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필/희망연대대표, 제일한의원 원장

선거철이 다가오긴 오나 보다. 만나자는 사람이 점점 늘고 있다. 시민단체 대표를 맡으면서 느끼는 거지만 만나자는 사람이 늘어나면 그것은 반드시 선거철이 다가 왔다는 징표다. 평소에는 보지도 않고 볼 일도 없던 사람들을 자의반 타의반으로 보게 된다. 사람을 만나는 일이야 나쁠 것이 없으니 탓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문제는 만남의 내용이다. 솔직히 시민단체 활동을 하게 되니 오히려 정치적 제약이 많다. 정치적 문제는 혼자 판단할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활동이 혹여 시민단체의 순수성, 중립성을 해치지는 않을까 걱정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많은 정치인들은 선거철만 되면 시민단체를 방문한다. 그리고 그 내용은 거의가 다 도와 달라는 것이다. 물론, 내가 정치인이어도 당연히 그렇게 할 것이다.

그러나 아쉬움이 남는 것은 왜 일까? 한 번도 그런 만남에서 정치의 변화, 사회의 변화와 발전에 대해 의견을 묻고 듣고 나누는 시간을 가진 적이 없었다. 그저 “도와 달라.” “글쎄요. 아무튼 수고하세요.”가 주요 이야기의 대부분이었다. 정치인들이야 당연히 표가 중요할 수밖에 없지만 적어도 사회의 책임 있는 지도층이라면 가장 먼저 고민하고 나누어야 할 내용은 지역의 문제이며 지역의 성장이다. 그리고 이렇게 만날 기회가 어디 많은가? 그런 때가 아니면 만나보지도 못하지 않는가? 본격적인 선거철이 다가오려면 아직은 시간이 있다. 이때 만나서 나누어야 할 대화는 시민을 위해, 진정 익산에 필요한 것이 무엇이며 우리는 무얼 할 수 있는가? 이다.

『논어』에 보면 이런 말이 있다.  “子曰 群居終日 言不及義 好行小慧 難矣哉”(위령공편)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하루 종일 모여 앉아서도 화제가 의로움에 이르지 않고 조그마한 지혜나 구사하기를 좋아한다면 참으로 난감한 일이다. 사실 이런 한 두 번의 만남으로 무엇인가가 바뀌고 좋아질 거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사회라는 것이 워낙 복잡하고 난해하기 때문이다. 정치는 더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정치는 위기다. 정당정치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기존 정당이 얼마나 국민, 시민들로부터 비판받고 신뢰를 잃었으면 어느 날 나타난 안철수에게 모두 나가떨어지겠는가? 안철수라는 사람이 대단할 수도 있으나 그만큼 기존 정치권에 대한 실망의 이유가 더 크다.

이는 익산도 예외가 아니다. 작년 한 해 동안 익산시민사회단체협의회가 했던 일의 대부분은 정치권에 대한 질책과 질타였다. 사실, 그 이전부터 익산의 정치가 워낙 개판이어서 여러 말이 나왔지만 작년은 그 최악을 보여줬다. 도의원, 시의원들이 자신의 직분을 망각하고 설쳐댔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당 지역위원회에서는 사실상 방관하고 있었으며 어떻게 하면 자신의 힘을 유지시킬 것인가에만 신경을 쓰고 있었다.

언젠가 희망연대에서 ‘익산발전의 가장 큰 장애물이 무엇인가?’라는 주제를 가지고 작은 간담회를 가진 적이 있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정치라고 대답했던 기억이 난다. 언제부턴가 익산에서 가장 후진적인 분야가 정치가 되고 있다. 전국적으로 그러니 뭐 대수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만큼 시민은 불행한 것이다.

익산 정치가 이런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민주적인 시스템이 형성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국회의원바라기’만이 존재해서 이리 쏠리고 저리 쏠리고 시민의 의견, 생각은 정치에서 거의 의미 없어진지 오래다. 국회의원에게 잘 보여서 정당 공천만 받으면 모든 것이 끝난다. 이렇게 되면 정치인들은 시민을 위한 정치가 아니라 다음번 공천과 당선을 더 중시하는 활동을 하게 된다. 한마디로 줄서기 경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여론조사를 봐도 익산이 물갈이, 인적쇄신의 요구가 높은 곳으로 평가되고 있다는 사실을 결코 간과하면 안 된다. 익산의 정치인들이 처음부터 그러지는 않았을 것이다. 시간이 가면서 만성화 되고 관성화 되면서 자기 조직 키우기 중심의 활동을 하게 되고 자기 사람 심고 자신이 민 사람을 당선시키려 하고 밀리면 쳐 받고 되면 충성하고…. 이런 활동이 정치의 60~70%를 차지해 버리면 그 정치는 끝장이다.

이 모든 것이 지도자 중심의 조직운영 때문이다. 이런 구조는 사기업이나 옛날 구시대적 조직구조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번 총선이 익산에서는 정치문화를 바꾸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시민이 더 참여할 수 있는 정치구조, 정당원들의 들러리화가 아닌 정당원 중심의 정당 운영, 민주적이며 공정한 공천구조……, 이런 것들을 생각하고 고민할 수 있는 장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런 공약을 내거는 사람이, 이것을 실천할 실천력을 보이는 사람이 필요하다. 『논어』 이야기를 또 해서 뭐 하지만 이런 말이 있다.“子曰 夷狄之有君 不如諸夏之亡也”(팔일편)
선생님이 말씀 하셨다. “오랑캐 나라에 임금이 있음도 중원의 임금 없는만 같지 못하다.” 지도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문화, 문명이 중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정당하고 민주적인 문화가 형성되지 못한다면 지도자가 있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익산정치에도 어떤 문화를 만들어 갈 것인가 이제는 고민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