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적인 예로 익산 산업의 고유명사가 된 쌍방울이 도산한 이후, 그 공장부지 안에서는 여전히 쌍방울을 인수한 대한전선의 하청업체들이 쌍방울 제품을 생산하고 있지만, 직공들의 월 급여는 평균 50만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추산 된다.

설상가상으로, 경기침체를 극복하려는 익산의 기업들이 지속적인 감원으로 자구책을 모색하는 동안, 정부는 최저임금을 깎겠다고 나서고, 신입사원 연봉을 삭감하도록 종용하는 등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고통의 무게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양상이다.

성장도 고용도 없는 정체 된 이 도시에서는 노동시장의 유연성만이 강조 되어 비정규직을 양산 할 뿐, 고용과 관련한 어떤 담론도 허용하지 않는다. 노동자들의 절박한 문제들이 내일 해결해야 할 일로 미루어진 터무니없게 이완된 오늘이다.

 익산의 서민들은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 더이상 희생할 오늘이 없어 보인다.떠날 수 밖에 도리 없는 노동자들을 붙잡고 불투명한 내일을 위해 인간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존엄성 마저 포기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노동환경과 서민복지 문제 해결에 자치단체가 나서야 할 까닭이다. 익산시의 인구 유출을 중앙정부가 걱정할 손실은 아니지 않는가. 

이제는 도시의 주체인 인구에 대한 마인드를 바꿔야 한다. 인구를 늘리려면 먼저 줄지 않게 해야 한다. 남아야 하는 이유를 전파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야 한다. 떠나야 하는 이유만을 보여주면서 인구를 늘린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자치단체의 예산 편성 기조가 변화되어야 한다.

고달픈 서민들의 삶을 고려한 사회안전망이나 일자리 예산을 늘려나가야 한다. 이런 떠나지 말아야 할 큰 이유를 만드는데 장애가 되는 요인들을 과감하게 제거해 나가야 한다.

전시성. 선심성 예산 사용은 시민들을 짧은 순간 착각에 빠뜨릴 수는 있다. 그러나 척박한 현실속에서 잠시라도 냉정하게 되돌아보면, 피골이 상접한 몸에 잠깐 빌려 입었던 화려한 옷과 같이 허무하고 터무니 없지 않겠는가. '표'만을 염두에 두는 민생파탄식 예산편성은 축출되어야 할 무개념 낭비벽이다.

시민들은 이를 금새 발견해 낸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최소한 익산시의 전체 예산(7천여억원) 중 1% 만이라도 당장 일자리창출과 사회안전망구축을 위해 증액해야 한다. 자치단체의 서민 복지강화는 기업의 고통과 역할을 분담한다는 측면에서, 분권과 자치를 실현해나간다는 측면에서, 지역사회 구성원들이 인간의 존엄성을 지켜나갈 수 있게 한다는 측면에서, 익산시가 한 시도 늦추어서는 안 될 과제다.

 자치단체는 또, 보잘것 없는 능력들이라도 문제해결을 공유하면 절대다수가 누릴 결과물을 낳을 수 있다는 점을 고찰해야 한다. 소위 지역사회 주류들이 노동자와 섞이고, 노동자가 지배와 피지배구조를 연상하지 않도록 지역사회의 통합에 힘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당초 섬유계열 회사가 대부분을 차지한던 취약한 산업기반과 극도로 저조한 임금수준, 열악한 노동환경은 익산이 오래전부터 안고 있는 한계였다.

노동자들은 열악한 환경을 극복하기 위한 투쟁이 불가피했고, 이는 익산의 노동자들에게 ‘강한 노조’라는 오명을 안겨주기도 했다. "단지, 가난이 죄다"는 익산지역 노동자들의 한탄이 인식 개선의 키워드가 된다. 

시끄러웁고 미래의 장애가 되니 침묵하라는 노동자들에 대한 강요와 무관심은 악덕 업주들을 양산하지만, 민관이 함께 고민해서 체득되어지는 이해와 협력, 그리고 나눔은 노동문화 자체를 개혁하는 첩경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