큼은 아니었다. 극소수의 유명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들 말고는 꽤 유능한 인재들이 지역의 대학을 다녔다. 그들 중 상당수는 지역의 중심이 되어 지역의 활력을 만들어냈다.

그런데 지금은 무조건 in서울이다. 서울에 있는 대학은 서울에 있는 것만으로도 좋은 대학이라 여기게 되었다. 학생들의 의식체계를 만들어낸 문화적 현상이 되었고 어른들은 이것을 유도하거나 방조했다.

바꿔야한다.
대통령도 속수무책인 저출생 문제는 지방이 어쩌지 못한다 하더라도 인구유출로 인한 지방소멸의 시계를 늦추거나 반대로 돌리는 일은 교육이 할 수 있다.
필자가 학교장으로 재직하던 군산 회현중학교가 하나의 사례에 불과하더라도 분명한 모델이 될 수 있음을 환기한다. 폐교를 걱정하던 면단위 학교가 도시와 타시도의 학생들까지 입학을 희망해서 십대 일 이상의 경쟁률을 기록하고 전국적인 벤치마킹 사례로 방문이 줄을 이었다. 그리고 급기야는 마을의 정주 인구가 늘어난 사례는 우연이 아니라 근거가 된다.

두 가지 쯤을 생각해 본다,
첫째 강한 지역대학을 육성하기 위한 전도민적 운동과 지원이 필요하다.
‘좋은 대학’이 아니라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있는 대학’을 만들어야 한다.
이른바 세계화와 지역화의 합성어인 글로컬 대학이다.
한류문화가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대학이 그저 취업률 경쟁에 매몰됨에서 벗어나 지방의 문화와 공동체성, 창의적 상상력으로 생산성을 만들어 내는 사례를 지역대학을 통해 기획해야 한다.

지자체의 더 크고 적극적인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 창업 인프라 구축과 지원, 지역대학 입학학생에 대한 숙식의 무상 지원, 지역대학 입학 비율이 높은 고등학교에 혜택 강화, 기업과 관공서의 지역대학 졸업자 우선 채용과 가산점 부여 등, 물론 대학에 입학하지 않아도 지역에 남아 지역의 생산과 소비를 만들어 내고 공동체문화를 꾸려갈 청소년들에 대한 창업과 취업 보장 강화도 포함해야 한다.

둘째 도교육청과 학교의 역할이다.
얼마 전 서울대 총장과 카이스트 총장의 대담에서 나온 “미국은 방역 질서는 엉망이지만 백신을 만드는 나라이고 우리는 방역질서는 좋지만 백신을 어디서 사올지 걱정하는 나라다” “서울대 입학생들에게 정답을 외우는 버릇을 고치는 것에 교수들이 애를 먹는다” “교수와 답이 같지 않으면 학생들은 이내 자기 답을 포기한다”라는 걱정에 답이 있다. 문제를 푸는 능력을 넘어 문제를 만드는 능력, 답을 맞히는 것이 아니라 답을 만들어 내는 능력, 좋은 대학이 아니라 좋아하는 대학을 가고자 하는 자세를 갖게 초중고 교육의 방향을 분명하게 전환해야 한다.

지역의 대학이 좋아하는 것을 연구하고 성공하게 하는 역할을 하고 지역의 초중고 교육이 좋아하는 것을 찾게 해주는 교육을 할 때, 지자체가 이것을 전폭지원하고 전도민이 박수와 성원을 보낼 때 지방 소멸의 시계가 늦추어 질 것이다. 지역 대학과 교육청, 지자체의 머리 맞댐이 필요하다. 머리를 맞대면 답이 만들어진다.

약력

前) 회현중학교 교장
前) 전주교육장
現) 전라북도대표시민감사관
現) 대통령직속국가교육회의국가교육위원회설치지원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