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만길/지역농업연구원장
대학의 기원은, 동양에서는 중국 주나라 때 교육기관이었던 국학기관으로 보고 서양에서는 플라톤이 설립한 아카데미아로 본다. 엄밀한 의미에서 오늘날과 같은 형태의 대학이 출발한 것은 이탈리아의 살레르노대학, 볼로냐대학, 프랑스의 파리대학을 들 수 있다. 플라톤의 아카데미아는 BC 387년경에 설립되었으니 2,400년 전의 일이고, 살레르노 대학 등도 12세기에 창설되었으니 현대적 의미의 대학 역사도 900년쯤은 된 셈이다.
우리나라의 대학 기원도 일반적으로는 고구려의 소수림왕 때 설립한 국립대학 성격의 태학을 들 수 있다. 태학에서는 주로 경학, 문학, 무예를 가르쳤다. 신라 역시 국립대학 성격인 국학을 설립하고 서경을 가르쳤는데, 이때가 551년이었다.
또한 별도의 기관을 설립해 천문, 의학 등 자연과학을 가르치기도 했다. 고려 때에는 신라의 교육과정을 계승해 국자감을 설치해 인재를 길러냈고, 최초의 사립대학의 기원이라고 할 수 있는 구제를 설립하고 발전시켜 나갔다. 백제는 대학이나 고등교육기관에 대한 사료가 없어 잘 알 수 없지만 한학에 조예가 깊은 오경박사, 의박사, 역박사 등이 기록에 있는 것으로 보아 고구려, 신라와 같은 국립대학 성격의 고등교육기관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조선시대는 성균관이 있어 유교 사상을 체계화시키고, 관리를 체계적으로 교육하는 일을 수행했다. 국립대학으로서 확고하게 국가 지도이념을 교육하는 고등교육기관이었던 셈이다. 근대인 한말과 일제 강점기에는 세브란스, 보성, 이화, 연희, 불교중앙학림 등의 고등교육기관이 속속 들어서 현대적 학문과 교육을 담당하면서 성장하기 시작했고, 나라의 지도자를 육성하는 등의 역할을 크게 담당했다.
이런 대학들이 작금에 국민들의 근심거리가 되었다. 경제가 어려운 마당에 등록금만 올리다 보니 학생들과 정치권이 반값등록금 투쟁을 전개하는가 하면 정부 당국은 강력한 구조조정을 통해 대학의 변화와 혁신을 유도하고 있고 이를 따라오지 못하는 대학에 대해서는 퇴출까지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그런 일련의 과정에서 소위 부실대학의 명단이 발표되었다. 공식적으로는 부실대학이란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학자금대출 제한대학, 정부재정지원 제한대학이란 용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장기간에 걸친 평가의 결과이기 때문에 부실대학이란 명칭의 파급력이 훨씬 큰 것 같다. 우선 학자금 대출 제한대학에는 전국의 4년제 대학이 6개교 선정되었는데 익산 지역에 소재한 원광대학교가 선정되는 불명예를 안았다. 더구나 원광대학교는 정부재정지원 제한대학에까지 선정되어 불명예 2관왕을 한 셈이 되었다. 원광대학교는 앞으로 학생들의 학자금대출과 정부의 재정지원이 제한되어 학생들의 기피현상과 재정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게 된 것이다.
원광대학교가 부실대학 판정을 받은 것은 낮은 취업률, 낮은 전임교원 확보율, 과다한 등록금 인상 등이 결과에 크게 영향을 미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외에 학사관리, 장학금 지급율, 교육비 환원율 등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 것으로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원광대학교는 성명을 발표하고 재학생, 동문, 학부모, 지역사회에 머리 숙여 사과한다고 밝혔다. 향후 개선대책으로는 학교법인의 전폭적인 지원, 과감한 경영구조조정, 교육·연구 내실화, 대대적인 발전기금 조성, 산학협력 기반구축 등을 약속했다.
원광대학교가 이 약속을 이행하고 진정으로 거듭나기를 바라는 것은 익산시민 모두의 마음일 것이다. 이제 이 대목에서 원광대학교의 혁신과 각고의 노력을 기대하며 원광대학교가 직면한 작금의 현실을 되새겨 보려 한다.
현시점에서 원광대학교가 전북도내 4년제 대학과 비교할 때 얼마나 혁신적인 노력을 해왔는지 여부다. 많은 전북도민들은 실력에서 전북대에 밀리고, 혁신과 창조에서 전주대에 밀리고, 안정감과 진지한 학문탐구에서 군산대에 밀린다고 말하고 있다. 명문사학이라고 말하지만 그것은 원광대학교 구성원들의 자가발전이지 남들이 인정하느냐는 별개란 점이다. 그나마 의과계열이 많이 포진하고 있어 원광대학교를 떠받치고 있으나 내실에 충실하지 못한 채 홍보와 이미지 마케팅이 빚은 결과라는 평을 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로스쿨 유치 역시 익산시민의 전폭적인 성원과 정치권, 행정의 도움이 컸기 때문이지 원광대학교가 잘해서만은 아니라는 평가도 과거부터 있었던 이야기다.
도덕대학을 표방하고 있지만 도덕성 회복의 과제도 주어진 셈이다. 학내 구성원 사이의 갈등은 오랫동안 이어져 왔고, 특히 총장선출과 관련해서는 매번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심지어 익산사랑장학재단의 장학금 지급에 있어서도 과거 원광대학교 총장을 역임한 재단 이사장이 로스쿨 학생을 정해놓고 수천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하는 전횡을 휘둘렀다. 당시 언론의 지적과 여론의 지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강행을 했다. 익산소재 대학의 대학원생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로스쿨 재학생만 5명을 선정하고 특혜를 준 것이다.
도덕대학을 표방한 대학의 총장을 역임한 이사장이 공정성을 상실한 셈이다. 시민의 혈세로 모은 장학금은 그 어떤 장학금보다 공정성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하는데, 그 기준을 어긴 셈이니 시민들이 원광대학교를 보는 시선이 따가울 수밖에 없는 게 사실이다. 또한 원광대학교 교수의 역량은 학생의 질을 담보한다.
그런 의미에서 교수의 역량을 강화하고 체질 개선을 통해 혁신해야 한다. 홍보나 마케팅에 우선한 것이 내실임을 기억해야 한다. 약은 쓰지만 생명을 살린다. 쓴 소리를 달게 받아 실천할 줄 아는 원광대학교라면 그 길은 밝을 것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