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공한지 불과 7개월 된 익산지역의 한 아파트가 치명적인 하자로 입길에 올랐다. 14층의 한 세대는 기둥역할을 하는 내벽력이 누락 된 것으로 보이고, 건물 외벽의 콘크리트와 도장이 마감되지 않았다. 다른 라인의 13층은 오수배관이 체결되지 않아 오수가 내벽을 타고 흘러들어 8층과 7층을 물바다로 만들고 있다.

14층의 경우는 실내에서 벽을 두드리면 내부가 텅 비어있을 때 처럼 공명하는데, 다른 라인과 현저하게 구분 된다. 또한 외벽 모퉁이의 벽체에 큰 구멍이 뚫려있고, 드러나 있는 녹슨 철근을 육안으로도 확인 할 수 있다.

7층과 8층의 경우는 천정 곳곳에서 오수가 쏟아지고 집안 바닥이 온통 물에 젖어 악취가 진동했다. 이 세대들은 일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게 되자 결국 임시방편으로 시사를 해야만 했다.

이 아파트의 입주자 대표회의는 이같은 부실시공으로 이사를 한 세대는 최소한 다섯 세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입주민들은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계약해지와 대물변제로 1차적인 문제를 정리해 직접당사자인 입주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문제의 라인에 있는 입주자들을 전면 이주시킨 후에 근본적인 보수보강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시공사는 현장에 나와 실사하지 않고, 현장 사진만으로 단편적인 보수보강을 결정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허가기관인 익산시는 현장에 한번 나가 보지도 않고 감리단이 제출한 서류만을 검토 한 뒤 준공허가를 해준 것으로 드러났다. 심각한 부실시공 문제가 불거졌는데도, 시공사와 감리단 측에 문제에 대한 답변을 요구했다면서 무책임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 명백한 부실시공이 드러나면 고발조치나 제재조치를 하면 그만이라는 식이다.

모든 책임을 감리단에 떠 넘기고, 발생한 문제에 대한 책임과 무관하다는 게 익산시의 태도다. 지금 우리 앞에서 생생한 모현우남아파트 사태는 익산시에 경종을 울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중요 보 등 부재가 빠진 상태인데도 익산시가 모현우남아파트의 준공허가를 내줬고, 지은 지 얼마 안돼서 붕괴우려 등급을 받아 13년 동안 주민들이 불안에 떨었다.

게다가 익산시는 지난해 7월 실효성 있는 대책도 없이 긴급대피명령을 발동했고, 주민들은 졸속행정에 내몰려 불안정한 주거상태로 떨어졌다. 이로 인한 민관 갈등은 갈수록 증폭되고 있지만 주민들은 어떠한 보장도 받을 수 없고 익산시가 더 해줄 수도 없는 상태다.

부실한 아파트를 준공허가해 발생한 피해를 주민들이 고스란히 감수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예방적 행정과 사후 행정 모두 마비된 실태를 여실히 보여주는 현장이다. 더구나 자성기능도 없다. 도대체 왜 공무원들인지를 또다시 묻지 않을 수 없다.

긴급대피명령이 가장 심각한 인식의 발로였다면, 모현우남아파트 사태를 재발하지 말아야 겠다는 다짐도 그와 같아야 한다. 다시 한 번 긴급대피명령이 정치적 쇼에 불과하지 않다면, 오늘과 같은 신축 아파트의 부실이 발생해서도 안 되고, 자치단체가 강건너 불구경하는 어처구니 없는 태도를 보여서도 안 된다.

주민들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적정한 보상여부의 논의를 떠나서, 부실시공이 왜 발생했는지, 어떻게 예방해야 하는지를 심도있게 검토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전방위적인 장치를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