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가 보름여 앞으로 다가왔다. 그야말로 치열한 막판 경쟁이 벌어지는 기간이다. 그간 열과 성을 다해 달려온 예비후보자들도 정식 후보자로 등록하고 단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불법만 아니라면 표를 얻기 위해 무슨 일이라도 할 수 있다는 후보자들의 간절한 마음이 전해지는 때다.

그런 귀중한 시간 익산은 시장후보의 방송토론회 참석 여부를 놓고 논란에 휩싸여 있다. 익산시장에 출마한 김영배 후보가 법으로 규정된 방송토론회 이외에는 참석에 부정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탓이다.

이에 경쟁 후보인 정헌율 후보는 약점을 잡은 듯 연일 맹공을 퍼붓는다. 방송에 나와 붙어보자는 입장이다. 이쯤 되면 김 후보가 나오지 않기를 고집하거나 입장을 바꿔 불려나와도 정 후보 측의 남는 장사다. 바둑에서 ‘꽃놀이패’를 잡은 것과 비슷하다. 시민사회가 김 후보의 토론회 참석을 촉구한 것도 정 후보에 훈수를 두는 형국이다.

시민들의 알권리 보장이라는 측면과 앞둔 선거가 시민들의 지지를 얻어야 이길 수 있는 경쟁이란 점에서 잘잘못은 뚜렷하게 갈린다. 방송토론회 참석을 꺼려한 김 후보의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닌 이유다.

그런데도 김 후보의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 그의 태도를 두고 카메라 울렁증 때문이라던가, 상대 후보에 비해 말발이 부족하거나, 혹은 또 다른 이유가 있을 거라는 등 온갖 추측이 난무한다.

시의원과 도의원을 지낸 바 있는 그이기에 토론회를 거부하는 대표 후보자로 낙인찍히는 현 상황은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시민을 대표하는 공직에 도전하는 후보가 시민들이 듣고자 하는 말을 삼가는 이미지는 앞으로의 정치 행보에도 치명적일 수 있다.

그런 김 후보를 두고 언론의 시선도 곱지 않다. 토론회에 나가지 않고도 당선될 수 있다는 오만한 생각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김 후보를 성토하는 내용의 글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선거판을 어지럽히고 있다. 마치 한 후보자의 방송토론회 참석 여부가 익산시장 선거에서의 가장 큰 이슈로 자리 잡은 것 같다.

그러나 과연 이런 아수라장이 과연 시민들로 하여금 누가 시장이 되어야 하는지 평가하는데 도움이 될 것인지 생각해보면 의문이다. 토론회가 중요한 것은 참석 여부가 아니라 그 내용에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마치 후보자의 방송토론회 참석여부가 익산시장 선거판을 지배하는 이슈가 됐다. 김 후보가 토론회에 참석만 하면 모든 것이 잘 해결될 것처럼 보일 지경이다. 그렇다고 김 후보를 억지로 스튜디오에 끌어낼 수도 없지 않은가.

그럴 시간에 이 도시가 맞닥뜨린 위기를 헤쳐 나갈 방안에 대해 한 번이라도 더 질문하고 제안하고 대답을 이끌어내는 것에 시간을 투자해야 할 때다. 모두가 방송토론회에 매달리는 동안에도 선거 날은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지금대로의 분위기라면 방송토론회 참석 여부가 승부처가 되는 웃지 못 할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방송토론회 참석여부가 공직후보자의 자격을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없다. 배점 가운데 하나는 될 수 있을지언정 익산시장 적격자를 가리는데 주요 지표로 삼기는 터무니없다. 있지도 않은 토론회를 기준으로 익산시의 4년을 책임질 사람을 선택하라는 것은 동전던지기로 가리겠다는 것이나 매한가지다.

이번 선거에서 방송토론회라는 꽃놀이패를 쥐게 된 정헌율 후보 역시 그런 구도는 결코 좋지 않다. 토론회 참석 입장만으로 상대 후보에 비해 가점을 받을 여지는 있겠지만 정책 대결이 아닌 특정 태도에 대한 이슈로 받는 지지는 신기루에 불과하다. 상대 후보가 토론회에 응하지 않더라도 착실하게 정책 선거에 임하는 것이 시민들을 위한 길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선거는 특정 능력을 가진 사람을 뽑는 장기자랑이 아니다. 후보자가 살아오며 보여준 능력과 제시하는 비전, 인품과 도덕성 등을 복합적으로 판단해 가장 최적의 후보자를 선택하는 일이다. 그렇기에 누구나 조금씩 다른 기준으로 고민하고 선택에 임하며 본인이 선택한 후보자가 아니더라도 당선된 후보자를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다.

익산시의 선거판을 정책 대결의 선거판으로 되돌려야 한다. 익산시민의 마음을 얻으려면 적어도 그런 수준은 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