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과 6.10 민주항쟁을 계승한 지방분권특별법이 공포된지 5년이 흘렀다.

참여정부가 담아 낸 그 시대 정신은 중앙집권이 주도해 온 통계중심의 양적인 성과지상주의에 종언을 고했는지. 다원적인 생활의 욕구를 질적으로 충족시키는 업데이트 된 시스템은 제대로 구동되고 있는지. 오늘 우리가 살펴야 할 새로운 시작, '분권'의 뒷 걸음질 친 궤적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만큼이나 굵고 선명하다.

수 많은 이들이 민주화의 제단에 몸바쳐 이룬 총화 '분권'이, 전진에 필요한 동력을 잃고 비틀비틀 후퇴한 흔적이다. 분권은 전진에 필요한 동력을 잃었다. 혹자는 복잡한 구조적인 모순이나 힘의 논리를 말하지만 무엇보다 큰 손실은 민주를 외치던 이들의 조기 퇴장이다.

아직 이룬 것이 일천하고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은 데도 그들 중 상당수가 안정 보수세력으로 편입했다. 혹은 무장을 해제하고 생업으로 돌아가 순박한 민중이 되었다. 망각과 외면은 뼈를 부수어 얻어낸 참된 민주주의의 실현의 기회를 놓치고 있다.그동안 중앙의 권한이 상당부분 지방으로 이전되었으나, '자치'는 여전히 정치적 독립을 이루지 못하고있다. 정당공천제가 지역 정치인들의 고유한 정서와 주체의식을 말살한 탓이다.

때거리 정치는 쏠림 문화를 낳았고 이처럼 단순한 정치에 길들여진 지역 사람들은 쓸만한 정치인을 가리는 일에 쉽게도 피로감을 느낀다. 익산지역 사람들에게도 '될 사람을 찍자'주의가 보편타당한 정치의식구조로 뿌리내렸다. 

자치단체의 집행부와 지방의회는 견제 대신 '야합'을 미화시킨 협력 관계에 충실하다. 봉사직에서 유급제로 전환된 이후에도 지방의회의 불성실한 행태는 여전하다. 단체장과 의원들의 이같은 만연된 주민 경시풍조는 분권. 자치에 적응하지 못하는 지역 사람들의 의식과 무관하지 않다. 무엇보다 오랜 동안 열린정치를 경험하지 못했던 지역 사람들의 지방자치에 대한 체감지수는 지나칠 정도로 낮다.

특히 고달픈 생업에 매달린 서민들의 정치에 대한 무관심은 부적절한 정치인들의 안전장치가 되고 있다. 단체장과 상당수 지방의원들의 행태는 지역 사람들이 자신들을 견제하는 주체가 되지 못한다는 확신에 차 있다는 점을 노골적으로 확인시켜 준다.자치단체의 분권 수용능력도 부족했다.

공직사회는 시대정신에 둔감했고, 행정편의주의를 버리지 못해 '협치'는고사하고 일방통행식 모르쇠 행정행위가 난무했다. 비효율적인 행정구조와 운영시스템을 개선하지 못했고, 선출직 단체장으로 인해 혈세 낭비벽은 오히려 심해졌다. 이 같이 무기력한 자치단체는 주민들에게 참여와 협치 등 다양한 정치실험을 통한 학습기회를 제공하지 못했다.

이런 까닭에 자율혁신 역량을 기르지 못한 분권과 자치는 보다 나은 해결책을 모색해 나가는 정치과정이 되지 못했다. 이런 인식의 정체는 지방분권의 핵심적 기대효과를 크게 염두에 두지도 않았다. 사람과 돈과 정보가 지방에 모이지 않고, 오히려 도시가 갈수록 비어가는데도 책임주체가 모호한 상황이 되었다.

지방자치단체가 수행하는 핵심적인 사무는 모두 중앙정부가 다각적으로 통제하면서도, '수익자 부담원칙'을 앞세워 사회복지서비스의 공급과 재정 책임 전반을 지방정부에 떠맡기고 비용 부담을 더는데 급급한 모습이다. 이는 분권의 후퇴를 의미한다.지방분권은 당초, 사회전반에 걸쳐 갈등과 대립을 유발하는 동시에 행정비용의 증가를 초래 하는 역작용을 감수하면서까지 감행된 제도다.

중앙집권적 문제 해결방식에서 탈피하지 못했는데 무엇이 분권이란 말인가.지역사람들의 자치 참여와 자율통제를 수반하는 자치의식이 성숙되지 않은 이상 지방분권은 요원하다. 지역사람들이 지속되 온 자치여건의 근원적 불균형을 시정하기 위해 힘을 모으도록 해야 한다. 이 땅에 민주의 투사들이 다시 돌아와야 할 절박한 이유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