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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 대회

윤복순 윤약국약사

수필가 대회가 1박 2일로 있었다. 처음 있는 일이라서 금, 토요일인데 망설임 없이 약국 문을 닫았다.

김종완 선생의 강의 때는 시들시들 했는데 뷔페시간이 되니 신바람이 났다. 공부 못하는 학생은 수업시간에는 맥을 못 추다가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는 장치는 법이다. 글 못 쓰는 내가 그 꼴 났다.

식사 후 수필가의 밤이 이어졌다. 연예인들의 공연이 있고 수필가들의 장기자랑도 있었다. 사회자의 구성진 입담이 일 년 동안 웃을 웃음을 다 웃게 했다. 여기저기서 잘 왔다는 소리가 들렸고 내년에도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있었다.

축제에선 밤 행사가 하이라이트다. 나는 이런 잔치를 맘껏 즐기는 편이다. 사회자의 멘트에 큰소리로 웃고 출연자의 장기에 많은 부러움을 담아 호응도 잘한다. 추첨 때마다 경품 당첨자에게 박수도 실컷 친다.

익산팀에서는 당첨자가 나오지 않아 기가 떨어지고 박수소리도 작아져 갔다. 나는 전생에 좋은 일을 하지 않았는지 행운권 당첨이 되지 않는다. 다른 일행들도 초등학교 소풍 때 보물찾기도 한 번 돼 본 적이 없다고 한다.

열 세 개 팀 참가에 참석자는 180여명이다. 행운권은 50개라고 하니 못 받는 사람이 많은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꼭 나만 못 받는 것 같다. 우리 팀에서 한 명이라도 받아야 할 텐데.

N선생의 장기자랑이 있어 우리팀 모두 무대에 올랐다. 다른 사람들은 혼자만 나왔다. 주인공은 ‘백치 아다다.’를 부르고 나머지는 백댄서가 되었다. 즉흥으로 하다 보니 무희들의 손발이 맞지 않아 엉망이다. 이런 자리에선 초보자의 어설픈 모습이 더 웃음을 자아낸다.

그래도 가수는 일등가수다. 거기다 예쁘기도 이등 하라면 서운하다. 익산수필은 미인만 회원이 될 수 있냐는 소리까지 들었다. 나 같은 보통 사람도 오늘은 미인이 되었다. 모두가 N선생 덕분이다.

사회자가 조금만 노래를 못 불러도 노래보다는 춤이 낫겠다, 밤에 아내 앞에서나 불러라, 11시에 노래방 독방으로 예약해 놨으니 그때 불러라, 1절만으로도 충분하다 등등의 새살떨며 마이크를 끄는데 익산팀은 끝까지 넋을 놓고 바라봤다.

무대에 섰다고 선물도 다 받았다. 화장지 소쿠리 크린랩 등이다. 6~70대인 우리에게 생리대인데 소용이나 될지 모르겠다고 너스레를 떨어 또 웃었다. 우리는 익산수필을 충분히 각인시켰으니 즐기기만 하면 된다.

축제는 무르익어 1, 2, 3등 경품만 남았다. 3등 세 명, 2등 두 명, 1등 한 명이다. 먼저 3등부터 추첨이 시작되었다. 두 번째까지 익산팀은 부름을 받지 못했다. 이제 단 네 명 밖에 남지 않았는데.

확률이 작아지니 기대치도 떨어지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추첨자의 손에 눈이 쏠린다. 이때 ‘익산수필~ 윤복순’ 목소리도 크게 내 이름을 부른다. 나는 그 목소리 보다 더 크게 와를 외치며 두 손을 번쩍 들고 뛰어 나갔다. 사회자는 1등도 아닌데 나같이 좋아하는 사람 처음 본단다.

나도 처음 당첨돼 본다. 전기 오븐이다. 이야기 거리가 생겼다. 제1차 전북 수필가 대회가 쉬 잊혀 지지 않을 것 같다. 이 여세를 몰아 우리팀에 기를 몰아보았다. 자리에 없는 사람이 있어 재추첨에 재추첨이 있었지만 더 이상 행운은 일어나지 않았다.

오븐이며 책, 가방을 두 손으로 들기엔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끙끙대며 간신히 J선생 차에 옮겨 놓았다. 힘든 것도 잠시 경품을 받았다는 것에 흥분되어 아무에게나 인사를 했다. 미인 소리에 경품까지 역시 수필 쓰기 잘했다.

강사 선생은 수필쓰기 강의 때, 글에서 기승전결 가운데 결이 중요한 게 아니라 전이 중요하다고 했다. 어느 글이든 반전이 없으면 맛이 없다고 했다. 수필 한 편에서도 몇 번의 반전이 있어야 한단다.

무엇을 쓸 것인가를 고민하지 말고 어떻게 쓸 것인가를 고민하라고 한다. 성공담을 쓰지 말라. 잘난 체 하지 말고 허술함을 보이란다.

미문을 쓰지 말라고 한다. 아름다움은 예쁜 단어로 만드는 게 아니라 상황으로 아름다움이 배어나오게 하는 것이다. 상황으로 아름다움을 만드는 것은 그렇게 살아야 가능하다. 이것이 삶으로 문학하는 것이고 이런 능력을 키우는 게 문학이라고 했다.

나는 사는 이야기를 쓴다. 감각적인 언어로 미문을 쓸 줄도 모른다. 상황으로 아름다움을 만들 줄은 더더욱 못한다. 글 쓰는 것이 재미있고 삶을 기록하고 싶어서 쓴다. 있었던 일을 그대로 쓰는 것은 글이 아니라 공해라고 했는데. 나는 지금까지 수필을 한 게 아니라 공해만 만든 것 같다.

이번 주제가 ‘수필문학의 참된 가치는 고뇌하는 영혼에 있다.’ 이었다. 나는 수필은 재미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는 게 팍팍하고 정치도 짜증나는데 나까지 심오할 필요는 없다. 내 글에 누군가 한 사람만이라도 재미를 느끼고 따뜻함을 느낀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

글 쓰는데 도움이 될 몇 가지 말씀을 더 했는데 기억나지 않는다. 염불에는 맘이 없고 젯밥에만 관심을 가졌나 보다. 공부는 뒷전이고 경품에만 너무 눈독을 드린 것 같다. 집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새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