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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8호 칵테일, 러브, 좀비

▲ 조예은

⊙ 1993년에 태어났다. 제 2회 황금가지 타임리프 공모전에서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로 우수상을, 제 4회 교보문고 스토리 공모전에서 「시프트」로 대상을 수상했으며 최근작으로는 안전가옥의 첫 번째 장편소설 「뉴서울파크 젤리장수 대학살」이 있다. 좋은 이야기에 대해 고민하며 작품 활동을 계속하는 중이다.

⊙ 독자들의 한 줄 생각 & 한 줄 느낌

· 모든 단편의 내용이 완벽합니다. 몰입도 최고!

· 읽다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있어요.

· 너무 재밌어서 앉은 자리에서 끝까지 읽어버렸어요.

· 글을 맛있게 쓰는 작가구나.

· 진짜 신선해요.

· 내용, 표지 모두 마음에 듭니다. 첫 번째 이야기 읽고 바로 다 읽어버렸습니다.

· 첫 단편에선 오호 하다가 마지막에 눈물 줄줄 흘렸어요.

· 생각보다 더 좋았어요. 단편인데 이렇게 인물들이 잘 살길 바란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요.

⊙ 책 속에 밑줄 긋기, 다시 한 번 생각해보기

· 내 목에는 17년째 가시가 걸려있다.

· 어느 순간부터 난 그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그의 취향에 맞게 옷을 입었고, 머리를 바꾸었다. 내 삶의 모든 게 정현에게 맞춰져 갔다.... 그때의 나는 늘 목의 이물감에 시달렸다. 크게 거슬리는 정도는 아니었고, 잊고 있다가 침을 삼킬 때면 한두 번씩 따끔 하는 정도였다. 너무 사소해서 남에게 말하기조차 민망하지만 확실히 나의 신경을 자극하는 것. 존재하지 않지만 나에겐 느껴지는 것. 그런 걸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나는 알지 못했다.

· “미안해, 아빠. 하지만 어쩔 수 없어. 아빠 먹이자고 살인을 할 수는 없잖아. 배고파도 참아 봐. 뭔가 방법이 나오겠지.” 말은 그렇게 했지만, 방법이 나올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애초에 이미 심장이 멈춘 사람을 살리는 백신은 있을 수 없었다. 머릿속에 ‘좀비 신고 999’가 떠다닌 지는 꽤 되었다.

⊙ 책 소개

· 안전가옥 쇼-트 시리즈의 두 번째 책으로, 조예은 작가의 단편집이다. 안전가옥 오리지널 시리즈의 첫 책 「뉴서울파크 젤리장수 대학살」에서 탄탄한 구성의 호러 스릴러를 선보였던 작가의 연출력은 단편집에서 더욱 다양한 색채로 빛을 발한다. 미묘하지만 분명한 폭력을 감내해왔던 여성 빌런의 탄생을 그린 「초대」, 물귀신과 숲 귀신 사이의 사랑스러운 이끌림을 담은 「습지의 사랑」, 블랙 유머를 통해 가부장제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오컬트 좀비물 「칵테일, 러브, 좀비」, 제 2회 황금가지 타임리프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차지한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등 네 작품을 수록하였다.

· 잔혹한 장면을 곱씹을수록 느껴지는 것은 기묘하게도 다정함이다. 친구가 나를 괴롭힌 자들에게 악담을 퍼붓는다면 그 말의 거친 어감보다는 친구의 상냥한 마음씨가 더 크게 다가오는 것이다. 「칵테일, 러브, 좀비」속의 총과 칼, 선혈과 비명 너머에 그 온기가 있다. 누구의 어떤 고통도 당연하지 않다. 우리는 더 분노해도 괜찮다. 손에 피를 묻히더라도 비난하지 않는다. 그저 붉게 물든 손을 맞잡고 앞으로 나아갈 따름이다. 지극히 장르소설다운, 장르소설이기에 가능한 공감법이다.

⊙ 은랑 생각

· 200페이지가 안 되는 분량에 가방에 쏙 들어가는 사이즈라 넣고 다니면서 읽기 좋은 책이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책이다. 표면적으로는 장르가 호러 스릴러지만 읽고 보니 블랙코미디였다. 소설이라 가능한 상상력으로 비틀어 만들어 낸, 낯선 상황들이 묘하게도 공감과 허탈한 웃음을 준다. 4편의 단편들은 서로 다른 이야기인데 이어지는 느낌이다. 현실에선 존재하진 않지만 책 안에 있는 이야기들이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과 뒤엉켜 뭔가를 각성하게 한다. 개성 넘치는 스토리에 매력적인 반전, 흡입력 또한 대단한 책이었다.

· 예전의 작은 문고판 책이 떠오르는 외형이지만, 책 속으로 들어가면 예상하지 못한 이야기들이 튀어나온다. 잔혹하고, 애잔하고, 기발하고, 운명적인 이야기들이 말이다. 인간이 가지고 태어난 운명은 바꿀 수가 없는 걸까.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를 읽으면서 제발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가지고 읽어 나갔고 책장을 덮고 나서도 가시지 않는 긴 여운이 남았다. 잔혹함이 곳곳에 스며있지만 그 아래에 깔린 애잔함과 일상의 무거움이 조용히 가슴 속으로 파고들었다. 별거 아닐 수 있는 주제들로 이런 이야기를 만들어낸 작가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고 작가가 쓴 단편이 아닌 긴 글도 읽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