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의 토지 가운데 농토가 차지하는 면적은 절반 이상을 상회한다. 농민은 4만명 정도에 불과하지만, 밥을 생산하는 이들은 대부분이 토착민들이다. 하지만 이들 삶의 질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게 없고, 상대적 박탈감은 일상화된지 오래다. 비단 취약한 사회간접시설에서만 기인하는 것이 아니다. 농민들은 지역사회의 주류이면서 정작 개발정책 수립의 주체에서 배제되어, 마을단위의 정체성이 동력으로 재생산되지 못하는데서 비롯한 문제다. 마을 공동체가 스스로 특화에 참여하고, 브랜드를 창출하는데 보다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이유다. 상업과 소비 주체들만이 공존하는 도시는 정착의식의 약화를 부른다. 이는 급격하게 인구가 감소하는 익산에서 그대로 투영 된다. 도시와 농촌의 간극을 매우고, 도시의 성장을 견인하는 첩경은 정책 수립 과정에 농민들을 참여시키는 것이다. 이에 앞서 농민들을 도시 브레인 그룹으로 육성하기 위한 다각적인 학습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운용해야 한다.   익산시의 족적을 돌아보면, 도시 위주의 개발 편중이 무엇을 위한 것이었는지에 대한 뚜렷한 대답이 발견되지도 않는다.  주인 의식을 갖는 농민은 도시 건설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어떻게 달성해야 하는지를 생각하고, 그 실현의 방편으로 지역사회 공동체 복원에 앞장 설 것이 분명하다. 토착민의 노력은 같은 공간, 다음 세대의 번영에 밑걸음이 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농민들을 정책 수립과정에 참여시키고, 마을단위의 능동적인 정책 결정자로 거듭나게 하려면, 익산시가 나서서 각 농촌지역에 산재한 생태와 인문을 발굴하고 이를 재해석해서 농민들에게 돌려줘야 한다.  생태와 인문이 한꺼번에 혼재하는 금강변의 웅포와 성당은 그 필요성과 방법론을 단적으로 웅변한다 생태환경에서 세계적인 브랜드 가치를 보유한 웅포의 금강과, 세계문화 유산 등재 조건을 충족하고 있는 성당의 농악 명인 이인수 옹이 그 본보기 이다. 수십만마리의 철새 도래지 금강은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곳이며, 이미 정부가 생물다양성지구로 지정할 정도로 우수한 생태환경을 자랑한다. 자치단체는 금강의 생태자원을 온전하게 보존하는 것 만으로도 천문학적인 이익을 낳을 수 있다. 훼손만 하지 않아도, 금강의 습지가 국제적으로 청정 생태환경을 보증하는 람사르 사이트에 등록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이는 금강 유역의 웅포와 성당을 세계가 인정하는 청정지역으로 격상시키는 일이고, 이같은 지역의 정체성은 익산을 대표하는 지역브랜드로 떠오를 수도 있다. 이를 위해서는 금강유역의 관행농법을 친환경농법으로 바꿔 나가는 것이 급선무이고, 익산시는 이 분야에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또, 도계(道界)를 초월한 금강변 주변마을들의 생물다양성을 추구하는 네트워크 구축이 필요하고, 이 통합 공동체가 금강 유역 전반을 보존하는 시스템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 과거, 전라도와 충청도를 이었던 물길은 이 땅에서 유일 무이한 이인수 농악가락의 본산이 되었다. 풍부한 젓줄을 공유하던 서로 다른 문화가 교류하면서 '이인수'라는 개체에 녹아들어 세계를 놀라게 할 우리 농악의 차별성이 구축 된 것이다. 이렇듯 많은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익산을 난관에서 건져 올릴 수 있는 지역별 정체성들이 산재하는데도, 재해석 되지 못한 채 진흙탕 속의 진주 처럼 묻혀있다. '청정한 농토와 농악의 명인'과 같이 생태 인문을 아우르면서 상상력을 자극하는 매력적이고도 경쟁력있는 소재들이 익산에는 풍부하다. 효과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정책 수립과 실행이 필요하고, 이의 성패는 마을 공동체의 참여가 최대의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