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막을 내렸다. 1955년에 제1회 지방선거가 열렸으니 올해로 24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셈이다. 분명히 2018년의 선거였지만 수십 년 전의 선거와 다를 바 없는 구태의연한 선거였다는 것을 시민들 모두가 목도했다.

선거에 나선 후보들이 너도 나도 변화와 새 정치를 외치고 있다는 점에서 오늘날의 선거풍토의 고루함은 모순덩어리라고 하겠다.

우리는 지방선거 이외에도 대통령선거와 국회의원 선거를 정기적으로 치르고 있다. 또 보궐선거나 재선거도 있다. 이 밖에 학생회장 선거와 같은 각종 사회 속에서의 투표 행위까지 포함하면 거의 일상적으로 크고 작은 선거를 치르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자주 선거를 치르고 있는데도 선거문화는 과거에서 한 발걸음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선거운동도 마찬가지다. 유세차량에 확성기를 달아 기호와 이름을 외쳐대는 것은 케케묵은 선거운동 방법이다.

가사를 바꾼 유행가로 유권자의 표심을 얻겠다는 것은 소통할 매체가 부족했던 시절에나 통할법한 단순 주입식 운동에 불과하다.

유권자에게 정보를 전달하기 위한 여러 방법도 ‘쌍팔년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TV나 라디오에 나와 정견을 발표해도 마찬가지이며 토론회를 보더라도 후보자 자신의 이야기를 주장하는데서 그치고 만다. 교과서에서 배우는 토론회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또한 무차별적으로 문자메시지를 보내 자신이 전하고 싶은 얘기를 쏟아낸다. 선거문자를 공해로 여긴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인지 친절하게 사과의 말도 덧붙여 보내기도 한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에서도 온갖 정보를 퍼뜨린다. 기호와 이름과 더불어 대표 공약들을 보기 좋게 제작해 반복적으로 노출시킨다. 직접통화로 지지를 호소할 할 때도 오로지 후보자에 대한 정보를 하나라도 더 전달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런 선거운동은 과거 광장에 사람들을 모아놓고 연설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유권자들은 듣고, 후보자들은 말하는 입장인 것이다. 그러다보니 모두가 듣기 좋은 말만하는 선거판에서 고민은 유권자의 책임이 된다.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인지, 거짓말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실현 가능한 공약인지를 판단하는 책임을 유권자에게 돌리는 결과다.

흑색선전도 그러한 선거풍토에서 촉발되기 십상이다. 유권자의 선택 기준에 상대방에 대한 흠집을 끼워 넣어 유리한 위치에 서고 싶은 유혹인 셈이다. 선거가 끝난 뒤에도 고소·고발과 같은 후유증이 남아 뒷맛이 개운치 않은 선거를 치르게 되는 원인이다.

이러한 후진 선거문화를 관통하는 것은 불통이다. 이미 실시간으로 소통 가능한 기술이 갖춰져 있음에도 정치인이 정보를 선택해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것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정보를 전달하는 경쟁이 바로 오늘날의 선거다.

이제 불통의 선거에서 소통하는 선거로 나아갈 때다. 스피커로 시끄럽게 떠들어대는 선거가 아니라 마이크를 유권자에게 넘기고 정치인은 듣는 선거가 돼야 한다. 교차로에서 인사를 하거나 손을 흔들 시간에 유권자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찾아 들어야 한다.

한 정치인이 꾸는 꿈과 같은 공약에 투표하고 마치 복권처럼 당첨되길 바라는 선거는 그만두자. 이미 시민들은 마이크 앞에 설 준비가 돼있으므로 정치인들만 과거 속에서 벗어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