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라북도 내 단일팀.. 올해 목표는 전국체전 우승 관내 대학교 및 실업팀 창단해.. 선수유출 막아야 국가대표 상비군 포함.. 선수들 출중한 실력 겸비
전라북도 남자 고등부 사브르 종목 단일팀. 매년 전국대회 우수 성적 도출, 반백년이 익산 사브르의 전통. 이 모든 수식어들은 전북제일고등학교 펜싱부를 따라다니는 말이다. 지난 2월 29일 찾은 교내 체육관은 밖에서 매섭게 부는 강풍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열기로 한껏 달아올라 있었다. 익산시청 직장운동경기부 여자 사브르 팀과 합동 훈련을 시작한 6명의 선수들은 3명씩 나뉘어 피스트 위에 마주하고 섰다. 각자의 선수들은 사브르를 몸과 수평하게 치켜들고 무릎을 구부린 채 자세를 취했다.
“짧게, 짧게, 길게. 그리고 팡!” 익산시청 이수근 코치는 선수들에게 훈련을 지시했고, 같은 라인선상에 선 3명의 선수들이 먼저 보폭이 짧은 스텝을 두 번 밟은 뒤 앞으로 껑충 뛰어 나간 후 반대편에 서 있는 선수를 향해 사브르를 찔렀다. “짧게 갈 때 빠르게 가야 상대방이 뒤로 주춤거릴 거 아니야. 그렇게 느리게 가면 상대방이 먼저 들어오지! 이번에는 짧게 두 번 갔다가 뒤로 빠졌다 길게. 그리고 팡!” 이 코치는 선수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자세하게 동작에 대해 설명했고, 선수들은 다시금 피스트 위에 위치해 자세를 잡기 시작했다. 빠르고 짧은 스텝으로 상대 선수를 혼란시킨 뒤, 상대 선수가 공격을 하기 위해 가까이 접근하는 순간 뒤로 빠진 선수는 다시 주춤하는 상대 선수를 향해 길게 뛰어나가 사브르를 찔렀고, 빠르게 진행되는 사브르 경기의 특성 상 짧은 시간 동안 선수들의 동작은 빠르게 지나갔다. “스텝은 간결하고 좋았는데 마무리가 아쉬워. 확실하게 찌르지 않으면 내가 당하는 법이야.” 익산시청 이수근 코치의 지도가 이어졌고, 선수들이 훈련하는 모습이 만족스럽지 못한 이종록 코치는 “똑바로 안칠래!”라며 선수들을 다그치며 훈련에 집중할 것을 주문했다. 이종록 코치의 불같은 호통에 경기장 안의 분위기는 잠시 차갑게 식었고, 정신을 집중하고 다시 훈련에 임하는 선수들의 눈빛은 마스크 안에서 매섭게 변하기 시작했다.
◇ 전북 남고부 사브르.. 전국대회 단일팀 출전 지난 1962년 창단한 전북제일고등학교 펜싱부는 전라북도에서 유일하게 남고부 사브르 선수를 육성하고 있으며, 전국대회에서 단일팀으로 출전해 그 위상을 떨치고 있다. 1학년 4명, 2학년 2명, 3학년 1명 등 총 7명의 선수로 구성돼 있는 제일고 펜싱부는 2013년 제94회 전국체육대회 단체전 3위, 2014년 제42회 문화체육관광부장관기 전국남녀중고펜싱선수권대회 단체전 3위, 제52회 전국남녀종별펜싱선수권대회 개인전 3위, 제26회 한국중고펜싱연맹회장배 전국남녀중고펜싱선수권대회 단체전 3위, 2015년 세계유소년펜싱선수권대회 파견선수 선발전 개인전 3위, 제27회 한국중고펜싱연맹회장배 전국남녀중고펜싱선수권대회 개인전 3위, 제43회 문화체육관광부장관기 전국남녀중고펜싱선수권대회 개인전 2위, 제96회 전국체육대회 단체전 3위 등 매년 전국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도출하고 있다. 또한 제일고 펜싱부가 배출한 선수 중에는 서울지하철공사 유영호, 국민체육진흥공단 소준용, 성남시청 이재완 선수 등이 전국의 실업팀에서 활약하고 있으며, 한국체육대학교 최태석 교수, 펜싱 국가대표 상비군팀 김창곤 감독 등이 후학 양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종록 코치는 “사브르의 고장이라고 할 정도로 펜싱부의 역사와 전통이 긴 만큼 꾸준히 우수한 성적을 도출해 왔고, 졸업한 선배님들도 전국 각지에서 명성을 드높이고 계신다”면서 “전라북도 단일팀으로 매년 전국대회에 출전하고 있고, 제일고 펜싱부는 전국에서도 상위권에 속한다”고 전했다. ◇ 국가대표 상비군은 물론.. 전국에 내놔도 손색없어 제일고 펜싱부에 가면 늠름하면서도 강렬한 인상은 물론, 때로는 부드럽고 장난기 가득한 모습으로 훈련장 분위기를 즐겁게 만드는 7명의 선수들을 만날 수 있다. 그 선수들이 바로 김휘중, 황인준, 추민석, 윤성현, 한웅희, 최민규, 유준선 선수이다. 팀 내 유일한 3학년으로 후배 선수들을 이끌고 있는 김휘중 선수는 아버지가 펜싱 선수로 활동하다가 코치직으로 재직하면서 초등학교 6학년 시절부터 펜싱을 시작하게 됐다. 김 선수에게 후배 선수들을 이끌면서 가장 힘든 점과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묻자 “동생들이 말을 잘 듣지 않아 많이 힘들다”면서 웃음을 자아냈으며, “졸업반인 만큼 대학교 진학에 모든 것을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어양중학교에서 펜싱을 하기 위해 이리중학교로 전학 온 것을 계기로 제일고 펜싱부까지 입단하게 된 추민석 선수는 부모님의 추천으로 펜싱을 시작하게 됐으며, 대학교에 진학하는 것이 목표다. 또 부모님 추천으로 이리중학교 1학년 시절부터 펜싱을 시작한 황인준 선수는 전국대회에 출전해 금메달을 획득하는 것이 목표이며, 나아가 국가대표로 활약하는 것이 꿈이다. 또한 올해 제일고 펜싱부로 진학하게 된 신입생 4인방은 고등학교로 진학하면서 각오가 남다르다. 지난해 5월 제주도에서 개최된 제44회 전국소년체전에서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해 자신감이 한껏 올라와 있는 상태이기 때문. 먼저 윤성현 선수는 초등학교 시절 펜싱선수로 활동 중인 친형의 경기를 보러갔다가 펜싱 경기의 모습에 반해 초등학교 5학년 시절부터 운동을 시작하게 됐으며, 국가대표로 활동하는 것이 목표이며, 한웅희 선수는 2012년 런던올림픽 펜싱 중계를 시청하다가 펜싱에 관심을 갖게 돼 초등학교 6학년 시절부터 운동을 시작하게 됐고, 윤성현 선수와 같이 국가대표로 활약하는 것이 목표다. “초등학교 6학년 시절 감독 선생님의 스카우트 제의를 받아 펜싱을 시작하게 됐다”라며 말문을 연 유준선 선수는 훌륭한 지도자가 되는 것이 목표이며, 최민규 선수는 한웅희 선수와 같이 런던올림픽 펜싱 경기를 시청하던 중 펜싱의 매력에 흠뻑 빠져 초등학교 6학년 시절 운동을 시작하게 됐고, 실업팀으로 입단해 선수 생활을 이어가는 것이 목표다. 이들을 이끌고 있는 이종록 코치는 “올해 이리중학교에서 진학한 신입 4명의 선수들은 지난해 소년체전에서 우승을 할 정도로 실력이 훌륭하다”면서 “3학년 김휘중 선수는 국가대표 상비군으로 선발될 정도로 공격적인 경기 운용이 출중한 선수이고, 2학년 추민석, 황인준 선수는 매사 끈기 있는 모습과 노력하는 자세로 발전 역량이 있는 선수들이다”라고 평했다. 이어 “오전 훈련부터 저녁 훈련까지 이어지는 훈련을 선수들 모두가 힘들어 하지 않고 열심히 한다”면서 “긴 시간 훈련하는 것보다 생각하면서 이해하는 훈련 위주로 선수들 지도에 나서고 있다”라고 전했다. ◇ 관내 대학운동부 및 실업팀 없어.. 우수한 선수들 타 지역으로 유출돼 희망을 잃지 않고 훈련에 매진하고 있는 제일고 펜싱부가 시급하게 해결해야 될 문제는 선수 수급과 지역 내 대학교 펜싱부 및 남자 사브르 실업팀 창단이다. 전라북도에서 이리중학교와 전북제일고가 유일하게 남자 펜싱부 사브르 선수를 육성하고 있어 제일고는 이리중학교에서 선수를 수급 받고 있지만, 원활하지 못한 것이 현재 상황이다. 비인기종목이라는 인식 탓에 운동을 하려고 하는 선수들도 없을뿐더러, 학부모들 또한 운동을 시키지 않기 때문. 더욱이 관내 원광대학교와 전북대학교 익산캠퍼스가 있지만 대학 내 펜싱부가 없고, 익산시청 직장운동경기부에 남자 펜싱팀이 있지만 에페 종목이기 때문에 사브르 선수들이 타 지역으로 유출되고 있는 실정이다. 타 지역의 경우 고등학교 선수들이 대학교 선수들과 연습 경기를 진행하기 때문에 실력 향상이 눈에 띈 반면, 제일고 펜싱부 선수들은 훈련 상대가 한정돼 있기 때문에 실력 향상이 더딜 수밖에 없다. 또 훌륭한 선수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게 되면 지역에 남는 것이 아닌 타 지역의 대학교와 실업팀으로 진출하게 돼 선수 유출도 아쉬운 상황. 이와 같은 어려움들은 선수들의 대학교 진학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제일고 펜싱부 코칭스태프들은 문제 해결에 발 벗고 나서고 있지만 녹록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대학교 진학을 위해서는 전국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도출해야 되기 때문에 선수들이 더 나은 환경과 더 좋은 시설에서 훈련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싶은 것이 코칭스태프들의 마음이다. 이종록 코치는 “선수 수급은 둘째 치더라도, 지역 내 대학교 펜싱부도 없고 익산시청에 남자 펜싱팀이 있지만 에페 종목만 다루기 때문에 우리 선수들이 졸업을 하게 되면 타 지역으로 다 빠져나가게 된다”면서 “대학교 선수들과 훈련도 하고 연습 경기도 치러야 선수들 실력이 많이 향상될 수 있음에도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선수들이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돼 있지 않은 것이 아쉬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익산이 펜싱으로서 전국에서 유명세를 떨치고 있지만, 한정된 종목만을 가지고는 안 되고, 실업팀이 어렵다면 대학 내 남자 사브르 펜싱팀이라도 창단됐으면 하는 것이 꿈”이라며 “익산 사브르의 전통을 익산에서 유지하고 지켜나가길 바란다”고 전했다. ◇ 앞으로의 목표와 행보 전북제일고등학교 펜싱부의 앞으로의 목표는 오는 10월 충청남도 아산시에서 개최되는 제97회 전국체육대회에 출전해 개인전 및 단체전에서 우승을 거머쥐는 것이다. 전국체전 고등부의 경우 개인전은 각 도에서 1명의 선수가 출전하게 되는데, 전라북도의 경우 제일고 펜싱부가 사브르 종목에서는 단일팀이기 때문에 유일하게 개인전에 출전하게 된다. 이종록 코치는 “지난해 전국체전 단체전에서 아쉽게 동메달에 그쳤지만, 올해에는 꼭 금메달을 획득하는 것이 목표”라며 “개인전 또한 우리 학교 선수가 출전하는 만큼, 좋은 결과를 얻을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쉽지만은 않은 여건 속에서도 꿈과 희망을 잃지 않고 더 높은 곳으로 도약하기 위해 노력하는 일을 멈추지 않는 전북제일고등학교 펜싱부. 1분 1초도 허비하지 않고 구슬땀을 흘리는 선수들의 모습 속에서 익산시의 남자 사브르 종목이 비상하는 모습을 기대해본다. 강정호 기자 | 
